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정의연대 양건모 OGP 공동위원장 - 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정의연대 양건모 OGP 공동위원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약사로서 보건노동운동을 했다. 지금 해외 관광객과 외국인 체류자가 급증하면서 국내에 에이즈가 알게 모르게 만연돼 있다는 보고가 있다. 어떻게 보나.

▲ 우리나라 에이즈(AIDS, 후천적 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환자가 공식적으로 1년에 1,000명씩 새로 늘어나고 있다. 충격이다. 질병관리공단에 따르면, 남자가 1년에 950명 여자는 50명, 외국인 200명 정도라 밝혔다. 발견된 남자가 950명이라면 이론상 여자도 950명이 되어야 맞다.

등록된 여자는 50명뿐이지만, 실제로는 여성도 950명 이상일 수 있고 남녀의 수를 더하면, 2,000명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감염 사실도 폐렴 때문에 병원에 찾아 왔다가 에이즈가 발견되는 숫자도 많다. 성매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의 에이즈 감염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도 못 하는 실정이다.

 

- 당국 대책은 어떤가.

▲ 보건당국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길을 가다가 에이즈에 걸린 사람과 다투다가 상처나 날 경우,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에이즈의 80%는 성행위를 통해서 감염된다. 최근에는 에이즈약이 개발돼 상당 부분 치료확률이 높아졌다.

이런 환자들을 사전에 발견해서 등록해야 하지만, 정부는 그냥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한국은 2004년부터 성매매 금지국가로 되어 있다.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이 성매매 금지국가였나?’고 묻지만, 어떤 외국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체면 문화 때문에 그저 ‘우리는 성매매 금지국가다’, ‘우리는 성매매 안 한다.’고만 외친다. 체면 문화는 동양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하지만 곪은 곳은 과감히 도려내고, 고칠 것은 고치자는 전통이나 정신도 함께 길러야 한다.

 

- 반부패문제를 짚어보자.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반부패운동을 벌여 왔지만, 기득권층은 요지부동이다.

▲ 우리나라가 일제 36년을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으면서 30여 년간 급속한 경제발전을 해오는 동안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가 장기 집권을 했다. 특히 그런 와중에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 인권탄압이 극심했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기인 1987년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이 성공을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지도층이 우리 사회가 나갈 방향과 비전,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이게 매우 부족했다. 각 분야에서 괄목할 성장과 발전을 이뤘지만, 비정상적인 관행과 행태가 너무 많았다. 여기저기서 끼리끼리 ‘빼먹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사법부와 경찰의 부패가 심각했다.

 

- 사법개혁 특히, 검찰의 ‘셀프개혁’이 어려운 현실인데.

▲ 개혁은 한 분야만 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른 분야와 서로 같이 맞물려서 함께 가야 사법 적폐도 해결될 수 있다. 다른 부분들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같이 돌아야 가야 개혁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그래야 개혁의 시너지가 커진다.

초-중-고-대학 강단에서 인권강좌를 하고 있지만, 내가 본 교육현장은 너무나 암울하다. 학생들이 미래를 암담하게 보고 있고, 학내폭력도 만연돼 있다. 수업 중 학생 절반은 자는 곳도 많다. 우리나라 미래가 심각함을 느낀다. 교육이 이런 상황인데 학생과 청소년들이 향후 20~3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다.

교육계에 계신 분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한다. 교육계가 가장 먼저 나서서 학생들에게 미래 4차 산업을 가르치고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오히려 교육계가 권위적이고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에 신 모(某) 판사라는 분의 출판기념회를 갔었다. 그분은 전직 판사였음에도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했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 코스인 서울대학을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를 했던 분도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에 의해 그냥 당하는 모습을 봤다. 그분은 세상에 대해 거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다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심한 좌절감에 종교에 의지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이럴 정도인데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는가.’고 탄식을 했다.

 

- 특권층의 반칙이 횡행하고 있다.

▲ 세월호 사태 당시에도 선체에 불법 과적을 해서 사고가 되는 요인이 되었지만, 지금도 여기저기에 정상적인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노동운동계도 힘 있는 자의 갑질과 반칙이 여전하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초기부터 주장해 왔고 그것이 나의 노동운동철학이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 아닌가. 이것은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돼 있다. 일본 아베 정권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진하고 있다. 저는 본래 병원 약사 출신이다. 대학병원의 잘못된 임금체계와 근무환경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같은 대학을 나온 간호사라 해도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느냐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 비정상적 관행이 노동자 삶의 질을 퇴락시키는 현실인데.

▲ 이건 뭔가 상식적이지 않다. 가령 제조업에서 어떤 노동자가 ‘볼트’를 조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대기업 정규직은 연봉 7~8천만 원을 받고, 중소기업 정규직은 연 3천만 원을 받는다. 비정규직은 2천만 원이다.

똑같이 일하는데도 임금차별이 3~4배 차이가 난다. 이게 우리 사회에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대학교 식당도 마찬가지다. 조리실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월 250만 원을 받는다고 하자.

일반식당은 180만 원을 받고 있다가 대학식당 아줌마 월급을 보게 되면 차별을 느낀다. 대학식당 아주머니의 경우, 자녀학자금이 면제된다. 그러다 보니 대학 측은 정규직을 쓰지 않고 외주로 돌리고 자꾸 비정규직을 쓰려고 한다. 각 분야에서 이런 일들이 악순환하고 있는 현실이다.

 

- ‘임금 차별=인간차별’로 고착화됐다.

▲ 그래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제가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을 요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임금가이드라인에 의해 노동가중치에 따라 1.3배를 더 준다.

이게 실현되면 고용주도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임금이 똑같네. 차이가 없네.’라 인식을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필요 없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임금이 2~4배 차이 나는 차별문화를 만들었다.

 

- 양대 노동조합의 동일임금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규직을 쓰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또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분들에게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동조합에만 맡길 수 있는 영역을 넘었다. 사회 전체적 타협을 통해 20~30년 후를 바라보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만들어가야 한다.

 

- 무엇보다 정치인과 관료・재벌・언론도 국민 신뢰를 잃었다.

▲ 정치라는 게 어떤 면에서 세력 싸움이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힘을 합쳐야 하는데 여기에서 국민은 없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신뢰를 잃었다. 전체적인 국정기획 부분에 있어서 개혁의 동력과 흐름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경제가 세계 10위 또는 1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부 신뢰도는 바닥이다. 사회 투명성이나 부패, 정부 불신이 거의 40~50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역사의 종언을 저술한 일본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은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왜냐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왔는데 앞으로는 발전이 없을 것으로 평가를 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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