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위해 TF 꾸리고 대응
경매유예,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저리대출 등 논의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불렸던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 사건 이후 인천‧동탄‧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청년 세입자 3명이 사망하면서 놀란 정부여당이 발빠르게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수천명에 달하고, 그 피해 액수도 수억원에 달하는 만큼 국가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20일 당정은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유예 △임차인에 우선매수권 부여 △낙찰자금 마련시 저리 대출 지원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수익 전액몰수 등을 골자로 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어제 전세사기로 고통 받다 안타까운 선택을 하신 희생자분의 빈소를 찾아가 뵙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왔다”며 “대책 마련과 조속한 실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범들은 부동산 광풍 시기에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소유권수십 수백채를 취득하는 형태로 임차인들의 임대 보증금을 챙겼다. 빌라왕 김씨는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일대에 1200여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소유한 상태로 사망하면서 피해자들의 보증금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거주하던 곳은 경매로 넘어가버렸다. 자금은 물론 삶의 터전까지 잃은 이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해 내부에 TF를 구성하고, 국토교통부 외 법무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세사기 문제를 언급하면서 “비통한 소식이다. 전세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다. 비극적 사건의 희생자 역시 청년 미래세대”라 지적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에서는 피해자에게 정부가 먼저 보상을 해주고, 이후 사기범들로부터 이득을 환수해 돌려받는 형태의 구상권 청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피해주택을 국가가 사들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당정은 그 경우 피해자 구제가 아닌 채권자에게 예산이 돌아가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채무조정이나 정책상품 저리 대출 등의 금융지원에 나섰다. 피해자 중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채무자 특례채무조정을 적용하고, 경매낙찰대금 마련이 필요하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의 한시적 완화도 시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세사기에 대해 정부가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중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서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대출 공급에 나섰다.

우리금융그룹은 전세사기 피해 해결에 동참하고자 ‘우리가(家) 힘이 되는 주거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피해자 대상 5300억원 규모의 주거안정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통해 전세피해 확인서가 발급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며 전세대출, 구입자금대출, 경락자금대출 등 3가지 대출지원방안을 마련해 즉각 실시한다.

경찰도 발 벗고 나섰다. 20일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임대인이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전세사기를 벌이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가 이뤄졌다면 단순 사기죄가 아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가중 처벌한다는 구상이다.

경찰은 전세사기 사건에 전담팀을 투입해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고, 기소 전 수사단계에서 범죄수익 몰수·추징도 시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매주 전국 수사지휘부 회의를 열어 수사·단속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응책을 논의한다.

가장 핵심적으로 언급되는 ‘경매 유예’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미 일부 피해주택의 경우, 금융사들이 채권을 추심업체에 넘긴 상태인데다가 대형 금융사들이 동참하더라도 다른 사채업자들까지 동참하게끔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선 보상, 후 구상권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범죄수익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고스란히 혈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칫 형평성 논란에까지 불이 붙을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내놓은 대안들 중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우선적으로 경매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우선매수권’이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낙찰을 받은 뒤, 자금 마련에 있어 정부가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재기를 돕는 형태가 이상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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