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봄바람이 거세다. 사흘거리로 바람이 몰려왔다가 몰려간다. 바람도 예년의 그것처럼 대충 마음이나 흔들어놓고 스쳐가는 문자 그대로의 봄바람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자꾸 데려오고, 그리고 가져가 버린다. 대나무를 마구 흔들어서 이파리를 죄다 떨어뜨리고, 떨어진 그 잎을 다시 모퉁이에 수북이 쌓아놓는가 하면, 아침에 빨아놓은 양말짝을 뭐에 쓰려는지 몰고 가다가 그만 연못 같은 데다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마당에 꽃이 필 때부터 알아보기는 했었다. 아직 수선화도 피지 않았는데 매화가 먼저 화봉을 터뜨리고 있었고, 눈 속에서 핀다 해서 이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만주바람꽃(Isopyrum manshuricum (Kom.) Kom)은 이름 그대로 만주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추운 지방에 분포하는 북방계식물이다.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만주 등지에, 우리나라에는 중부 이북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변산까지 남하 해 자라고 있는 것이 지난해 확인되었다. 변산 뿐만이 아니라 전남 지역에도, 또 보도에 의하면 저 먼 남쪽 거제도에도 자라고 있다고 한다.만주바람꽃은 1974년 한국 미기록종으로 발표된 우리나라 희귀식물이다
귀농바람이 한창이다. 귀농 붐은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비롯됐다. 1970~1980년대 산업화의 역군으로 ‘차출’돼 탈농을 이끌었던 이들 세대 중 많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회귀해 ‘인생 2모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낀 30~40대까지 귀농에 가세, 농촌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귀농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귀농인들은 주로 소일거리를 통한 활력 회복, 전원생활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건강 추구 등을 이유로 농촌행을 결심하고 있다. 물론 생계수단으로 귀농을
# 어느 하루 구시포 앞 돌섬에서의 그녀누군가는 말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이라야 인생을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그 말에 빚을 진 마음으로 나는 이제 이런 말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눈물에 젖은 사과를 먹어본 사람이라야 사랑을 보다 미세한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다고.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감정이기는 하다. 발신지가 경상북도로 되어 있는 사과 상자가 배달되었다. 눈물의 정서가 아니고는 바라보기 어려운, 김수복씨댁 oo희 앞으로 배달된, 거대한 상자에 가득 들어 있는 사과를 앞에 놓고 나는 잠시 멍해져서
# 벼이삭을 줍다가 추워서 얼이 든 그녀수확이 끝난 들판에서 벼이삭을 줍는 재미는 독특하다. 이 독특함을 무슨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듣는 사람이 아하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모른다. 사실을 보다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문제까지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가끔 만나는 후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할라치면 나는 매번 이렇게 말하곤 한다.“그 재미를 알랑가 몰러, 모르지?”이런 방식의 대답은 사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나는 알지만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아니 틀림없이 모를
‘긴급조치 9호 세대’로 민교협 의장, 현 정부 통치전략 날선 비판 ‘고강도 긴급조??박정희 시대, 지금은 ‘저강도 긴급조??상황법외노조 전교조 투쟁, ‘한국 노조운동 그래도 살아있구나’ 평가진보진영, 통진당 사태 전철 다시는 밟지 않도록 잘 살펴야 은 2007년부터 남북관계, 생태와 환경, 교육, 노동과 인권, 국가보안법 등의 문제와 관련 각계 인사들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송두율 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김상봉 교수, 김수행 교수,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김세균 교수, 강기갑 통진당 대표, 노회찬·심상정 의
“다른 집은 주말마다 놀러 가는데, 우리 아빠는 왜 주말에도 근무를 하실까….”강대건(81. 세례명 ‘라우렌시오’) 원장과 인터뷰 전 만난 강 원장의 막내딸 강래나 씨는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강 씨는 “아버지는 늘 말씀이 없으셨다. 지금도 여전히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라며 “대학에 들어가 우리 사회 현실에 눈을 뜨고 비로소 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다니시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강대건 원장은 1964년부터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과 영천시장 일대에서 지금까지 개인병원인 ‘강대건치과의원’을 운영해왔다. 그는 1975년
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이브처럼 다시는 천국으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세계는 한층 더 복잡해졌고 나의 고뇌는 무수히 배가되었다. 외면했어야 했다. 눈과 귀를 막았어야 했다. 알려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난 저질러버렸고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나의 평화는 끝났다. 무슨 거창한 말이 나오려고 이렇게 폼을 잡았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남편 몰래 도박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길냥이(길고양이)에 관해서다. 흔히 도둑고양이라 불
밀양 송전탑 공사가 본격화 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 종교계 인사들은 밤새 공사 현장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농성을 벌였다. 앞서 한전이 2일 공사를 재개하는 과정에서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민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2일 오전 반대 주민들의 저항을 뚫고 시작된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는 이날 오후부터 헬기까지 투입돼 자재를 실어나르는 등 본격화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126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는 이날 오후 2시경 헬기가 발전기, 목
# 개구리 목욕하는 장면을 기록한다고~“우리 오늘 백숙 할까?”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응? 그래. 좋아요, 좋아.”백숙에 관한 한 그녀는 사양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나보다도 훨씬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백숙은 목욕의 다른 이름이다. 목욕 중에서도 아주 뜨거운 열탕과 아주 차가운 냉탕을 오가는 제법 고급스런 목욕이다. 그러니까 백숙은 은어, 혹은 비유, 상징, 뭐 그런 것들쯤 되는 셈이다. 물론 그녀와 나, 우리들끼리만 통한다.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이게 뭔 소리? 할 거다. 백숙을 먹는다는 것도 아니고
# 죽어버린 조개들의 행렬전하는 말만 듣고 있었다. 가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두려웠달까, 무서웠달까, 공포와는 성격이 약간 다른 떨림이 내게 있었다. 들리는 얘기만으로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손발이 떨리는 거. 그것은 뭐랄까, 절친한 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그 소식을 듣고 현장을 향해 줄달음질쳐 가고자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에나 비유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마음의 이런 상태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해주는 단어를 고르기로 하자면 아마도 ‘양가적 감정’을 첫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좋지만
# 입구에서 본 마당보름 전에 매실 수확을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나무에 달린 열매가 솔찮다. 그것을 손으로 따다가 간짓대로 투덕거려서 모아놓고 보니 커다란 바가지로 한가득이다. 이것을 저울에 달아보면 족히 오 킬로그램은 되겠다. “어따야 이것이 다 머시다냐?” 그것 참 신통방통 오방통한 일이어서 입이 절로 찢어진다. 차제에 금년 상반기, 그러니까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삼개월여 동안 텃밭에서 거둬들인 열매와 푸성귀들을 가늠해 보기로 했다.우선 매실로 치자면 그것이 자그마치 사십 킬로그램 이상이었다. 열매를 바라고 심은 것도 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도심 속 번화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지난 60년간 급속하게 성장했고, 국민들의 삶의 질 역시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과 무한경쟁 구도 속에서 낙오된 이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동자동, 영등포, 청량리, 동대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는 최하층에 해당하는 도시 빈민의 삶이 상존한다. 빌딩숲 사이에 가려진 쪽방촌이 여전히 군데군데 숨어 있다. 이중 ‘동대문 쪽방촌’
“수질 문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수온 또는 일조량 조건만 좋아지면 4대강 사업에 따른 ‘녹조라떼’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다. 수질 문제 뿐만 아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지난 11일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KBS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밝힌 내용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부 각 부처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철저하게 사업 타당성을 검증할 것을 지시했고 야권은 국정조사를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도심 곳곳의 마을들이 새 단장에 분주하다. 은 도심 속 새로운 주거형태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공동체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이번호에는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을 찾았다. 은평구 봉산 자락에 위치한 산새마을은 새가 많아 예부터 산새마을로 불려왔다. 70년대 이주민 택지에서 개발된 마을로 곳곳이 낡았지만 주민들 삶의 만족도는 높다. 스스로 참여해 마을을 직접 가꾸기 때문이다. 산새마을에선 민관이 함께 주도해가는 이른바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텃밭
새로운 기대와 우려가 함께 하며 박근혜 정권이 출범했다. 하지만 여야는 곧 이어 있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또 다른 격돌을 준비 중에 있다. 야권은 ‘인사가 만사’임을 강조하며 후보자들의 도덕성과 전문성,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할 태세다. 장관 후보자들의 첫 심판대가 될 청문회 인슈들을 살펴봤다. 새 정권 초대 내각의 ‘지각 출범’이 현실화 됐다. 새 정권 초대 내각의 ‘지각 출범’이 현실화 됐다. 출범 전 박근혜 정부의 17개 부처 중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된 곳은 12개 부처 뿐이다.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3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