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홍석
[위클리서울=고홍석 기자]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의 한 구절,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그 시가 머리에 스쳤다.
나비가 바다에 내려 앉으려다 날개만 물에 적시고 다시 날아오르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일상의 사건을 시인은 이렇게 색다르게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시가 언어를 낯설게 만드는 것은
이른바 일상 언어의 '자동화'를 파기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시어 특유의 '낯설게 하기'이다.
그러나
이 사진의 달은 초생달이 아니고 그믐달이고
계절도 나비가 나르는 춘삼월이 아니고 추운 겨울이다...
다만
사진으로 담은
그믐달은 시리다...
<고홍석 님은 전 전북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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