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건희 겨냥’ 한동훈 위원장 거취 문제로 여전히 골몰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거취 문제를 두고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한채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총선까지 8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당내에서는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냐는 불안감과 당혹감을 물씬 풍기고 있다.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인적 쇄신’ 바람 속에 한동안 몸을 낮췄던 친윤(친윤석열)계는 ‘김건희 여사 사과 불가론’, ‘김경율 사천 논란’ 등을 고리로 한 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이 의원들의 단체 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문제와 관련한 글을 올려 한 위원장을 직격한 게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고 있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자기 정치 하는 것’ 비난도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을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쓰고 있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민의힘 친윤계 다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내어준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용해서 자신이 대권 주자로 확실하게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임기 3년 남은 대통령을 상대로 힘 싸움을 해보자는 것인가”라며 한 위원장의 행보를 거칠게 비난했다.

친윤계의 이런 거친 반응의 이면에는 취임 일성부터 ‘주류 희생’을 강조해온 한 위원장이 공천을 주도할 경우 낙천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들의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일각에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한 위원장의 사퇴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친윤계 의원은 “극한의 상황에서 당이 선택해야 한다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임시직인 비대위원장 사이 결과는 자명한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두 차례 ‘연판장 사태’ 때와는 다르게 친윤계의 ‘군불 때기’에 현역 의원들로부터 일사불란한 호응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기류가 감지되는 모습도 보인다. 의원들의 단체대화방도 ‘침묵 모드’를 이어가고 있고, 공개 발언도 자중하는 모습이다. 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현안으로 회동을 소집했다가 이목이 쏠리자 자진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 위원장 거취에 대한 직접 언급은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신평 변호사),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된다”(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부 원외의 목소리가 전부다.

비주류 일각에선 오히려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경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방선거 서울시당 공천 때) 모 인사들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것이면 내쫓겠다는 식의 협박을 받았다”며 “당선인의 뜻이라고 팔았지만 모두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인간들의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한 위원장 사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아가 ‘국민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는데 가장 큰 책임이 남편인 저에게 있다’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면 어떨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이번에도 그저 ‘윤심’만 쫓아 주겠거니 기대하는 모양인데, 총선 공천 국면에서 손익계산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전반적 여론은 어떻게든 양측이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절충점을 찾아가며 갈등을 봉합하라는 요구다.

한 비영남권 중진 의원은 “왜 이런 소모적 감정싸움에 당이 희생돼야 하나. 수도권 선거는 포기하는 건가”라며 “당정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감정적 대립을 해소하지 않은 채 양측이 ‘마이웨이’를 계속한다면 선거 승리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 초선 의원도 “김건희 여사 상황은 대통령실이 당사자이고 그와 맞물려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당이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이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되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 양쪽이 접점을 찾지 않으면 결국 자멸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선거 목전에 지도부 붕괴 등 극한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우려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당정 갈등 조짐으로 해석되는 일련의 상황과 관련 “소통 과정의 오해라고 할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일들이 아닐까”라며 “두 분(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직접 만나서 해결할 수도 있지 않나하는 기대를 또 해본다”고 밝혔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 강조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및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그 과정에 대해선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한 위원장이 이러한 요구가 사실임을 확인하면서 사퇴 요구를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에도 당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내고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위원장은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 요인으로 거론되는데 입장에 변화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또 “4월 10일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에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선민후사 하겠다”며 “우리 당의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잘 설명 드려서 지금 민주당의 이상한 정치와 발목잡기 행태로 국민이 고통받고 이 나라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선민후사 언급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보다 국민을 우선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선민후사 개념을 그렇게 정의할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평소에 하던 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 갈등 봉합을 위해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평가를 제가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한, ‘국민 눈높이’ 중요 거듭 부각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검사 시절부터 오랫동안 윤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셨고, 현 정부가 출범하자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겨진 한 위원장이 사실상 정치적 독립을 선언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특히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전달된 사퇴 요구가 과도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해 대통령의 사퇴 요구가 있었고 이를 거부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 사천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인식이 윤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이번 갈등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김 여사 논란에 관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를 묻자 “내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부각했다.

김 비대위원 역시 비대위 회의에서 “내 거친 언행이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린 점이 있었다”며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발언 등을 사과했지만, 회의 후 입장 변화 여부를 묻자 “계속 같은 생각이다. 문제를 거칠게 나눈다면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갈등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한 두 사람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총선 승리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건 만큼 국민 여론의 흐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위원장의 생각과 부인의 ‘억울한’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이 충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여론몰이를 통해 한 위원장의 거취를 계속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한 사퇴를 강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비대위원장이 궐위되면 후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방법도 당헌·당규상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결국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는 한, 여권을 혼돈으로 몰고 있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충돌 양상이 출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대형 악재’로 여겨지는 만큼 주변의 중재가 이뤄지고 양측이 ‘정치적 해법’을 마련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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