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규제강화 저지, 로비활동 참여 등 '딴짓' 기업 다수
포스코경영硏, "실행가능한 목표·방법론 기반 로드맵 추진해야"

ⓒ위클리서울/픽사베이·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전 세계적으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실행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실행가능한 목표와 방법론에 기반한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일랜드의 컨설팅회사인 엑센추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의 주요 기업 34%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넷제로 선언 기업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Merck, Marriott 등 회사는 2025년까지, 페이스북, 지멘스, 나이키 등은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의 포브스지는 기업들의 대담한 넷제로 선언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대선언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엑센추어가 넷제로 선언 기업의 이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넷제로 선언 기업 중 실질적으로 2050까지 목표 달성이 가능한 기업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엑센추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9%의 탄소 배출을 감축한 기업만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연간 5%씩 탄소 배출을 감축해온 기업은 현재 감축 속도의 2배가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현재의 저탄소 기술에 기반한 넷제로의 이행속도는 목표 시한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IEA(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50년까지 넷제로 실현을 위해 언급되고 있는 기술의 대부분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시험 단계에 있는 기술로서, 상용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탄소 상쇄 기술인 CCUS가 현재의 사업을 유지하며 배출된 탄소를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도까지 CCUS의 설비 규모는 4천만 톤/년에 불과한데 2050년도의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16억 톤/년, 2050년까지 76억 톤/년 규모의 설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인 실현가능성을 보장할 수준의 자금 투자 가능 여부도 넷제로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더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까지의 넷제로 실현을 위해서는 향후 30년간 매년 9조2천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며, 이에 총 105조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철강, 에너지, 석유화학 등은 전통적 생산 공법을 개선하고 새로운 설비 증축 및 새로운 공급망 형성을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따르면 2050년까지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0년에 배출한 온실가스양의 45%를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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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기업의 넷제로 선언과 실현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이슈화되고 있다”며 “낮은 넷제로 실현가능성과 높은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기업들의 일관성 있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이 전면에서는 넷제로 활동을 홍보하는 동시에, 이면에서는 관련 규제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정부 로비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들이 정보를 누락하거나 모호한 정보를 공개해 그린워싱의 의혹을 받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넷제로를 선언한 오일메이저, 투자회사, 기술기업들도 여전히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원은 “넷제로 이행에 대한 법률적 제재, 공시 의무화 등 압력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넷제로를 빙자한 그린워싱 근절을 위해 넷제로 이행에 대한 압력이 기존의 권고 수준에서 단속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2022년 UN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의 "넷제로" 공약을 "부정직한 기후회계"라고 비판했으며,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넷제로 선언을 이용한 그린워싱 제재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EU집행위원회는 그린워싱 추방을 위한 ‘녹색청구지침(GCD Green Claim Directive)’을 제정해 EU 의회와 이사회의 승인 절차에 돌입했다.

또 각국 정부 및 금융 감독기관들은 기업의 넷제로 이행 현황을 포함한 정형화∙객관화된 글로벌 표준 ESG 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 Presidential 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는 지난 6월 기후 관련 공시안이 포함된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을 발표했다.

EU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에는 금융기관에 투자 자산의 지속가능성 위험 및 해당 투자가 사회와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들에게 기후문제 및 ESG에 대해 더욱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공시 표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원은 “무조건적인 넷제로 선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실행가능한 목표와 방법론에 기반한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며 “기후 관련 공시 요구에 대한 대응, 회계 기준에 근거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단계별 넷제로 이행 과정이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내부통제·IR 등 경영활동 내 넷제로 전략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투자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넷제로 리스크 점검 단계를 포함하고, 넷제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중간 목표 및 사업모델을 확보할 것 △넷제로 관련 정보가 기업가치 산정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그린워싱 의혹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IR 콘텐츠 구성할 것 등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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