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업무수행능력 불충분·위험성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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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자격·면허·취업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제도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당시 ‘모자보건법(산후조리원 설치 및 운영)’, 아이돌봄지원법(아이돌보미) 등 6개 법률은 정신장애인에 대해 자격이나 면허의 취득을 절대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공중위생관리법(이용사, 미용사, 위생사)’, 축산법(가축수정사) 등 17개 법률에서는 원칙적으로 정신장애인을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신과 의사의 진단 등으로 업무의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상대적·적극적)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토록 했다.

또 ‘도로교통법(운전면허)’, ‘건설기계관리법(건설기계조종사면허)’, ‘철도안전법(철도차량운전면허)’ 등 6개 법률은 정신장애인 중에서 의사의 진단 등으로 위험성이 인정될 때만 결격사유로 인정(상대적·소극적)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총 27개 법률에 존재하는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관련 결격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법령정비를 위한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앞서 권고조치 이전에 5개 법령이, 이후에 16개 법률이 개정돼 총 21개 법률이 개정됐지만 대부분 2017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법’으로 개정되면서 정신질환자의 정의가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중증의 정신질환자로 개정됨에 따라 이를 반영해 정신질환자 대상을 축소한 데 그쳤다.

아이돌봄지원법, 축산법, 건설기계관리법, 도로교통법, 철도안전법 등 6개 법률은 그나마도 개정이 되지 않았다.

이인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단지 병을 가졌다는 것이 자격 면허를 제한받아야 할 사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절대적 금지 또는 예외적 허용은 국내 및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아울러 “예외적 허용의 경우에도 정신질환 여부를 판명하는 정신과 전문의의 주관적 판단이 고정된 법적 지위나 엄격한 절차를 거친 법원의 선고 등과 동일시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과연 업무수행능력의 불충분이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절차에 따른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조사관은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편견에 편승해 법률로 사회복귀 및 통합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취업 자격 및 채용 제한 조항으로 인해 당사자 위축 및 사회 진입 및 진출의 장벽으로 작용하며 정신질환 치료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비용 증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관련 결격조항을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일 국회에서 '정신질환자 취업제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위클리서울/신현영 의원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불분명한 결격조항을 폐지하고 절대적, 상대적 결격사유를 자격 면허에 기한 업무수행의 적정성 평가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만우 선임연구관은 “자격・면허의 자동적 박탈이 아니라 자격 면허의 정지나 취득 제한을 행정처분으로 하고 그 이유를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이의 제기나 행정소송의 절차적 구제 수단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도 짚었다.

또 “정신질환의 치료 등에 의한 회복 시 자격이나 면허를 회복하는 절차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인 ‘재활법’과 ‘미국장애인법’이 있으면서도, 정신장애인의 자격제한은 각 주의 주 법률로써 독립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상관없이 자격증에서 허용하는 업무를 이행하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여 자격을 제한하고 있으며, 자격제한이라는 권리침해에 대해서는 이의절차 및 구제절차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EU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취업에 있어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를 강조하는데, 장애 등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과 직업에 있어 평등처우를 위한 일반적 체계구성의 지침’이 유럽연합 내 각국 고용차별금지의 바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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