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권은 어디로’ 어느 초등교사의 바람-2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 요즘 도심 곳곳에서 집회가 한창이다. 집회에는 참석하는지.

▲ 전교조 등 단체에 가입한 이력은 없다. 그저 평범한 교사로 살고 있다. 사실 집회에 나갈 시간이 없다. 막 태어난 두 아이를 기르느라 여념이 없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교사의 자율권 보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 교사의 자율권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

▲ 예를 들어보자. 보통 시험에서 답이 맞으면 교사가 아이의 시험지에 동그라미를 긋는다. 틀리면 사선을 긋지 않는가. 그것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방법 아닌가? 그런데 요즘은 학부모에게 전화가 온다. 사선을 그으면 아이가 상처 받는다며 ‘별표’로 만들어달라 한다. 그런 전화를 받는 상황이다. 인성 평가 등도 제대로 작성할 수 없다. 학교로 찾아오는 학부모가 일일이 서류에 관여한다. 조금만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 윽박지르기 일쑤다. 테러 수준이다.
 

- 학부모들로 어떤 일들을 당했나.

▲ 셀 수 없다. 한번은 한 아이가 계속 옆 친구를 괴롭혀서 수업에 방해된다며 그만하라고 다그쳤다. 다음날 바로 아이 아버지가 찾아왔더라. 친구들 보는 데서 아이를 야단쳤으니,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창피감을 당했다며 따지는 것이었다. 위축되어서 학교를 가기 싫다고 했단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결국 교장에게 불려갔고, 학부모에게 고개 숙여서 죄(?)를 뉘우쳐야 했다.
 

- 상황이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 대한 교육 열정이 뚝 떨어질 것 같은데.

▲ 한번은 학 아이가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보고 있더라. 교실 뒤쪽에 앉은 아이인데, 다른 한쪽 걸상에 두 다리를 올리고 당당하게 만화책을 보는 거다. 그래도 저는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를 야단쳤다가 학부모들로부터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수업시간 중 아이의 태도가 좋지 않다’는 둥의 평가도 쓸 수 없다. 학교로 찾아올 게 뻔하니 말이다. 수업 분위기는 당연히 엉망이 된다. 그리고 만화책을 읽지 않는 다른 학생들도 교사를 무시하게 되는 분위기다.
 

-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은 없는지.

▲ 비일비재하다. 만화책을 보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학생이 한 둘이 아니다. 한번은 교실을 자기 안방 드나들 듯 하는 아이가 있길래 호통쳤더니 제게 바로 반말을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했다. 역할이 교체된 것 같다. 하긴 요즘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존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 여교사의 경우는 스트레스가 더욱 클 것 같다.

▲ 당연하다. 특히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사회초년생일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제 막 교권을 잡은 20대 여교사들은 가정에서 오냐오냐 키운 세대에 속한다.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랐지 않겠는가. 상처도 쉽게 받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날엔 그나마 덜 한데,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오는 날엔 그날로 녹초가 된다. 가끔 교무실에서 눈물을 훌쩍이는 상황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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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엔 교사가 학생을 너무 폭압해서 문제였는데.

▲ 그런 시절이 있었다. 우리 세대도 코피 터지면서까지 두들겨 맞고 살아온 세대다. 물론 그 시절도 잘못됐었다. 저도 저를 구타한 스승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린다. 그런데 제가 어린 시절엔 교사들에게 두들겨 맞고, 지금 저는 또 학생-학부모들에게 괴롭힘 당한다고 생각하니 손해 보는 기분이다(웃음). 제 또래 교사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도 그런 까닭에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 어쨌거나 현재 학교 현장, 문제가 많아 보인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극성스럽진 않을 것 같은데.

▲ 물론이다. 아직까지 두사부일체라며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학교에 찾아와서 고생이 많다며 집에서 손수 싼 도시락 등을 주고 가는 학부모들도 있다. 때론 학생들도 선생들에게 특별한 행사와 관계 없이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이 부모님이 선생님들을 자신의 식당으로 초대했다. 자신의 아이 학교 생활이 어떠냐며, 걱정이 많다며 상담을 한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꽤 많은 식비가 나왔다. 물론 함께 온 선생님들과 나눠서 계산했다. 아이 아버지가 계산한다고 했지만, 김영란법 때문인지 요즘은 되도록 얻어먹는 분위기가 아니다(웃음).
 

- 그런 학생과 학부모들 덕에 버티는 것 아닌가.

▲ 글쎄. 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괜찮은 학생과 학부모가 많지만, 반대 쪽 경우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안 그래도 전출 신청을 할 계획이다. 도시의 학교생활에는 지쳤다. 아내와도 이미 얘기가 끝났다. 처음 부임했던 성주와 같은 곳이면 적당하겠다. 심적으로나 향후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월급은 같으니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시골로 갈 계획이다.
 

- 끝으로, 교사로서 교육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교사 행정업무 줄이겠다’, ‘교권침해 소송 비용도 지원하겠다’ 등의 이주호 장관의 공언은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가정에서부터 교육이 중요하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 되면 아무리 실력 있는 교사가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놓아도 소용없다. 그저 가정교육을 증진시킬 수 있는 어떤 기관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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