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LG그룹 구광모 등 대기업 총수들 총출동
부산 찾아 떡볶이 먹고 민심 달래기…기업총수 들러리 논란도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실패’로 끝나고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발로 뛰었던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일제히 대동하고 부산을 찾아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위클리서울/ 대통령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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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LG그룹 구광모 등 대기업 총수들 총출동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LG 구광모 회장, 한화 김동관 부회장 등이 함께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일행들은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해 떡볶이와 빈대떡 등을 먹고 유치 실패로 상처받은 지역 민심을 위로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을 더욱 발전 시키겠다”고 약속했고 총수들 역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해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지만, 일각에서는 “유치전에 대기업 총수들을 다 동원하더니 유치실패 이후 위로까지 총수들이 나서야 하는거냐”며 부정적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6일 정‧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정부부처 장관들을 이끌고 부산으로 향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아쉬운 민심을 달래고 지역경제 발전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함이 목적이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SK그룹 최재원 수석부회장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 등이 일제히 동행했다.

오전 부산항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꿈은 무산됐지만 대한민국이 하나된 ‘원팀 코리아’의 유치과정은 전세계로부터 대한민국과 부산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동안 엑스포 유치 활동을 이끌어 준 각계 시민대표와 기업인, 그리고 누구보다 엑스포 유치를 뜨겁게 열망했던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엑스포를 위해 추진한 지역 현안사업은 그대로 더 완벽하게 진행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 부산 이즈 비기닝(Busan is beginning)”이라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부산이 물류와 금융, 디지털과 첨단산업 도시로서 명실상부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가야 한다”며 “국제적 기준의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구축해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글로벌 자유도시이자 글로벌 중추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앞장서 ▲가덕도 신공항 적시 개항 ▲산업은행 부산 이전 ▲트라이포트 물류 플랫폼 진행 ▲부산 신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물류 클러스트 구축 ▲북항 재개발 등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도 부산을 세계적 수준의 ‘허브도시’이자 남부권의 ‘혁신거점도시’로 키우겠다며 “전면적 규제혁신과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부산시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조성 특별법 제정 추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도 간담회에서 부산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 부회장은 “부산의 더 큰 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앞으로 열릴 새로운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부산은 세계 어떤 도시도 넘볼 수 없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세계인들이 꼭 와보고 싶은 매혹적인 도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활력의 도시,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미래의 도시, 부산의 도전에 우리 기업들과 삼성도 늘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 찾아 떡볶이 먹고 민심 달래기…기업총수 들러리 논란도

간담회를 마친 이들은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인 국제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고, 중구 깡통시장을 방문해 기업총수들과 떡볶이‧빈대떡‧비빔당면 등을 먹었다.

대통령실 등에서 공개한 사진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이재용‧구광모 회장 등 기업총수들과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이 튀김과 떡볶이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들이 담겼다.

물론 이러한 행보에 대해 “부산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을 것”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엑스포 유치전에 대기업 총수들을 일제히 동원한 것도 모자라 유치실패 이후 지역민심을 달래는 것까지도 총수들의 몫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그동안 재계 총수와 경영진들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누빈 거리는 ‘지구 197바퀴(790만2415㎞)’를 넘겼다.

대한상의 회장인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그룹 CEO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방문 또는 면담한 국가만 180여개, 만난 고위급 인사만 900여명에 달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다리부상의 여파로 목발을 짚고 행사에 나서 ‘목발 투혼’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특히 엑스포 유치전이 본격화됐던 3‧4분기는 대내외적 악재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했던 기간이다. 이 때문에 어려운 시기에 굳이 기업총수들을 엑스포 유치전에 동원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치전은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119표, 한국의 부산이 29표, 이탈리아의 로마가 17표로 압도적 차이를 보이며 참패로 끝났다.

당초 윤석열 정부에서는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으로 봤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일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로마가 17표를 얻었는데 대기업 총수들까지 총동원한 한국은 29표에 그쳤다며 5500억원을 날렸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논란을 의식한 윤석열 대통령은 2030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 생각해달라.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물론 엑스포 유치전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수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들을 들러리 세우고도 패배했다는 꼬리표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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