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감축목표 하향 철회 등 반영 안 돼

지난달 2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시민단체들이 행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로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2022년 3월25일)에 따라 최초로 수립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전날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최종 의결했다.

앞서 탄녹위는 지난 3월21일 정부안 발표 이후 22일 대국민공청회 등을 거쳐 기본계획안을 보완, 확정했다.

주요 보완내용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별 감축 정책을 보완해 실현 가능성을 제고 △지역 및 국민의 탄소중립 참여를 확대해 대국민 공감대 형성 등이다.

또 △'기후변화 적응법' 제정 추진 △민관 합동 기후테크 육성 종합 전략 마련 △저탄소 연료(E-fuel 등) 개발로 무공해차 전환 가속 △페트병 등 최종제품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 설정 △ 중앙·지방 간 역할분담·협력방안 마련 △재생에너지 보급 지역 계획 수립 △학교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이 추가됐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들이 지적한 산업계 감축부담 완화 철회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기본계획은 2030년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기존 계획은 유지하면서도 산업계 감축 부담은 14.5%에서 11.4%로 하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의 탄소배출 감소 의무를 완화하면서도 이로 인해 발생한 '부족분'을 원자력발전,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로 보충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기본계획에서는 제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기존 30%에서 21.6%로 후퇴했다.

아울러 현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의 누적 감축 목표를 전체 목표량의 25%인 4890만톤으로 정했다. 나머지 75%인 1억4840만톤은 2028~2030년에 감축키로 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거꾸로 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 평가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그린피스는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소감축 실효성이 부족한 국제 감축이나 CCUS 비중을 줄이고 산업 부문의 기존 목표 14.5%를 원상복구할 것 △후퇴시킨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기존 목표(2030년 30%) 이상으로 상향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본계획은 법정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 계획“이라며 ”이번 계획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 필수사항들이 누락됐다“고도 짚었다.

이에 그린피스는 국회에 해당 계획이 법정 요건이 결여된 상태로 부실하게 구성된 이유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후특위를 중심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앞으로 국민제안과 행정감사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재수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의 생명과 지속 가능한 한국 경제를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계획을 즉각 시정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관련 한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감축해야 되는 전체감축량 중에서 윤석열정부 임기 동안 4분의1만 감축하고 다음 정부에서 4분의3을 감축토록 한 이 기본계획이 비현실적이며 당장 시작해야 될 감축 행동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30년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확실성이 높은 감축 수단을 우선시해야 되는 데 국제감축 뿐 아니라 아직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CCUS와 같은 수단에 의존하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다”고도 짚었다.

그는 “수많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반영되지 못한 채 정부의 계획이 확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 번 수립했다”며 “첫 번째는 2009년에 2020년 감축 목표를 수립했고. 또 2015년에 2030년에 대한 감축 목표를 수립한 데 이어 2020년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첫 번째 감축 목표는 철저하게 실패했다”며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30%를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정부의 이번 탄소중립 계획이 과연 지켜질 수 있는 계획인가, 기후 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계획인가 질문에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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