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지난해 초겨울 지구촌 마지막 허파라 불리는 브라질 아마존 산불이 계속 됐다. 브라질은 11월이면 우기가 시작된다. 이때쯤 아마존 일대는 나무를 자른 후 불을 질러 밭을 만드는 불법 화전이 성행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화전의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졌다. 단순히 산불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가뭄으로 인한 산불 증가는 기후위기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재난 신호다. 특히 아마존에서의 산불은 지구에 커다란 재앙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의 산소를 공급하는 거대한 열대산림의 보고 아마존이 산불로 인해 오히려 초대형 탄소 배출원이 되어 지구에 큰 위해를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아마존 연구소에서는 아마존이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할 경우 지구 기후에 파국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증가시킨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유엔(UN)은 올해 뜨거운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에는 폭염이 겨울에는 한파가 산에는 산불이, 바다는 쓰나미가 덮치는 기후 위기의 벼랑에 선 지구를 어쩌면 좋을까.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하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감동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지옥 불처럼 뜨거운 산불 속에서 진화를 위해 힘쓴 소방대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기후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지구에 켜진 기후위기의 적신호, 산불

지난해 7월 남부 캘리포니아 모바히 국립보호구역에 산불이 번졌다. 땅덩어리가 큰 만큼 산불이 일어나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당시 불탄 면적은 서울의 절반에 달한다. 초대형 산불로 이곳에는 최정예 소방대원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핫샷(Hotshot,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이라고 부른다. 2013년에도 또 다른 핫샷 멤버 20명이 야넬 산불 현장에 긴급 투입됐다. 그리고 이들 중 19명이 산불을 진화하다가 순직했다. 영화는 지난 2013년 미국 애리조나주 야넬 산불 현장에서 있었던 소방대원의 진화과정을 각색해 만들어졌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핫샷이라는 용어는 산불 발생 초기 단계 방어선 구축에 투입되는 소방대를 지칭한다. 이곳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처음부터 엘리트 정예요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지역소방대원으로 후발대에 속한 소방대원들은 최고 정예 소방대원인 ‘그래닛 마운틴 핫샷팀’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에릭 마쉬(조슈 브롤린 분)다. 그는 타입 2에 속하는 소방대 ‘크루 세븐’의 팀장이다. 미국의 소방대는 우리나라와 달리 소방대원을 타입 1, 2, 3으로 세 등급으로 나눈다. 하나의 크루는 약 20명으로 구성되는데 야구에서도 1군, 2군 나뉘듯 에릭이 팀장으로 있는 크루 세븐은 타입 2에 속하는 후발대다. 당연히 주발 선발대인 타입 1은 핫샷팀이다. 에릭이 지휘하던 산불 진화 현장에 산불이 점점 커지자 미 당국은 이곳에 타입 1인 최정예 소방대원 ‘핫샷팀’을 보낸다. 핫샷팀은 자신들이 정예요원이라는 점을 들어 에릭팀을 무시한다. “당신들은 2류이니 뒤에서 우리 뒤에서 지원이나 해라”는 식이다. 하지만 에릭의 의견대로 했다면 마을을 구할 수 있었는데 핫샷팀의 오판으로 마을은 잿더미가 됐다. 화마가 지나간 마을을 보면서 화가 난 에릭은 자신들의 팀원들을 핫샷팀으로 승격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영화 ‘온니 더 브레이브’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활동, 산불로 화답하다

영화에서 진한 감동을 주는 대표적인 인물은 브렌든 맥도너(마일스 텔러 분)다. 그는 훗날 야넬 산불지역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은 20명 소방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과거 브렌든은 마약을 하던 겁쟁이였지만 전 여자친구가 낳은 딸을 보고 책임지는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다. 에릭 팀에 합류하게 된 브렌든은 테스트 과정인 체력시험 현장과 이어진 화재진화현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보여준다. 그 결과 최약체인 브렌든을 비롯해 모든 팀원들이 그래닛 마운틴 핫샷팀으로 승격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이들은 여러 산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베테랑 핫샷팀으로 거듭난다. 흔히 화재가 발생하면 물이나 소화기나 건식 화확물질을 사용해 화재를 진압한다고 생각하지만 산불은 일반 화재와는 진화 성격이 다르다. 산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맞불을 놓기도 하고 흙을 파 산불이 더 커지지 않게 지지선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때문에 소방대원들을 이끄는 팀장의 순간적인 판단과 전략이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에릭은 기지를 발휘해 언제나 최상의 팀워크로 화재를 진화해 나간다. 이들은 마침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2013년 애리조나 야넬 산불지역에 투입된다. 당시 에릭은 은퇴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에릭은 캡틴에게 이번 화재까지만 맡고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현장에 투입한 이들은 경계선을 만들어 지지선을 확보하고 맞불을 놓으며 여느 때와 같이 불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비행기의 오판으로 지지선은 무용지물이 되고 새로운 경계선을 구축해야 했다. 자연의 힘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화마는 순식간에 인근 숲을 모두 불태우고 산 전체로 향했다. 예측하기 힘든 바람의 방향과 세기로 인해 불길은 점점 더 번지고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들은 화재의 최전방에서 모든 전략의 수를 강구하며 뛰어다녔다. 하지만 마을까지 위험해지자 이들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과정에서 브렌든은 구조되지만 다른 대원들은 고립된다. 어떻게든 화마에서 사람들을 지켜내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안전지대까지 불길이 덮쳐 모두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결국 중간에 구조된 브렌든을 제외한 전 대원이 사망한다. 브렌든은 무전을 통해 이들의 소식을 전해 듣고 절망감에 무너진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희망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브렌든은 자신만이 이들을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이들의 희생을 알릴 사람이라고 깨닫는다. 3년 후 브렌든은 자신의 딸을 과거 화재에서 지켜낸 2천 년 된 나무로 데려가 대원들을 추억한다. 야넬 힐 화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될 참담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산불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위기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산불은 지구에 켜진 적신호다. 영화는 사망한 소방대원들의 헌신과 노력을 간과하지 말고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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