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2배 비싼데 판매량 증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석탄 화력발전소와 송전망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석탄 화력발전소와 송전망 ⓒ위클리서울/(사진=연합뉴스)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하루 평균 18시간씩 전기가 끊기는 남아공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전력 수급 부족 장기화로 매일 2~12시간씩 지역별로 순환단전(Load-shedding)을 실시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기차 시장이 되려 성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 남아공, 전력 부족현상…노후화된 발전소 탓

남아공의 경우 전체 전력 공급의 80%를 화력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는데, 발전소의 노후화와 시설 정비 지연 등으로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국영전력공사 에스콤(Eskom)은 국가적 블랙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2007년부터 순환단전을 시행해오고 있다. 순환단전은 1단계부터 8단계로 나눠 지역별로 하루 총 2시간부터 12시간까지 단전을 실시하는 시스템으로, 국민들은 에스콤에서 운영되는 앱에서 단전 시간을 확인한다.

특히 남아공은 2023년 역대 최악의 순환단전 경험을 한 바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순환단전 시간은 약 4000시간(166일) 수준이었는데, 2023년은 약 7000시간(291일)으로 확대되면서 일평균 18시간의 단전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전기 부족현상에도 '전기차 호황'인 이유는?

이같이 전력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의 전기차 시장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남아공 자동차 제조협회(NAAMSA)에 따르면 2023년 6월 집계된 신에너지차량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에만 남아공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2022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전체 수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렇다고 남아공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현재 남아공에서 전기차에 부과되는 수입 관세는 25%로 기존 내연기관차에 적용되는 18%보다 훨씬 높고, 15%의 부가가치세도 추가 납부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동일 제조업체의 동급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차가 두 배 가량 더 비싸다.

ⓒ위클리서울/(사진=픽사베이)
전기차 충전 ⓒ위클리서울/(사진=픽사베이)

전기차 판매량 증가의 주 요인으로는 연료비 상승과 남아공의 온실가스 배출 관련 규제가 꼽힌다.

연료비 상승은 세계적으로 전기차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호주의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일반 휘발유 차량으로 주행할 경우 100km 기준 144.65랜드(한화 1만 원)가 소요되지만, 전기차로 같은 거리를 주행할 경우 34.74랜드(한화 2400원)로 76% 가량 비용 절감 기대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2021년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당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남아공 내 전기차 시장은 개인 승용차 외에도 상업용 차량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케이프타운 시청에서 민영 시내버스업체인 GABS와 함께 통근용 전기버스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케이프타운 시청은 GABS 버스 외에도 현재 시내를 운행하고 있는 모든 디젤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할 경우 버스 한 대당 연간 65만 7000랜드(한화 4500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GABS는 근본적 연료비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기여를 위해 전기버스 충전 설비 또한 자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가발전을 진행 중이다.

한편, 남아공은 정전 사태 해결을 위해 2032~2033년 가동을 목표로 2.5GW 규모의 신규 원전사업 입찰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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