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 등 근로자성 인정·퇴직연금 등 보장 확대
한국, 고용·산재보험 가입률 절반 이하

서울의 한 거리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정차해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장 사각지대가 여전히 넓어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 확대 동향’ 보고서에서 “많은 국가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 독립계약자 등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사회보장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임금노동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보호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생명보험 리서치업체 림라(LIMRA)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노동자에 비해 플랫폼 노동자는 소득 수준이 더 낮을 가능성이 높으며, 건강보험, 생명보험 및 연금 가입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지역 플랫폼노동자의 50% 이상과 미국 플랫폼노동자의 42%는 보험이나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주요국들은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로 분류하고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에서는 2020년 플랫폼 노동자를 일반 노동자로 분류하는 법안이 발효돼 2027년부터 플랫폼노동자와 같은 저소득 노동자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으며 최저임금, 건강보험 등 법에 따른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영국에서는 2021년 2월 우버(Uber) 운전자에 대해 독립계약자가 아닌 노동자로 분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우버가 같은 해 처음으로 운전자를 위한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는 등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확대하게 됐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후생연금·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를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프리랜서 및 플랫폼 노동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올해 4월 프리랜서보호법이 가결되면서 위탁사업자에 대해서도 급여, 출산・육아휴직 등과 관련된 계약 조건의 명시가 의무화됐다.

싱가포르의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자문위원회는 2022년 11월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업무시간 동안 발생한 상해에 대해 일반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상해보험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에 정부는 해당권고안을 수용해 빠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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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플랫폼노동자에 대해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을 적용키로 하는 등 사회보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노동자수(온라인플랫폼 중개·알선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수입을 얻은 노동자)는 2021년 219만7000명에서 2022년 291만9000명으로 72만2000명(32.9%) 늘어났다.

플랫폼노동자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 데는 2018년 대법원의 학습지 교사 판결의 힘이 컸다. 당시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근로자 개념을 넓혔다.

이 판결 이후 정부와 국회도 플랫폼노동자의 사회보장 확대에 나섰다. 올해 7월부터는 배달원 등 특고·플랫폼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된다. 정부는 보호망 밖에 있던 92만5000명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산재 적용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산재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추진됐다. 해당법안은 산재적용 요건 중 특정 사업장에서 일정 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을 14년 만에 폐지해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의 고용·산재보험 가입률은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2월 예술인을 시작으로 2021년 7월 특수고용직 12개 직종으로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해 왔다. 지난해 1월1일부터는 배달라이더 등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 같은 플랫폼노동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2021년 29.1%에서 지난해 46.4%로 17.3% 증가했으며 또 산재보험 가입률도 같은 기간 30.1%에서 36.5%로 6.4%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규직 근로자의 가입률(2021년 기준 고용보험 94.2%, 산재보험 97.8%)과 비교하면 여전히 플랫폼노동자들은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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