[사진으로 보는 세상] 그레이스 홍

[위클리서울=그레이스 홍]

ⓒ위클리서울/ 그레이스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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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끔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속에는 시제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 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쉼표, <사진과 인문> http://cafe.daum.net/comma-photo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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