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영계, "공짜야근 근절...입법화는 반대"
야당선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가 ‘공짜야근’을 막겠다며 근로시간 기록의무화 검토에 나선 데다 경영계도 적극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짜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가 야당을 중심으로 본격 추진되자 법제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직장인 절반 '초과근무'...절반은 야근수당 못 받아

직장인 절반 이상이 초과근무를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야근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3∼10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평일 연장근무나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50.9%(509명)였다고 2일 밝혔다.

야근하는 직장인의 일주일 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6시간 이하'가 53.2%로 절반을 넘었고 '6시간 초과 12시간 이하'가 33.2%였다. 법으로 금지된 '12시간 초과'도 13.5%였다.

초과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 중 초과근로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41.3%(210명), '받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58.7%(299명)였다.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직장인 중 34.1%는 ‘회사가 이유 없이 수당을 전액 주지 않는다’, 27.4%는 ‘포괄임금제 실시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 초과근로 수당 대신 어떤 보상을 받느냐는 질문에는 34.1%가 '아예 전액을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포괄임금제 실시'가 27.4%, '일부만 지급' 18.4%, '교통비·식비만 지급' 13.4%, '대체휴가' 6.7% 순으로 나타났다.

'공짜야근'의 주범인 포괄임금제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71.5%가 '폐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부, 근로시간 기록의무제 '추진'...포괄임금제 폐지엔 선 그어

지난 해 7월 민주노총 총파업이 열렸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정부는 '공짜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고정 연장근무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근로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괄임금 계약은 사전에 '시간 외 근로수당을 포함한 총액 임금'이나 '고정 시간 외 근로시간 및 수당'을 정해 매달 일정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 외 근로에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사업장의 포괄임금제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취지와 달리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도 쓰이게 됐고, 결국 사전에 약정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 일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오남용됐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의무적으로 산정·기록하게 하면 '공짜야근'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포괄임금제의 부작용에 대해 감독 강화 등 간접 규제만 거론하던 정부가 최근 들어 '근로시간 기록 의무화' 등 대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나선 것은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골자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꺼내든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지핀 포괄임금제 개선 논의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나서면서 폐지 쪽으로 방향키가 바뀌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이 바라본 윤석열 정부 주 69시간 근로(노동)제 문제점 간담회’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재 국회에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안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안 등 포괄임금제 폐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포괄임금제 폐지 추진을 본격화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와 경영계는 공짜야근은 확실히 근절하겠지만 포괄임금제 폐지 등 입법화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청년층과 가진 한 간담회에서 포괄임금 근절에는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서도 아직 법제화까지 답변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경영계도 실제 근로한 시간이 많은데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 계도해 나가겠다면서도 포괄임금제 폐지 논의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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