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탄소세 등 기후규제 '현실화'...감축방안 발굴 가능"

31일 국회에서 열린 '거꾸로 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 평가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두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22일 탄소중립 녹색성장 관련 국가의 최상위 법정계획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안 공청회’를 열고 전체 온실가스 감축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기로 한 기존안(2021년 10월)과 동일한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기본계획안의 산업부문 감축량은 11.4%로 기존안의 14,5%에서 3.1%를 줄였다. 대신 전환부문을 44.4%에서 45.9%로,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를 10.3%에서 11.2%로, 국제감축을 33.5%에서 37.5%로 각각 늘렸다.

전문가들은 산업 부문의 감축률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현실가능성이 낮은 국제감축 등의 감축량 확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대신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 감축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문 감축량 하향은 국제경쟁력 낮춰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거꾸로 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기본계획 평가 긴급토론회'에서 “친환경 원료 확보가 어려운 석유화학 기업들을 포함해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률 5%를 주장해 왔으며 이에 정부는 기존 감축률 14.5%를 11.5%로 대폭 축소했다”고 짚었다.

이어 권경락 활동가는 "게다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기후 규제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온실가스 감축목표 후퇴가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기업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감축 투자 유인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오는 2030년에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50%를 감축하기로 했으며 한화솔루션은 2018년 대비 35%, 롯데케미칼은 2019년 대비 25%를 각각 감축키로 선언한 바 있다.

권 활동가는 “IPCC(UN 산하 기후 변동에 관한 국가 간 패널)가 제시한 바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연료 전환 촉진, 에너지 효율 향상 등 추가 감축이 가능한 잠재량은 충분히 발굴 가능하다”며 “또 폐냉매만 해도 회수 처리 강화 시 200만톤 이상의 추가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부문의 감축량을 결정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 부문의 감축량을 기존대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본계획안에서 산업부문의 축소된 감축량을 국제감축, CCUS 등 부문으로 이전시킨 데 대해 권경락 활동가는 “현실가능성이 낮은 부문으로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국제감축의 경우, 협력국가의 정책기조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 및 정부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투자한 만큼의 감축실적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감축분 확보와 관련한 위험요인이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현재 CCUS는 기초연구 또는 실증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기술 수준 및 시간 제약을 고려하면 대규모 상용화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국제감축·CCUS 감축목표 상향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시장 구조개선해 재생에너지 조달환경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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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획기적인 감축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망 탈탄소화 요구와 글로벌 탄소세 도입 추세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보급 지연은 국내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 마련을 통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경감해주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29개 국내 기업의 총에너지 소비량은 77TWh이지만 전력 사용량의 2%만이 재생에너지로 조달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태양광 이격거리, 복잡한 풍력 인허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격거리를 100m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2030년 기준 전력 수요의 50%를 태양광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PPA(전력구매계약) 기업에 적용되는 불공정한 요금 제도 도입 철회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의 PPA 체결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에너지 순증효과가 큰 PPA는 국내외 기업들이 선호하는 RE100 이행수단이지만 국내 사례는 제3자 PPA 3건, 직접 PPA 4건 등 7건에 그친다. 그 이유로는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량, 높은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과 망 비용 요금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한전의 요금 정책 등이 꼽히고 있다.

한 연구원은 “현 전력시장 구조에서 PPA 확대는 한전의 고객사 유실, 현금흐름 축소 등 한전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전력시장 내 한전의 독점적 지위를 고려했을 때 한전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 및 거버넌스는 PPA와 같은 기업 재생에너지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고 짚었다.

한 변호사는 “한전의 망 사업과 발전사업을 분리하고 판매 사업을 개방하는 것과 같은 구조 개선을 통해 전력시장 내 이해 상충 요소를 최소화한다면 재생에너지 보급을 보다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 등 시민단체들은 앞서 열린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공개된 기본계획안에 반발하며 기습시위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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