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 투표권 행사 촉구

건설노조·건설기업노련·플랜트건설노조가 가입돼 있는 건설산업연맹(위원장 백석근)과 투표권 보장 공동행동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일에 건설노동자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기 위해서는 그날 하루를 공쳐야 한다”며 “1년 연소득이 2000만원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동빈곤층인 건설노동자들에게 투표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오전 6시에 현장에 출근해 오후 6시에 일을 마치는 이들 노동자들은 투표시간과 노동시간이 겹치는 사정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전국적으로 건설노동자는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8월말 현재 19세 이상 선거인수는 4052만8000여명. 어림잡아 전체 유권자의 5%가 건설노동자인 셈이다.

연맹에 따르면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건설노동자 중 70%(140만명) 이상이 하루 일할 때마다 일당이 나오는 임시일용직과 특수고용노동자인 비정규직이다. 대다수의 건설노동자들은 비나 눈이 와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장시간 노동을 한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공사가 중단되지 않는 이상 새벽에 출근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헌법에 보장된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박해욱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플랜트건설 현장의 발주회사는 대기업인데 서류상으로는 하루 8시간을 일하지만 실제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해 1~2시간 일을 더 시킨다”며 “오전 6시에 출근하면 오후 6시나 7시가 돼야 끝나니 투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플랜트건설노조의 경우 건설업체들과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단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인 건설사무노동자들도 투표하기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발주처가 공사 중단을 지시하지 않는 이상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고 오후 7시 이후에 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맹은 선거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인 만큼 선거권 행사가 불가능한 건설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는 공공공사에서부터 선거 당일 공사를 중단하고 건설노동자들에게 유급휴일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이 안 되면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거나 공사를 하더라도 오후 3시에 조치 퇴근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백석근 위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새누리당은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과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국민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끝까지 박 캠프와 새누리당이 건설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무시한다면 건설노동자들을 국민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와 산하기관인 SH공사와 시설관리공단이 발주해 관리하는 건설현장이 수백개에 달한다”며 “서울시장의 결단이 있으면 오후 3시까지만 현장을 가동시키는 방침을 내리면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의 투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일이나 대통령 선거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공휴일에 관한 사항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일은 관공서의 휴일이다. 따라서 규정의 구속력이 국민 전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관공서, 국·공립학교 등에만 미친다.

이와 관련 일반 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맺은 단체협약 등에 따라 휴일로 정하고 유급 여부도 결정한다. 노동자가 쉴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는 휴일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쉬는 주휴일,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매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유일하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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