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업계에 닭고기 공급 확대 요청...공정위, 가맹본부 실태조사 '돌입'
업계, "부대비용 부담 커 인하 어려워"...시장경제 혼탁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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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라면값에 이어 치킨값 인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들로부터 치킨 ‘3만원 시대’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닭고기 공급 확대부터 시작해 치킨업계의 가격 인하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닭고기 외에 여러 부대비용 인상으로 가격 인하는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가맹본부 집중점검 등 압박이 가해지면 입장을 선회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장가격에 반복적으로 개입하면 자유시장경제가 혼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서 하림, 사조원 등 닭고기 주요 공급사 10곳과 닭고기 공급확대를 위한 수급조절협의회를 열고, 치킨의 주원료인 육계 등 닭고기 공급확대를 요청했다.

닭고기 가격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사룟값 인상 등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인상되기 시작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kg당 3000원이었던 9~10호 냉장 닭고기는 지난 24일 기준 4692원으로 올라 56%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9~10호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사용하는 닭고기 호수다. 여기에 폭우까지 겹치면서 전국 74만 마리의 닭이 폐사함에 따라 닭고깃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종란(병아리를 얻기 위한 달걀)을 500만개 수입하고 병아리 입식에 대한 800억원 규모의 융자를 지원해 공급능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닭고기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은 치킨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라면가격 인하에 앞서 정부가 제분업계에 밀가루값 인하를 요청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부대비용 부담이 높아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닭고기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오른데다 전기·가스·인건비 등 부담이 너무 커 가격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달비는 가맹점이 소비자 부담분만큼 일대일로 부담하며 세금도 전기세 50%, 가스비 60% 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와 라면업계 등 일반 식품업계에서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부터 유통까지 관리하면서 상품가격을 조절하기 쉬운 다른 식품기업들과는 달리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사업이기 때문에, 가맹점주의 양해나 가맹점주에 대한 고려 없이 가격을 내리거나 올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정부가 꼭 집어서 치킨 가격 인하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분위기는 파악하고 있으며. 물가 안정 차원에서 동참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는 치킨값만 내려간다고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며 “치킨 이외에 다른 자잿값도 고려해야 하며 배달비·인건비·각종 세금 등 여러 요인들이 부담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본부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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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을 인하하기에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고 나선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본부의 필수품목 지정 운영제도 정비안 발표에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2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업계 1, 2위인 BHC와 BBQ 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각각 28%와 15%를 기록했지만 가맹점주가 속한 자영업자 소득지수는 지난해 2분기 97.9, 올해 1분기 92.2로 감소(2019년 4분기 100)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해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닌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필수품목을 제한하면 가맹본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 이러한 공정위의 압박이 가해지면 가격 인하에 대한 본부 측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지속되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상요인에도 불구, 무조건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경제 논리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한다.

또 정부의 요구에 따라 가격인하에 동참했던 기업들의 손실액이 커지면 불가피하게 추후 '폭탄 인상'으로 돌아서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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