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거제도 옥포만의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장영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거제도 옥포만의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장영식

7월 18일 오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거제도 옥포만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찾았습니다. 폭우 속에서도 전국에서 달려온 성직자와 수도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 모였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농성하는 모습을 담은 현수막을 걸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천주교 부산교구 이균태 신부는 강론을 통해 "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며, 악에 맞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악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영식
천주교 부산교구 이균태 신부는 강론을 통해 "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며, 악에 맞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악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영식

이날 미사에서 천주교 부산교구 이균태 신부는 “우리 시대의 마름들은 주로 본사 직원들 중심의 노조, 원청 노조들 그리고 언론이다. 이들 중에 가장 악독한 마름이 언론이다”라며 사회적 약자들 편이 아니라 자본의 편에 서서 편향된 기사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는 한국의 언론 현실을 엄중하게 비판했습니다. 이균태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유명한 말씀, 곧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이 말씀 앞에 언론은 중립을 지킨답시고 갈등 중에 있는 사람들의 양자 간 입장을 전달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그 갈등의 원인과 그 갈등의 본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다. 하느님은 그런 사람을 죄 없다고 하지 않으실 것이다. 악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악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이며, 악에 맞서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악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라며 불의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사에 함께했던 성직자, 수도자, 시민,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와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인쇄물을 들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와 산업은행 그리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장영식
미사에 함께했던 성직자, 수도자, 시민,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와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인쇄물을 들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정부와 산업은행 그리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였습니다. ⓒ장영식

대우조선해양 측은 미사가 봉헌되는 시간에 서문을 굳게 봉쇄하고, 경비 인원을 강화했습니다. 미사에 참석했던 수도자들과 시민은 봉쇄된 철문 앞에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와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인쇄물을 들고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가로 세로 높이 1미터 공간에서 스스로를 봉인한 옥쇄투쟁에 연대하며, 하청과 재하청 노동자들의 차별과 배제의 삶을 기억하는 선전전과 함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할 시간에 수도자들은 문이 굳게 봉쇄된 대우조선해양 서문앞에서 기도를 바쳤습니다. ⓒ장영식
미사를 마치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할 시간에 수도자들은 문이 굳게 봉쇄된 대우조선해양 서문앞에서 기도를 바쳤습니다. ⓒ장영식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 장관들 그리고 국민의힘에서는 ‘경제위기’와 ‘불법’ 앞에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공권력 투입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동자들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절규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줄곧 말해 왔던 ‘공정’과 ‘상식’은 가난하고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 아니고, 가진 자들의 전리품에 불과한 그들만의 공정과 상식이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9급 공무원 월급으로 강원도 촌놈이 서울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항변하면서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삶은 외면하면서 말입니다. 

 

한국 노동의 부조리한 현실을 압축한 하청과 재하청의 노동구조에 저항하며 스스로를 봉쇄하고 투쟁하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은 전화를 통해 “하청 노동자로 너무 억울한 일들이 많아서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노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한국 노동의 부조리한 현실을 압축한 하청과 재하청의 노동구조에 저항하며 스스로를 봉쇄하고 투쟁하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은 전화를 통해 “하청 노동자로 너무 억울한 일들이 많아서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노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봉쇄하고 투쟁하고 있는 유최안 부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로 너무 억울한 일들이 많아서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노동조합을 시작했습니다”라는 전화 속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기만 합니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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