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1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미국은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의 창시자이고(始作俑者), 전 세계에서 소요를 일으키는 막후의 검은 손이고(幕后黑手), 온 세계에서 미친 듯이 돈을 긁어모으는 흡혈귀이고(疯狂敛财的吸血鬼), 21세기 냉전의 음모자이고(阴谋家), 역병 증오전쟁을(仇恨战争) 만들고 전파하는 제독사이고(制毒师), 생명을 돌보지 않는 거짓 인권도사이고(人权伪道士),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은밀한 악당이다(伏地魔).” <러시아·우크라 충돌에서 드러난 허울 벗긴 미국> ‘환구시보’ 2022년 4월16일자 보도 / 강정구 번역 ‘통일뉴스’ 2022.04.26.

 

ⓒ위클리서울/ 최규재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고 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는 게 중론이다. 벌써 끝났어야 할 전쟁이 계속 이어지는 데에도 의문점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가 이 전쟁을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쟁이라고 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주도의 ‘분쟁지역’ 프레임이 덧씌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이 전쟁을 전쟁이 아닌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특수작전이라고 호칭하고 있다. 전면전의 경우 상대국의 지휘부를 먼저 타격하기 마련이다. 러시아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을 할 경우에 우크라이나 지휘부를 타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상당히 절제된 성격을 보이는 제한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연설에서 볼 수 있듯 같은 형제 국가에 대한 특수작전은 전면전쟁과는 달리 민간인 피해를 줄이고 절제된 형태의 특수목적의 제한전쟁 유형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속전속결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질 않았다. 아울러 미국과 나토의 은밀한 개입과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군이 버틸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미국은 일찍 전쟁을 끝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은 끊임없이 휴전협상을 방해했고 미국과 나토의 군사적 지원은 방어무기에서 공격무기로 전환됐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미국과 나토가 개입하면 핵무기 사용도 고려하겠다는 핵 위협을 해 왔다. 대대적인 군사지원이 이뤄질 경우 그 지원통로인 폴란드나 흑해 등에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토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술핵 사용은 향후 통제를 넘어 전략핵으로 연결될 수 있고 나아가 지구촌은 ‘종말’이라는 도전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환구시보’를 번역하며 여전히 왕성한 집필 활동 중인 강정구 전 동국대(사회학) 교수는 “1991년 탈냉전 당시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소련에 약속한 나토 동진을 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나토가입 시도를 하지 말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처럼 중립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안보위협의 발판이 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이는 양국 무력충돌 후 휴전협상에서 젤렌스키 정부에서도 수용의사를 밝힌 정책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의 장기화를 꾀하고 있어 이런 우크라이나의 정책 또한 현재로는 실현되기 어려운 정책에 불과하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가 대미 자주성을 가지고 사전에 추진했어야 했다.”

남북관계 전문가이기도 한 강 교수는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로 몰리는 구조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미 및 대일 예속지향적인 전략은 스스로 구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길을 재촉하는 길”이라며 “특히 한미일 군사동맹 복원이나 강화 및 나토의 아시아판 참여 경우, 완전히 미국의 하수인이 되는 꼴로 중·미 전략경쟁 또는 신냉전의 희생양을 자초하게 된다. 이러한 구도를 미리 막는 게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급격히 강화되고 있어 한반도가 미국에 의해 바둑판 사석이 된 우크라이나 꼴로 내몰릴 위험이 적지 않다. 특히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도전으로 무력충돌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질 위험이 있다”며 “이는 바로 한국에 직결된다. 왜냐하면 남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평택미군기지가 있고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클리서울>은 젊은 학자들 못지 않게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고 있는 노(老) 교수의 정세분석을 옮겨봤다.

 

ⓒ위클리서울/ 디자인 =이주리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원인은 크게 6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미국 주도 유럽 나토의 방조로 탈냉전 당시 소련과의 약속을 어기고 나토의 동진확장을 꾀해 러시아의 안보라인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타격하는데 5~7분 밖에 걸리지 않는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 러시아의 핵심 안보라인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둘째, 2002년 미국은 MD(Missile Defense)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맺은 100개로 제한한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 제한 조약 (Anti-Ballistic Missile Treaty)’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폴란드 등 동유럽에 MD 등을 배치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이곳에도 MD 등이 배치되고 러시아가 5~7분 내에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게 된다. 이는 러시아에 엄청난 안보위협이다. 셋째, 2014년 미국의 네오콘 빅토리아 누란드 (Victoria Nuland, 바이든정부 국무부 서열 3위)), 제이크 설리반(Jake Sullivan, 현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당시 부통령 부보좌관), 메케인상원의원, 바이든 당시 부통령 등이 기획 및 관여한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친 러시아 정권이 무너졌다. 각본대로 친미 신나치정권이 집권하면서, 동부 돈바스지역 러시아인 거주 중심지역에서 자치를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 대한 무력공세를 강행해 내전이 발생했다. 넷째, 내전이 발생하자 2015년 독일·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2개의 자치국이 ‘민스크 협정’을 체결해 휴전과 친러 지역 자치권 보장 및 러시아어 공영화에 합의했으나 미국의 사주로 우크라이나가 이를 어기고 살육전을 감행한 것이다. 이 내전의 결과 우크라이나 신나치 세력이 중심이 되어 8년 동안 약 1만4000명이(대부분 러시아인) 희생되었다. 다섯째, 2014년 쿠데타에 관여했던 미국의 주역들이 바이든 정권에서 실세가 되면서 집권하자말자 6억5000만달러 지원을 필두로 군사고문단 파견, 첨단무기 대량 공급 등 군사지원 강화, 러시아 턱밑인 흑해에서 나토군 대규모 해상연합훈련 실시, 우크라이나 나토가입 종용 등 러시아 핵심안보라인에 대한 위협을 자행했다. 이의 연장선에서 우크라이나 나토가입이 급물살을 탔다. 여섯째,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과 관련 러시아의 위기감이 폭발해 2121년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면서, 미국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비(非)가입, 중립화, 탈(脫)나치화, 동유럽 전략무기 비배치 등을 서류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외면했고 결국 무력충돌로 귀결되었다.

 

- 애초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나. 이를테면 우크라이나 쪽에선 어떤 외교정책을 펼쳐야 했나.

▲ 1991년 탈냉전 당시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소련에 약속한 나토 동진을 하지 않는 원칙에 따라 나토가입 시도를 하지 말아야 했다. 또한 핀란드처럼 중립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안보위협의 발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이는 양국 무력충돌 후 휴전협상에서 젤렌스키 정부에서도 수용의사를 밝힌 정책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전쟁의 장기화를 꾀하고 있어 이런 우크라이나의 정책 또한 현재로는 실현되기 어려운 정책에 불과하다.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우크라이나가 대미 자주성을 가지고 사전에 추진했어야 했다.

 

-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피부로 크게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이다. 러시아에게 있어 우크라이나의 외교는 과연 얼마나 위협적인가.

▲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산이 거의 없는 대평원으로 나폴레옹과 히틀러 나치 당시 러시아 침공의 통로였을 정도로 러시아에게는 대 유럽 방어라인의 핵심이다. 나토는 탈냉전 당시 12개 국가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30개 국가로 확장시켜 러시아를 서쪽과 남쪽에서 포위하고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이곳에 탄도미사일과 미사일방어체계(MD)가 배치될 것이다. 이 경우 푸틴의 지적처럼 러시아가 5~7분 내에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게 된다. 이는 미국의 바로 밑인 쿠바에 러시아가 미사일을 배치한 것과 똑같다. 1962년 쿠바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은 소련과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위험성이 아주 높은 쿠바 봉쇄명령을 내려 3차 세계대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 소련의 양보로 인류가 지구 종말이란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도 태평양 한 구석인 솔로몬제도가 중국군이 주둔할 수 있는 협정을 중국과 맺자, 미국과 호주가 야단법석이다. 안보 문제에서 미국패권주의 하의 서방은 당연히 상대편인 러시아나 중국의 입장에서 세계와 세상을 보려는 최소한의 기본은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이를 거의 완전히 외면해 온 게 탈냉전 이후의 현주소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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