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4000명 대상 조사서 직원 3분의 2 이직 사유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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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호재 기자] 미국과 영국에서 젊은 직장인들이 회사의 환경 정책이 자신의 가치관과 상충할 시 퇴사하는 일명 '기후 퇴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운동가이자 유니레버 전 CEO 폴 폴먼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근로자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기후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회사는 몇 가지 좋은 사업 계획 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 등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폴먼이 영국과 미국 전역 4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3분의 2가 기업의 환경 파괴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회사가 환경에 대해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 자신이 속한 회사가 환경윤리에 대한 불일치한 경향을 보일 경우 퇴사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폴먼은 "이 결과는 사람들이 지금 위기에 대해 얼마나 깊이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자신의 가치를 공유하고 더 희망적인 미래에 기여하고 있는 회사에 시간과 재능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의 방향과 자신의 가치관이 달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눈길을 끈다.

독일 쾰른 Next Kraftwerke 에너지의 모회사 쉘(Shell)은 지난 6월 산유량 감축에 대한 기후 약속을 포기한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이후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트레이더로 근무하던 Steffen Krutzinna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일에 전적으로 전념했고 팀과 동료들과 함께 매우 행복했지만 환경적 책임에 대한 기업 가치의 중대한 변화가 있었고 그것에 동참하고싶지 않아서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와 제로의 길(Road to Net Zero)의 저자이자 조직 기후 행동 가속화를 돕는 컨설팅 서비스의 설립자 매튜 햄프셔 워(Mathhew Hampshire-Waugh)도 지난 2019년 투자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를 퇴사했다. 전 직장에서 그의 역할은 에너지 신기술에 초점을 맞춰 상장 기업을 분석하고 미래의 '승자와 패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자신의 연구 부서 내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팀을 설립하려 했지만 회사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그는 퇴사했다.

알렉시스 노만드 글로벌 탄소 회계 플랫폼 그린리 CEO는 "회사가 능력있는 MZ세대를 붙잡기 위해선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글로벌 연구기관 KPMG에 따르면 직원들이 기후 문제로 퇴사할 때 해당 기업들도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직원을 잃는 것 외에도 인재 풀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한 6000명의 영국 근로자 중 20%는 회사의 ESG 약속이 개인 가치와 일치하지 않을 때 일자리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으며 18세에서 24세 사이의 경우 33%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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