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카고(Cargo)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뤘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코로나19 발병 후 지난 3년. 사람들의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는 곰이 나타났다. 웨일스에는 염소가 떼를 지어 다녔다. 이스라엘 주택 근처에서는 야생 자칼이 활보하기도 했다. 바다에서, 산에 살던 동물들이 지상으로 나왔다. 마치 그들의 이 땅과 바다의 주인이었다는 듯이. 바다는 활짝 웃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공장이 멈춰지자 대기도 밝게 웃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벌이었다. 인간만이 감염되어 죽고 고통스러워했다. 코로나19 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오직 인간에게만 감염되고 감염자는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을 상실하는 그런 바이러스 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다. 그때 인간은 어떤 특성을 보일까?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적인 특성이 다 사라지고 병적인 부분만 남을까? 지난 2018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카고(Cargo)에서는 바이러스로 잠식되어 인간애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부정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픽션에서는 인간애와 사랑을 더 정면에 내세운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전염병에 걸린 아내가 죽고 남편도 확진되다

전 세계는 바이러스로 대다수의 인간들이 감염되었다. 남자가 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내륙에도 전염병이 퍼져가고 있다. 전염병으로 세상은 황폐화되고 있었다. 앤디(마틴 프리먼 분)와부인 케이(수지 포터분)은 딸 로지와 함께 바이러스를 피해 배를 띄어 강을 따라 이동하며 살고 있다. 이 방법이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그 요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강에서 살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식량 부족이었다. 이제 하루 먹을 분량밖에는 음식이 남지 않았다. 케이는 차를 구해서 가까운 시골 마을에 가서 식량을 구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앤디는 아직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한다. 지금 다른 곳의 상황이 어떤지 이들은 알 수가 없다. 통신도 두절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디서든 음식을 구하기 어렵다. 어느 날 앤디는 강을 따라가다 강가 근처에 버려진 요트를 발견한다. 이러한 요트를 수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강가 근처에 버려진 배나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가방 등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식량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앤디는 강가에 버려진 요트를 발견하고 반쯤 물이 찬 요트 안으로 들어가 쓸만한 것이 있나 살펴보았다. 물이 무릎까지 찬 요트 안에는 쓰다만 면도기, 구명조끼, 빈 스티로폼 박스가 뒹굴었다. 다행히 선반에는 여러 통조림이 있었다. 각종 음료수 캔과 와인까지. 앤디는 기뻐하며 빈 아이스박스에 식료품을 담는다. 3개월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수확이 있었던 하루다. 앤디와 케이는 기분이 좋아져 테라스에 나와 낚싯대를 드리운다. 이렇게만 본다면 그저 바이러스가 발병하기 이전과 같은 평화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행운은 여기까지. 이들의 불행은 이제 시작된다. 케이도 앤디와 같이 버려진 요트를 탐색하기 위해 나선다.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물에 떠다니던 면도기를 발견해서 돌아온다. 조금 열린 문 안에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지만 무시한다. 케이는 배로 돌아오지만 피를 흘린 채로 화장실에 있다. 요트에서 뭔가에 물린 것이다. 체온을 재보니 열이 48도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해야 좋을까

미안해, 여보. 케이의 정강이에서는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 케이는 앤디에게 사과했다. 바이러스의 시작은 열과, 발작, 메스꺼움 등이다. 케이는 정부가 하늘에서 뿌린 구급함 상자에서 병의 증세를 확인한다. 발병은 증세가 시작되면 3시간에서 최대 48시간의 잠복기간이 있다. 앤디는 케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 아직 감염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다. 케이와 앤디는 딸 로지를 데리고 육지로 향한다. 생존자는 보이지 않고 불에 탄 시체들이 나동그라져 있는 참혹한 광경이다. 차를 구해서 병원으로 가려고 하지만 케이의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케이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 하지만 앤디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 치료제도 없는 현재 병을 막을 방도는 없다. 결국 케이는 앤디의 팔을 물어뜯는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 끝이다. 그런데 아기는? 아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내가 죽고 본인도 확진되었다. 이들에게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할 정도의 어린 아기가 있다. 자신도 감염이 되어버리면 이 아기는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앤디는 결심한다. 어떻게든 아기를 살리겠다고. 바이러스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폭력적으로 변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고 이성을 잃는다. 앞에 선 것이 무엇이든 간에 뜯어먹는다. 이런 가운데 아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그저 기적이 일어난다면 가능할 일이다. 그래,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 앤디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기를 등에 둘러업는다. 서양에서는 아기를 앞에 맨다. 그런데 자신이 감염자가 되면 바로 아기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를 눈에 닿지 않는 등에 업은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 남자는 조금이라도 아기를 받아줄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가끔은 기적이란 것이,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한다. 앤디는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고마운 사람을 만난다. 그는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앤디가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 앤디는 걷고 또 걷는다. 그가 원하는 소원은 이제 단 한 가지. 로지를 맡길 수 있는 믿을만한 보호자를 만나는 것이다. 앤디는 이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로지를 그들에게 맡기는 행운이 찾아온다. 호주라는 지리적 특성상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배 위에서 생활한다던가, 바이러스를 피해 과거 원주민들이 살았던 것처럼 정글로 들어가서 단체로 생활을 꾸린다던가 우리나라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피신방법을 영화는 보여준다. 대도심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대부분은 밀폐된 주거공간에서 지내다가 먹을 것을 구하려 밖에 나가서 감염자를 대면하고 결국 바이러스에 확진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지방 산간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산속에 들어가서 생활한다면 그것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현대문물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산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그것도 의문스럽기는 하다. 아무튼 우리는 어디 도망갈 데가 없다는 것. 바이러스든 전쟁이든 현재의 생활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잠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부정이 팬데믹의 고통을 겪은 현재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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