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의 위안부 논문 왜곡된 사실에 분노한다 
램지어의 위안부 논문 왜곡된 사실에 분노한다 
  • 정길호
  • 승인 2021.03.03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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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정길호 사)소비자와함께 상임대표

[위클리서울=정길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6년이 지났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쟁 범죄의 책임을 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란 논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 계약행위로 규정하여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양식 있는 세계인들의 공분을 일으켰지만 다른 한편에선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고 있어 게재된 논문 내용에 대한 사실 규명보다는 진영이 나뉘어 논란에 휩싸인 듯 보인다. 

  대한민국에서는 우리가 안고 있는 어떠한 사안과 이슈에 대해서도 국론이 분열되어 있어 램지어 교수 발표 논문에 대해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저 없이 일본 전범 기업의 후원을 받은 램지어 교수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학문이나 언론의 자유,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성 존중 등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에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싶다.

인류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선이나 보편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여성 인권을 짓밟는 행위를 그것도 계약이 성립될 수 없는 전쟁 상황에서 어찌 평상시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인가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사사건건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해왔던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 부류들의 일관된 어깃장으로 보여 유감을 표하는 것이다.

이들은 전범국인 일본 집권 우익들의 주장과 유사하고 또한 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일본이 남북이 화해하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를 하는 모습도 같아 보인다. 국익 차원으로만 보면 일본인들의 태도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때론 부러울 때가 있다.

단체주의, 집권층의 불의를 보고도 대다수의 언론들이 침묵하고 야당 지도층까지 몇 번의 헛손질 후 주석의 주장대로 뭉치는 중세 봉건 사회에서나 보는 문화를 가진 일본,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항상 타국 침략에 대한 정당화를 하고 있을 때 일본 내에서는 큰 논란이나 국론이 분열된 적이 없었다.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좀처럼 안 하고 다양성보다는 일체성을 강조하는 일본, 이를 반영하듯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한 언론 자유도는 일본이 66위로 한국 42위, 대만 43위보다도 뒤지고 있어 경제 선진국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통념적으로 갖는 다양성을 갖는 선진 민주 사회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렇듯 램지어 교수의 학술 논문을 둘러싼 제 집단간의 첨예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근접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어떠한 일이나 주장에 대해 사회적 공감을 얻으려면 대중들의 지지는 물론 사실 규명, 객관적 근거와 그 주장에 대한 의도의 순수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은 전쟁을 일으켰던 세력들이 제거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사회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객관화할 리가 만무하다.

한국도 친일 행적을 했던 세력들이 일소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곳곳에서 위력을 보이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램지어 교수가 학술 논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규명 노력은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의가 승리한다’라는 낭만적 구호를 믿기보다는 지속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는 2월 26일 램지어 교수가 논문의 근거를 갖고 있지 않고 사례도 잘못 인용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시인했다는 이메일과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램지어 교수 스스로가 “한국인 위안부가 작성한 계약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도 전한다.

결과적으로 램지어 교수가 인용한 거짓 자료와 억지로 꿰맞춘 것을 볼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극우 세력들이 주장하는 논리를 램지어 교수가 그대로 가져다 쓰고 그것을 다시 한국의 극우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셈이 된 것이다.

  또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이 미국 법학계에서 나왔다. 미국 법경제개발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식 조지아 주립대 로스쿨 객원 교수는 같은 로스쿨 나츠 사이토 교수, 조나단 토드리스 교수와 함께 ‘성노예 제도 계약의 오류(The fallacy of contract in sexual slavery)’라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 게재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물론이고 여러 연구 결과와 국제기구 보고서 등이 위안부 피해가 전쟁 중 발생한 성노예제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는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하버드대에 조성한 기금으로 임용된 ‘미쓰비시 일본 법률 연구 교수’로 편파적으로 일본을 대변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미 북부 캘리포니아주의 한인 단체들은 2월 28일(현지시간) 일본 기업 미쓰비시(三菱)를 상대로 한 불매운동(보이콧)에 나섰다.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 미쓰비시의 제품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는 청원을 올렸다.

  목소리는 작지만, 日 학계·시민단체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 대응에 나섰다.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해 온 일본 도시샤대 이타가키 류타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1990년대 이후 이어진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명백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인권 침해의 문제에는 눈을 감은 채 대등한 계약 관계로 전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관점은 둘째치고 학술 논문 자체로도 문제가 크다고 평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을 해야 한다. 일본 극우 세력의 망언과 억지스러운 역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주장이 미국 명문대 교수의 논문으로 발표됐다는 것은 일본이 왜곡된 정보를 국제 사회에 지속적으로 주입해온 것으로 대한민국은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해온 결과다.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자 영문 증언집을 만들고도 2년 동안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서둘러야 한다. 위안부 피해 관련 연구 성과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출판, 토론, 학술 논문 제출 등을 국제 사회에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을 되새겨 이제라도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대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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