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평일 전환 검토…마트노조·소상공인 반발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에 휴업을 진행하는데, 이를 지방자치단체 역량으로 평일로 바꾸는 것이다. 대도시인 대구광역시에서 가장 먼저 검토에 나선 만큼 전국으로 확산되고, 결국 월 2회 휴업이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구시의 이 같은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트 노동자들은 ‘주말에 쉴 권리’를,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의무휴업일 평일로 전환하는 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트노조가 지난 12월 20일 대구 달서구청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검토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마트산업노동조합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뭐길래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되며 도입됐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대형마트 근로자 휴식 보장 등을 위해 도입됐다. 편의점처럼 24시간 영업이 아닌,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이 제한된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기업형슈퍼마켓(SSM)도 포함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무휴업일은 골목상권 보호 효과가 미미하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과 식자재마트 등의 시장 규모만 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의 58.3%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소비자의 30.8%는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27.5%는 ‘평일 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 완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제도 유지’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30.1%, ‘의무휴업 일수 확대 등 규제 강화를 원한다’는 소비자는 11.6%에 그쳤다.

또 공휴일에 집 근처 대형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했다. 소비자 59.5%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을 방문할 때 입점 점포 및 주변 상가를 동시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 결과에 대해 당시 전경련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기존 유통정책의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규제 등 규제 강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유통법 논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유통산업 환경을 고려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유통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사에서도 소비자 인식은 비슷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인식을 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67.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구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검토”

유통산업발전법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광역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은 지난 19일 북구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대·중소 유통업계와 지역 유통업 발전 및 소비자 편익 향상을 위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진행했다.

협약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지역 8개 구청장·군수,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 회장, 사단법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행정과 정책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중소유통업체는 자기경쟁력 확보에 노력하고, 대형유통업체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대형유통업체는 중소유통업체가 제안한 사안을 적극 지원·시행하고,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에서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마트 문을 닫는다. 의무휴업일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지자체 권한으로 요일을 변경할 수 있다. 대구시는 이 같은 법 조항을 근거로 평일 전환을 추진해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유통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과도한 영업규제라는 목소리가 있다”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쇼핑 편익을 제공하고, 유통업계 간에는 상생협력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지역 상권 활성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이익 크지만…노동자·소상공인 반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되면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은 1년에 수천억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증권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동 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연 매출이 각각 3840억원, 1728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할인점 매출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의무휴업일 규제가 오히려 주변 상권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020년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해 폐점한 대형마트 7개점과 주변 상권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1개 점포 폐점 후 주변 상권 매출은 반경 0~1km에서 4.82%, 1~2km에서 2.68%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광역시 중 처음으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검토하자 다른 지역에서도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다만 마트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센 만큼, 이해관계자 간 최종 협의에 이르기 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산업 노조 조합원 20명은 대구시가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발표하던 당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강당을 점거하고 집회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노조 측은 “대구시는 이해당사자인 마트 노동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한 달에 두 번뿐인 온전한 일요일 의무휴업을 지켜달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뿐 아니라 서비스 관련 노동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지역경제살리기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위원회 등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대구시 의무휴업 무력화 규탄 및 유통법 개악 저지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의 일요일 노동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고, 사회도 회사도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일할 것만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이 재벌들의 편에서 온갖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악 시도를 하는 것은 온 사회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의무휴업일 폐지가 막히자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 지역의 자영업자분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 대화를 시도했던 마트 노동자분들을 경찰력을 이용해 강제 연행했다”라며 “불법적, 강압적 행위들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철저히 지역 상인,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상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위원회도 같은 의견이다.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대구광역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과 관련한 협의체 구성이 다수의 소상공인을 배제한 채 일부 단체만 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에 제한을 둔 것은 시장, 골목, 상가 등 다양한 공간에서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소유통업장의 상생과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라며 “그러나 이번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추진 협약식’의 참여대상을 살펴보면 유통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과연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유통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를 포함해, 진정한 대중소 유통업의 공존과 공생이 이뤄질 수 있는 구성원들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화는 이르면 2023년 초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의 주가가 잠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월 22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3년 이마트 매출액은 29조4000억원, 영업이익 476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최근 논의되는 의무휴업 규제 완화도 이마트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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