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직무성과급제 전환 '발판'...하향평준화 '우려'"
학계, "동일임금 원칙 정립해야...호봉제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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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여당이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을 뒷받침하는 임금 관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동일노동·동일임금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일 뿐 아니라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원칙이다.

이번 법안에는 현행 근로조건 차별금지 항목인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에 고용형태를 추가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간 근로조건을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사용자가 동일한 사업 내에 고용 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 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토록 해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했다.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용자가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민주노총은 “여당이 ‘동일노동·동일임금’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은문구만 놓고 보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용자 편향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법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비정규직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계약형태에 의한 차별만을 금지하고 있다”며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상당히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사용자가 정하게 하고 근로자대표의 의견은 청취의 대상일 뿐”이라고도 짚었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법안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악, 즉 ‘직무성과급제 도입 및 확대’ 등과 연동돼 상위의 임금을 깎아 전체 임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소수의 최상위 임금 노동자와 전체 노동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법안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연공서열 위주의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오르는 체계이며 직무급제는 일의 종류에 따라, 성과급제는 맡은 일의 성과에 따라 연봉이 갈린다.

이에 비해 학계는 이제라도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개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국가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임금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호봉제를 무조건 고수하는 것이 미래세대가 원하는 임금체계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임금체계의 원칙으로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반영한 직무급제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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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우택 국힘 의원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의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지자체장이 관할구역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자체장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받는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임금지원 비용은 정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및 지방소멸대응기금(인구감소지역 한정) 등을 통해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금·물가수준에서 지역 간 격차가 커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역산업·일자리 수요공급 불균형 해소 및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이번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게 정우택 의원의 설명이다.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추진처럼 최저임금의 취지를 훼손하는 법안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는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상으로 업종별 차등적용도 추진할 수 있지만 저액의 최저임금 업종의 낙인화 등으로 인해 시행 첫 1년에만 시행되고 그 이후로는 동일한 금액을 적용해 왔다”며 “이런데도 여당에서 지역별 차등적용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소멸 위기를 빌미로 지역별 차등적용을 밀어붙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시행까지 발판을 깔아주기 위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업종별 구분이 적용되고 이듬해부터 전 산업에 같은 금액의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지난해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공약함에 따라 최임위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가 진행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 관계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시행되면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의 낙인화가 발생해 오히려 불평등이 초래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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