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다음 회의에도 참석할지 말지는 미정"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유령 여론조사' 의혹과 '현역 의정활동평가 하위 20%' 논란으로 불거진 공천 잡음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단수공천 심사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 본선행, 비명(비이재명) 경선행'이 공관위의 공천 공식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관위가 지난 25일까지 7차에 걸쳐 발표한 현역 의원 단수공천자 51명 가운데 대다수는 친명계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비명계 송갑석(재선·광주 서갑) 의원은 지난 26일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힌 운동장 같은 느낌“이라며 ”단수공천된 현역 51명 가운데 지도부나 당직자가 아닌 사람은 6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공관위로부터 '하위 20% 통보'를 받은 송 의원은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과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하위 20%'에 든 현역은 경선 득표의 20%가 깎인다.

비명계 중진이자 '하위 10%'에 포함된 설훈(5선·경기 부천을) 의원도 "현역 단수공천자 가운데 부산과 경남을 빼고 특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윤건영 의원 한 명뿐"이라며 "나머지 비명 의원들은 경선에 부쳤는데 말이 경선이지 소위 자객공천을 당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설 의원은 또 "(경선이 아닌 방식으로)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하위 10%에 들어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 받으면 그 과정을 통과할 사람은 민주당 내에 아무도 없다"며 사실상 탈당을 시사했다.

친명계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이 비명계 강병원(재선) 의원과 강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경선을 치르도록 한 공관위 결정을 두고도 여진은 계속됐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은평을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권칠승 수석대변은 이날 공지를 통해 "경선 결정에 대한 재심위의 기각 결정 건에는 최고위가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심위가 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만큼 당헌·당규상 최고위로선 되돌릴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천 갈등의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문제도 어떻게 매듭지어질지에 대해서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고심을 거듭하던 공관위는 최근 임 전 실장에게 서울 송파갑 출마를 타진했으나, 임 전 실장은 자신의 옛 지역구였던 서울 중·성동갑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비명계는 임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략공관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

송 의원은 "'명문(明文) 정당'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과연 우리 지지층이 뭉칠 수 있겠느냐"며 "상징적인 예로 임 전 실장의 공천 문제가 있다. 그를 제외한 누구를 중·성동갑에 넣어 이길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임 전 실장을 (중·성동갑에) 공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만약 그 지역구에서 (지지율이) 더 잘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왔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민정 최고위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 불참했고, 이를 두고 최근 공천 논란과 관련해 지도부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내 복수의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공천 지역이나 인물에 대해 지도부가 논의를 안 하려 드니 역할에 회의를 느껴 오늘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도 참석할지 말지는 미정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강성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고 최고위원은 공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며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본인이 받은 단수공천부터 내려놓으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계속된 공천 잡음이 최근 여러 여론 조사상 국민의힘과 당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은 이날 회의 후 '현 지지율에 대한 전략적 판단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에 "공천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무능한 국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받아 안을 수 있도록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운하, 소병철 ‘불출마 선언’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초선 황운하(대전 중구), 소병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은 이날 4·10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 희생이 위기의 민주당을 구해내고,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의 밑거름이 된다면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하겠다"며 "이제 제 결단으로 당 지도부가 부담을 덜어내고 당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지지자들을 향해 "제 불출마는 당의 판단이 아니라 제 결정"이라며 "억울함과 분함은 우리 당이 아니라, 없는 죄를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든 윤석열 검찰 정권에 쏟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의 황 의원은 당내 강성 초선 모임 '처럼회'를 주도하는 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황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9일 '현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려다 돌연 취소한 것에 대해선 "동료 의원이 조금 더 숙고해보라며 간곡한 만류가 있어 고민하고 지역 당원, 지지자들이 여러 의견 말씀하시고 해서 설득할 시간 필요했다"며 "당 대표가 최종적으로 내가 총선 불출마 결심했다는 말씀을 듣고 몹시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창당하려는 '조국신당'으로 옮길 가능성도 열어놨다. 황 의원은 "검찰 개혁을 조금 더 강하고 선명하게 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이 있다면, 그게 검찰 개혁을 앞당길 수 있고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 구도를 선명하게 할 수 있다면 고민할 수 있다"며 "현시점에서 검찰 개혁을 가장 강하고 선명하게 높이 든 정당은 '조국 신당'이 맞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도덕심과 이성에 반하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하루하루 힘든 불면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고심 끝에 저 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이 당내의 분열과 대립된 상황에서 실망하고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으로 신뢰를 회복해 달라. 진짜 개혁은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혁신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민생을 일으키고 호남·순천의 균형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게 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소임은 완수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소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법무부 검찰 1·2과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퇴임했다. 이후 낙향, 순천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중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돼 전략공천을 받고 당선됐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광재의 중량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도 전략공천에 포함돼 이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 공관위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경기 분당갑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중량감 있는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위원장은 "이 선거구(경기 분당갑)는 현 후보자와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전략 선거구로 지정할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 분당갑에는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지호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을 비롯해 권락용, 추승우 후보가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전 사무총장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날 오전 공동으로 입장문을 내고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한 시스템 공천만이 총선 승리 지름길"이라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의 탈당으로 전략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갑에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전략 공천하는 안건도 이날 회의에서 의결됐다. 노웅래 의원이 컷오프(경선 배제)된 서울 마포갑에는 총선 영입인재인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공천 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의 전략공천 여부는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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