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본회의 소집’ 여야 팽팽한 대치... 정쟁으로 치닫는 예산 국회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예산 국회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 속에서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안을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고,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들 본회의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잡아놓은 것인 만큼 탄핵안과 같은 정치적 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탄핵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예산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여당의 ‘침대축구’라고 비난하는 민주당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본회의 일정 뒤로 미룰 수도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합의 없이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도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합의 없이 연이틀 본회의를 열면 민주당에게 탄핵안을 처리할 구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기각될 게 뻔한 탄핵소추안들이 정략적 이유로 국회 본회의에 올라 헌법 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생 현안을 뒷전으로 밀어내는 상황에 국민께서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합심해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직접 저지할 수단은 없다. 국민의힘은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철회’ 카드로 민주당의 허를 찔렀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내년도 예산 협상이 대응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예산 증액에는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하고, 결국 여당과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완력으로 밀어붙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지난 26일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예산 국회다. 지역구 예산을 포기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30일·12월 1일 본회의’는 이미 여야 간 합의된 의사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드시 이틀 연속 본회의를 열어 ‘이동관 및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으로선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정기국회 내 탄핵 소추 가능성이 불투명해진다는 점을 감지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국민의힘이 예산안 심사 지연을 내세운다면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0일 본회의에) 여당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법안 등을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건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바람대로 해당 날짜에 본회의를 열어주느냐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30일·12월 1일 본회의 개최’를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예산안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본회의 일정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상황에서 탄핵소추안만 의결되면 여야 관계가 자칫 파국으로 향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김 의장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의장은 이번 주에도 여야 양측을 중재하며 협상을 통한 합의 도출을 계속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김 의장이 30일과 내달 1일 본회의를 열겠다고는 했지만,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예산안은 무조건 법정시한인 12월 2일 안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의장의 현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단독 처리 가능성은 없다는데...

이런 가운데 여야는 각자 논평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로를 향한 비판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은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둔 예산안도,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닌 오직 탄핵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다수 의석의 힘자랑을 한 번이라도 민생과 예산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21대 국회의 마지막 시간, 임기 마무리를 향한 지금 이 순간에도 정쟁”이라며 “예산 독주도 끝이 없다. 지난주까지 예비 심사를 마친 상임위 13곳 중 절반에 달하는 6곳의 상임위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을 합의 처리 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략적 목적이 분명한, 탄핵을 위한 방탄 정쟁 본회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강행하려는 저의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내년 총선까지 방통위의 손발을 묶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송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정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의 약속인 예산마저 정략을 위해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도 모자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협박 속에는 이미 국민도, 합의라는 국회 정신도 없다”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어제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자부심을 운운하며, 먹고 사는 문제가 벼량 끝에 내몰린 것은 민생 대신 정쟁으로 정치를 실종시킨 탓이라 했다”며 “적극 동의한다. 방탄 정쟁이 지금의 국회를 이렇게 전락시켰다. 그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음을 절대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정부·여당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 자체 수정 예산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예결위 활동 기한인) 30일까지 고작 3일 남았는데 아직 증액 심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법정 기한 안에 예산심사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도 반대로 마무리되기 어렵도록 정부·여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국민의힘 측이 ‘감액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남은 시일에 비해서 안건이 너무 많다’는 등 이유로 증액 심사를 반대했다”며 “정부 측에 증액을 위한 실무협의를 제안하고 촉구해도 버티기로 일관한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그다음 날 정부 원안이 부의되는 국회법 85조의 3 자동부의조항을 악용한 것”이라며 “헌법과 국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를 다하기 위해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당과 예산안 합의가 안 되면 정부 동의가 필요한 증액은 빼고서라도 자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정부 원안에서 약 2조원이 감액한 수정안을 마련하고 단독 처리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 여야 합의로 철회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수정안만 마련하는 방법이 있고 총지출까지 늘리는 증액까지도 하는 방법을 다 검토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아니다. 일방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나 이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예결위는 지난 13일부터 9일 동안 16개 상임위원회 소관 60개 부처의 사업 663건을 심사해 감액은 총 277건에 6천100억원, 정부 원안 유지 106건, 보류 277건 등을 마쳤다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6.6% 대폭 삭감됐는데도 국제협력 예산 R&D는 5천억원에서 1조 8000억원으로 오히려 3배 이상 늘었고 공적개발원조(ODA)는 전년 대비 44.2%인 약 2조원 증가했다”며 “경제가 안 좋다고 허리띠 졸라매겠다는 현 정부는 국내에서는 긴축, 해외에선 확장 재정을 펼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예비비 규모가 코로나 때와 비슷한 5조원 규모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표적인 무능 예산, 불요불급한 사항이 확인된 기본경비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저하하는 특수활동비 삭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민주당이 앞서서 약속한 R&D, 재생에너지, 보육 지원, 청년 등 미래세대, 새만금, 지역상품권, 3만원 패스, 자영업 소상공인 지원 등 5대 생활 지원 예산 증액 심사 또한 정부 시간 끌기로 반대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그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추진 등이 예산 심사에 미칠 여파에 대해선 “예산안을 법정 시한 안에 통과시키고 싶은 게 당연한 목표”라면서 “여당이 연계시킨다면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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