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삼성전자, 중단기 목표 부족...RE100 실천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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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반도체기업들의 2030년에 1.5도 목표를 2.8배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RE100 실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일 ‘보이지 않는 배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13개의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2030년 전력 소비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측한 결과, 2030년 기업들이 약속한 탄소 감축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도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에서 1.5도 목표(3000만톤)보다 2.8배 이상 많은 86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SBTi(환경·기후변화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섭씨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들은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5600만톤의 CO2e를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공약한 양 외에도 3400만 톤의 CO2를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등 세 기업의 배출량 합계는 이번 조사에 포함된 기업들 전체 배출량의 52%였다.

조사 기업 중 TSMC,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0곳은 203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찍고 감소 추세로 접어드는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세 곳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3200만톤의 CO2e로, 모든 조사 대상 테크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의 배출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삼성전자 전력 소비의 약 75%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삼성은 한국 내 사업장에 대한 2030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린피스는 “삼성은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27년까지 한국 외 모든 시설에 대해 그리고 2050년까지 한국 내 모든 시설에 대해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약속했다”며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사업장 및 DS(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단기 감축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런 점에서 보면 삼성은 한국 내 시설에 대한 중단기 목표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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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를 도입함으로써 산업 전체 배출량의 약 50%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반도체 제조업계가 조달한 전체 재생에너지의 84%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를 통해 이루어졌다.

REC는 기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활용하는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REC를 구매한다고 해서 전력망에 새로운 재생에너지가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REC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중에서 가장 파급력이 약한 방안 중에 하나다.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조달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며 “온 사이트 발전, 재생에너지 발전소 투자, PPA와 같이 영향력이 큰 조달 방법은 전력망에 재생에너지를 추가 전반적인 재생에너지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삼성전자의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만큼, 삼성전자는 기후위기 문제 해결의 책임감을 갖고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중단기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기후 리스크는 점점 커져 통제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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