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햇살론 등 못 갚는 인원 증가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우리나라 청년들의 ‘빚’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생활비 등을 위한 근로자 햇살론, 주거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 등등 불가피한 선택이 돼버린 대출이 이어지면서 이를 갚지 못해 생기는 연체율과 체납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졸업→빚더미…학자금 체납률 10년만 최고

취업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의 비중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체납액과 체납 인원도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학자금 규모는 3569억원이다. 2018년 2129억원에서 4년 만에 67.6%가 증가했다. 지난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의무 상환 대상자는 29만1830명으로 2018년(18만4975명)과 비교하면 57.8% 늘어난 수치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연 300만원 한도)를 대출해 주고 소득이 발생한 후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하는 제도다. 기존 학자금대출이 소득 발생 이전에도 이자를 상환해야 하고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상환기간이 정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2009년 도입됐다.

국세청은 대출자의 전년도 연간 소득 금액이 상환 기준소득을 초과하는 경우 의무 상환 대상자로 정하고 상환을 시작한다.

상환 의무가 발생했는데도 갚지 못한 체납 학자금은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학자금 체납액은 552억원으로 2018년(206억원)의 2.7배 규모에 달했다.

체납 인원도 2018년 1만 7145명에서 지난해 4만 4216명으로 2.6배 늘었다. 체납률은 금액 기준으로 15.5%였다. 이는 2012년(17.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고도 학자금 대출을 못 갚을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소득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고용 호조 상황에서도 청년층의 고용 지표는 여전히 침체해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취업자는 전년동기대비 10만 3000명 줄어 10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용률도 47.0%로 1년 전보다 0.3%p 줄어 모든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양경숙 의원은 “사회에 첫발을 떼기도 전에 빚을 지는 청년 체납자들이 양산돼서는 안 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채무자 대상으로 상환을 유예하고, 납부 가능성이 높은 체납자 위주로 징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근로자 햇살론’ 역시 절반 이상이 2030세대가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햇살론은 현 직장 1개월 이상 근로중이며 최근 1년내 3개월 이상 재직자이면서 연간 근로소득 금액이 3500만원 이하 또는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100분의 20 이하면서 연간 근로소득 금액 4500만원 이하인 자를 위한 공공기관 정책지원금이다. 연 11.5% 이하 대출금리로 3년 또는 5년 기간 최대 2000만원을 빌려준다.

최근 서민금융진흥원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햇살론 공급액 3조5000억원 중 20대 이하와 30대 공급액은 각각 9917억원, 1조 793억원으로 전체의 54.1%를 차지했다.

40대 9168억원(23.9%), 50대 5911억원(15.4%), 60대 2258억원(5.9%), 70대 이상 237억원(0.6%)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공급 규모가 작었다. 올해도 7월까지 전체 근로자 햇살론 공급액 2조 4542억원 가운데, 20대 이하(6319억원)와 30대(6744억원) 비중의 합은 53.2%로 나타났다.

소득 구간별로 공급액을 보면 지난해 기준 연소득 2500만원 이하는 1조 4123억원, 2500만원 초과~3500만원 이하는 1조 710억원으로 3500만원 이하가 전체의 81.3%에 달했다. 반면,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고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에 속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7152억원이 공급돼 전체의 18.7%에 불과했다.

김 의원실은 근로자햇살론의 대상 2개 그룹 중 연소득 3500만원 이하 그룹이 대부분인 것으로 앞서 연령대별 공급규모가 2030세대가 절반을 차지하는 것과 함께 고려하면,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청년들의 소득도 대부분 낮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근로자햇살론 공급실태를 통해서도 청년 빚과 저소득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 청년 등 취약차주 지원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고, 채무조정, 취업 등 연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클리서울/디자인 이주리 기자

고금리·고물가에…빚 못 갚는 청년 늘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청년층의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은 1년 사이 2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19개 국내 은행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청년층의 연체율은 1.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0.7%보다 2배 증가한 수치다. 30대 연체율도 0.6%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0.3%)보다 두배 늘어났다.

40대와 50대 연체율은 모두 0.5%로 0.2%p 상승했다. 60대 이상 연체율은 0.8%로 같은 기간 0.3%p 올랐다. 신용대출 차주 수는 20대와 60대 이상에서만 늘어났다. 전체 신용대출 차주 수는 올 6월 말 기준 688만 6815명으로, 1년 전보다 2만 5000여명이 감소했다. 그러나 20대 차주는 69만 1948명으로 1년 새 약 8만명 증가했다. 60대 이상 차주는 87만 3330명으로 약 3만명 늘어났다.

6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163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184조 4000억원에서 약 20조원가량 감소했다. 신용대출 잔액은 40대가 59조 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7조 5000억원으로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홍 의원은 “저금리, 양적완화, 자산가치 상승 황금기의 ‘이지머니’가 20~30대를 저축하던 세대에서 빚 내는 세대로 변화시켰다”며 “불안정한 소득 기반에 고금리, 고물가까지 맞물려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위클리서울/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쳐

청년층 이용하는 인터넷은행도 연체 ↑

청년들의 빚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도 번져나가고 있다. 매년 이용 고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금리인상으로 연체 금액 역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인터넷은행 3사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비상금대출 잔액과 연체 잔액은 ▲카카오뱅크 2조3069억원, 175억원 ▲토스뱅크 1908억원, 12억원 ▲케이뱅크 1625억원, 13억원으로 집계됐다. 3대 인터넷은행 누적연체금액은 200억원을 넘겼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2020년 연체금액이 25억원에서 6.8배 상승한 175억원을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175억원 중 123억원(71%), 토스뱅크 12억원 중 8억5500만원(71%), 케이뱅크 13억원 중 7억 8200만원(60%) 등이다.

인터넷은행은 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비상금 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을 통한 일종의 보증 보험 방식이기 때문에 이 보증서를 받을 수 있는 개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신용등급(CB) 1~6등급을 대상으로 비상금 대출을 내주고 있다. 대출 방식은 마이너스통장(한도 대출)이다.

서류 제출과 심사를 간단히 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집행하다 보니 비상금대출의 금리는 높은 편이다. 9월13일 기준 연이율은 카카오뱅크 4.795~15.00%, 토스뱅크 6.24~15.00%, 케이뱅크 6.01~15.00% 수준이다. 연체한 경우 대출한 금리에 3%p가 더 붙는다.

윤 의원은 “손쉬운 대출에 사회 초년생들의 연체가 증가하고 있어 대출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고금리, 고물가에 경기침체까지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정교하고 선별적인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진행하는 다양한 청년 자산형성 제도 사업들이 현실성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조사를 보면 2017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가구주 모두 부채 보유 비율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특정 소득계층에게 쏠린 지원 ▲가입연도에 따라 최종 수령액에 차이 ▲청년들의 근속기한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 조건 ▲다양한 부처에서 유사한 사업 운영에서 오는 선택 혼란 ▲복잡한 절차와 서류 준비 등으로 정부 정책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청년들이 요구하는 정책의 개선방향은 제도 대상층 확대, 소득기준 완화, 공공영역에서의 경제(금융) 교육 제공, 현실성 있는 대출정책 마련, 임대주택 및 신혼부부 특공 제도 개편, 이행기 청년 지원 확대 등”이라며 “향후 유관 정책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이행돼야, 청년자산형성지원 제도의 효과성과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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