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인터스텔라(2014)’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지구의 환경은 완전히 붕괴됐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과 때때로 불어보는 앞이 보이지 않는 황사. 땅도, 대기도, 바다도 온전치 못하다. 농사를 짓지 못하니 식량난이 시작됐다. 이제 인간이 지구에서 살기란 요원치 않다.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으로 인해 폭동이 일어나고 무정부 상태가 시작됐다. 정부도 경제조직도 파탄이 나고 우주를 향해 연구하던 나사(NASA) 또한 해체됐다. 인류는 푸른 지구를 구하기에 참패했다. 환경단체의 경고를 무시하고 산림을 지속적으로 훼손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아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해졌으며 미세플라스틱과 거대한 쓰레기를 해양에 투기하면서 지구 환경은 날로 황폐해 져갔다. 챗GPT와 같은 범용 인공지능의 개발은 거대한 식수 자원을 낭비시켰다. 대량의 전기까지 투입되면서 인류는 전기 부족 현상까지 겪게 됐다. 지구는 이제 과거의 그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업보를 후손들이 짊어지게 됐다. 그 결과가 바로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 보이는 모습이다.

망해가는 지구, 인류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서기 2067년. 인류는 더 이상 지구에서 살기 힘들다. 날로 악화되어 가는 기상이변으로 폭염, 한파, 가뭄,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가 연이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기후 위기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병충해는 인간은 물론 농작물과 가축까지 몰살시켰다. 사방은 그저 황사 바람에 옥수수가 자라고 있는 밭뿐이다. 국가는 무정부 시대다. 정부 조직도, 경제조직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간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도시 기능은 마비 상태다. 한때는 푸른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달로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꿈을 가졌던 이들은 모두 죽고 그런 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어느 누구도 하늘을, 우주를 바라보지 않는다. 우주 개발 및 탐사를 진행하던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해체된 지 오래다. 먹고살기 힘든데 누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겠나? 배부른 소리. 전 국민은 오로지 농사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조셉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딸인 머피 쿠퍼(맥켄지 포이)와 장인, 아들 톰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전직 우주조종사이자 개발자다. 하지만 그 또한 이제는 우주에 대한 꿈은 모두 접은 체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아들이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조셉은 아들의 방에 몰아닥친 거대한 흙폭풍 속에서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모래자국은 2진법 표기로 어떤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셉은 딸 머피와 함께 모래자국이 남긴 좌표로 가본다. 이 좌표는 누가 표시한 것일까? 적대국? 외계인? 비밀 테러 조직? 좌표 근처에 갔다가 무장병력에게 잡히는 두 사람. 사실 이 장소는 비밀리에 재건된 나사(NASA)였다. 물리학자 존 브랜든은 앞으로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며 태양계 바깥에서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야 머피와 같은 후손들이 살아갈 수 있다며 조셉을 끌어들이려 한다. 하지만 조셉은 완강히 거절한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스틸컷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영화 ‘인터스텔라(2014)’ 포스터 ⓒ위클리서울/ 다음영화

블랙홀? 웜홀? 시간여행? 과학적 진실과 허구

존 박사는 조셉에게 ‘라자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준다. 라자로 프로젝트는 50년 전 외계에서 어떤 메시지가 온 이후로 시작됐다. 외계의 그들은 지구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타 행성을 찾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태양계만 오가는 데에도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태양계 바깥의 행성을 탐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이 제안한 것이 바로 ‘웜홀’. 벌레의 구멍이라는 뜻을 가진 웜홀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지만 대상을 소멸시키지 않고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시켜준다. 그들은 토성 근처의 우주와 연결되는 웜홀을 만들어 즉각적으로 시공간을 오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덕분에 비밀 NASA 조직은 그동안 12개의 탐사대를 우주에 보냈고 12개의 행성을 탐사했다. 그중 3개의 행성은 인류가 거주하기 적합한 곳으로 판단했다. 존 박사 일행은 인류를 타 행성에 거주시키기 위한 계획으로 2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현재 인류의 일부를 우주선에 태워 해당 행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중력방정식은 완벽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법은 새로운 행성에 수정란을 보내 그곳에서 새로운 지구 문명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조셉은 심사숙고 끝에 딸이 새로운 삶을 새로운 행성에서 이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박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조셉은 딸과 지구에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우주로 향한다. 드디어 찾은 첫 번째 행성. 조셉과 아멜리아는 그 행성에서 바다와 같은 거대한 물을 발견하고 환호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거대한 해일로 인해 두 사람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행성의 해일 속에서 보낸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었지만 우주선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지구 시간으로 23년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선 동료는 이미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되어 있었고 지구에서 아들 톰은 결혼을 하고 딸인 머피는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우주에서 시공간이 뒤틀려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영화 속 상상의 이야기에 불과할까? 몇 시간이 수십 년의 시간으로 변해버릴 정도로 큰 격차가 날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다.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밝혔던 중력파의 존재가 실제로 검증된 지금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도 아니며 지구에서의 시간과 우주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측정된다. 그야말로 시공간은 마치 그물 속에 빠진 볼링공의 모습처럼 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조셉이 블랙홀의 수평선을 통과해 지구를 왔을 때 이 모든 것들이 선명해진다. 블랙홀의 수평선은 웜홀과 같이 시공간의 왜곡을 가져다줄 수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조셉은 어린 시절의 딸 머피가 있던 책장에 접속해 책을 밀어 떨어뜨리며 딸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만 전달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우리에게는 플랜 A가 남았다. 플랜 A는 중력방정식을 완성해 인류를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방법이다. 그동안 중력방정식을 연구해 왔던 머피는 아빠가 우주 너머에서 보낸 과거의 모스 부호 표현된 메시지를 통해 중력방정식을 푸는 데 성공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과학적 진실과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지만 지구가 망해도 인류는 솟아날 구멍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 느꼈던 전율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