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중심제도로 에너지전환 '가속화'
EU, 그린딜·리파워EU 등 '시너지'

28일 국회에서 열린 ‘선진국의 탄소중립 이행 현황과 우리나라의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설, 산불 등 이상기후 현장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에너지효율 개선 등을 앞장서 추진해 왔다.

특히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탄소중립 정책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중앙·지방정부가 협업하는 다중심정책 등을 펼쳐온 것으로 확인됐다.

John Byrne 미국 델리웨어대 석좌교수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선진국의 탄소중립 이행 현황과 우리나라의 과제’ 토론회에서 “모든 국가가 마찬가지로 경제적·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은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이 큰 규모의 태풍과 폭풍이 반복됐고, 이러한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15년 동안 1조6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다”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기후위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Byrne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 단위 지방정부와 연방 정부의 정책이 함께 촉매역할을 하는 다중심정책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미국의 발전부문 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신규 에너지원 중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또 화석연료 발전설비 특히 화력발전소는 상당수가 폐기됐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어 그는 “사실 재생에너지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온 것은 바로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라며 “약 50개 주에서 RPS를 시행해 연방정부의 정책적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RPS는 전력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토록 하는 제도다.

미국의 다중심정책은 RPS와 아울러 넷미터링,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 등이 있다.

넷미터링은 친환경 전력을 화석연료 전력의 소매 가격으로 보상하는 제도이며 EERS는 전력기업의 에너지 절감 의무 비율을 정해놓은 제도다.

특히 Byrne 교수는 미국 에너지전환 촉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꼽았다.

그는 “미국 최초의 포괄적이고 고도화된 기후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의 혁신적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 방식 등으로 최대 4000억 달러까지 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Job Taminiau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박사는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풍력이 확대되고 화석연료가 축소되는 추세”라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에너지는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EU는 그린딜을 통해 친환경 산업 육성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부문에 1조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또 러-우 전쟁에 대응해 신규 정책 플랫폼인 리파워EU(REPowerEU)를 채택해 유럽 전역에서 100% 신재생에너지화와 석탄의 단계적 퇴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Taminiau 박사는 “EU그린딜과 리파워EU 등 정책들을 동시에 시행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45%로 확대하고 온실가스를 55% 감축한 데 이어 2050년 최초의 기후중립 대륙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토론회에 참여한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효율화를 중심에 두고 일괄적이고 핵심적인 정책 도입과 대폭적인 지원, 그리고 강력한 의무 부여 등을 통해 혁신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며 “또 다중심제도 등을 통해 중앙-지방 정부가 서로 촉매제로 작용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키는 선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도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방안과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2021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담긴 재생에너지 비중(30.2%)보다 8.6%나 낮춘 것이다. 이에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20일 10차 전기본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지난 해 3월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수립토록 돼 있는 탄소중립녹색기본계획에서는 정부가 오는 2030년 달성해야 하는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지하되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과 국제감축 부문 등의 감축비중을 상향했다.

이에 산업계의 현실적 부담은 덜어줬으나, 신기술이나 국외 사업을 통한 감축 등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