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계약해지 요구 잦아...거부 시 태업"
인권단체, "강제노동 금지협약 위반...개악안 철회해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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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가 외국인근로자를 대거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지역 제한 등을 강화해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2차 빈 일자리 해소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건설업·해운업·수산업·자원순환업 등 4개 업종을 빈일자리 업종에 신규 추가했다.

빈 일자리란 현재 구인활동을 진행 중이며 1개월 안에 채용돼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한다.

정부는 4개 신규 업종에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쿼터를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단순외국인력(E-9) 비자의 쿼터와 허용업종 확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주노동자 유입은 대폭 확대된 데 반해 현행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한 것을 넘어 이번에는 ‘지역 제한’까지 추가되면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지역 제한 등이 강화될 전망이다.

고용허가제란 2003년 제정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4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중소기업이 한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자 신분으로 한국인 근로자와 같이 노동법을 적용받게 된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이 일할 회사를 변경하는 ‘사업장 변경’은 회사의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 한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일로부터 3년 내 3회 신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경영계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이 회사와의 근로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외국인력 활용실태 및 개선사항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위한 근로계약 해지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기업의 52.4%가‘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근로계약 해지 경험이 있는 기업이 이를 거부한 경우 외국인근로자들은 ‘태업’(41.1%), ‘무단결근’(14.8%), ‘무단이탈’(8.7%), 단체행동(4.2%)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근로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유로는 ‘먼저 입국한 지인의 이직권유’(35.4%)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 인상’(24.7%), ‘업무강도 낮은 곳으로 이직’(22.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수도권 또는 도시지역으로 이직한 경우는 9.1%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경영계의 애로사항 해소 등 차원에서 그동안 업종 내에서 전국 이동이 가능했던 사업장 변경제도를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지역 제한 방안을 오는 9월 입국자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정부 개편안으로 수도권으로의 이직을 위한 사업장 변경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지인의 권유나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한 이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사업장 변경가능횟수를 줄이고, 태업 등의 불성실한 근무태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적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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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과 이주인권단체들은 “현행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3년간 3회로 제한하고 있어 ‘강제노동 금지원칙’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지역 제한까지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핵심협약 중 하나인 ’강제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105호)‘을 아직 비준하지 않아 우리나라가 이 조항을 준수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ILO는 핵심협약에 대해 모든 회원국이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차별금지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에 걸친 8개 협약을 말한다.

이들 단체들은 “이주노동자도 노동자이고 사람"이라며 "노동자로서, 사람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3D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짧은 기간 데려와 착취한 뒤 돌려보내는 존재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이주노동자도 강제노동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사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함께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개악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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