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처우 개선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산업단지가 제조강국 한국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 왔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임금노동에 시달리거나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휴게시설 없는 사업장서 근무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 5377명의 미조직 노동자 중 경남지역 566명에 대해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업단지 노동자 31.3%는 무료노동·공짜노동(조기출근·무급노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 체감경기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무료노동·공짜노동의 전체평균 26.8%보다 높았고. 주간 노동시간별로는 1주 52시간 초과 노동자의 무료노동·공짜 노동의 비율이 42.3%로 거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산업단지 노동자는 70.2%에 불과했으며 무급휴일은 19.2%, 연차 대체는 5.9%로 나타났다.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비율 중 정규직은 79.6%, 비정규직은 38.7%로 고용형태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에 따른 차별도 심각했는데,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중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62.1%에 불과했다.
공휴일에 쉬지 않는다는 노동자도 4.9%가 있었다. 특히 공휴일에 ‘쉬지 않음’ 비율은 비정규직(14.1%), 30인~99인미만 (10.4%), 30대 이하(8.3%), 15시간 미만 노동자(7.5%)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미사용 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노동자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치는 것(42.7%)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당도 지급받는다는 노동자가 42.7%,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수당은 지급받지 못한다는 노동자는 33.7%,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지만 수당을 지급받는다는 노동자는 10.5%, 자유롭게 사용하지도 못하고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9.8%로 나타났다.
노동자 10명 중 3명(31.8%)은 휴게시설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시설이 없다는 응답은 남성(24.3%)보다 여성(38.1%)이 높았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5인 미만(43.8%), 5인~19인(39.7%), 20인~29인(35.1%), 30인~99인(32.2%)의 순으로 ‘휴게시설 없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국민연금 가입 비율은 90.5%에 그치고 미가입 비율은 5.3%로 나타났다. 남성(91.7%)보다 여성(89.7%), 정규직(98.0%)보다 비정규직(65.2%)의 가입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또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의 가입률은 82.7%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등 열악한 노동자권리 박탈·차별 안 돼"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단지 노동권 실태와 법제도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산업단지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노사관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 노동자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단지 노동자들은 무료노동·공짜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무료노동의 해결방안의 하나로 출퇴근 기록을 의무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의 출퇴근 기록은 19.9%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5인미만 사업장의 절반 이상(51%), 비정규직(24.0%)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출퇴근 기록을 통한 무료노동 근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전체적으로 70.2%였지만, 고용형태 및 사업체 규모에 따른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산업단지 노동자 노동권 향상이 중요한 만큼 여성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작은사업장 노동자일수록 노동의 권리가 박탈되어나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산업단지 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이들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개선 과제를 반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장의 원활한 설립, 양질의 지역 일자리 확보 및 유지를 지원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고 ‘산업단지 근로자의 고용 및 처우개선에 관한 기본기준’을 정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단지관리지침의 기초적인 내용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수출을 핵심 동력으로 경제성장을 이뤄왔고, 그중에서도 산업단지는 제조 강국인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며 “산업단지는 제조업 생산의 61%를 차지하며 고용의 54%인 227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그러나 20년 이상 노후화된 산업단지는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노동자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의 거점 역할을 하는 산업단지의 역량 성장과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