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자양동(전 노유동)에 위치한 노룬산 골목시장은 그 이름이 독특해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노룬산은 누런산에서 유래했다. 과거 뚝섬제방이 없을 때 이 일대는 야트막한 구릉의 잔디밭이었다. 가을철이 되면 잔디가 누렇게 물들기 때문에 ‘누런 잔디산’이라 불렸고, 그 명칭이 줄어 누런산이라고 하다가 노룬산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는 노유동의 발생 기원이기도 하다. 노유동 뚝섬나루터 일대와 한강의 풍치를 즐기려는 풍류객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늙어가는 처지를 서러워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해 노유산(老遊山)이라 불리기도
염불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만행(卍行) 중에 잠시 나를 찾았다. 스스로를 스님도 아니고 중도 아니고 ‘중놈’이라거니 ‘땡초’라거니 그렇게 소개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대학생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시험공부라는 것이 말이에요. 남한테 나를 잘 보이기 위해 화장하고 아양을 떨며 당신을 위해 나를 바칠 수도 있다는 맹세를 어떻게 하면 멋들어지게 잘 하느냐 하는 문제인데 말이에요. 인간이 삼천만 명이든 삼백억 명이든 오직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 한 가지는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인간 세상의 법칙
아침, 저녁으론 다소 쌀쌀하지만 서서히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익숙하지 않게 부드럽고, 환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익숙하지 않게 따뜻하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다. 곧 있으면 일본에 간다. 첫 해외여행. 때문에 여권을 만들었다. 구청에서 일하시는 작은아빠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신청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여권이 나오는 날이다. 구청에 찾아가 작은아빠께서 미리 받아 놓은 여권을 주셨다. 벌써 두근두근(다음호 ‘다은이의 일본 여행기’ 기대하시라~). 작은 아빠께서 사주신 맛있는 부대찌개를 먹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한진중공업 다닐 때, 아침 조회시간에 `나래비`를 쭉 서 있으면 아저씨들 등짝에 하나같이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그렇게 서 있는 그들이 소금꽃나무 같곤 했습니다. 그게 참 서러웠습니다. 내 뒤에 선 누군가는 내 등짝을 또 그렇게 보며 `화이바 똑바로 써라. 안전화 끄내끼 단디 매라. 작업복 단추 매매 채아라.` 그 지엄하신 훈시를 귓등으로 흘리고 있었을 겝니다.” - 김진숙 ‘소금꽃나무(2007)’ 中 80년대 중반부터다. 부산․경남 일대 노동 현장에서 나돌던 유인물 중에는 읽는 이로
눈 그만~~~ / 벌집아씨 마지막 날까지도 눈이 내립니다. 이제 그만 좀 내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연말연시만 되면 내리는 눈, 온 세상이 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습니다. 우리 보고도 그렇게 하얗게 살라하는 것은 아닐는지요. 아침에 일어나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창문 밖을 봅니다. 와~~~~너무합니다. 눈이 또 왔습니다. 너무 많이 내린 눈 때문에 새들조차 먹이를 찾아 나서지 못하나봅니다. 한낮이 되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는데 미끌미끌 한발도 내딛기 힘듭니다. 새들이 이른 새벽 우리 집 베란다에 다녀간 모양입니다. 새들 발자국이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겨울밤에 먹는 비빔국수
오전 7시20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공주행 고속버스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전용차선을 이용, 신나게 달려간다. 전체 능선의 모양이 마치 닭볏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불리 우는 계룡산. 그래 이번엔 그 기가 넘쳐난다는 계룡산이다. 공주의 갑사에서 용문폭포, 신흥암, 금잔디고개를 거쳐 삼불봉 정상을 오른 후 남매탑, 동학사로 내려가는 ‘갑사 1코스’를 택했다. 지난호 삼불봉 정상까지 등반기에 이어 이번엔 남매탑과 동학사 그리고 걸쭉하게 이어진 뒷풀이 이야기다. # 신흥암눈 앞 능선에 계룡산의 주된 성주(城主) 봉우리들이 어깨를 나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벌들아 미안타~~~ 따
▲ 12월 가평 첫 ‘노동과 공동체 체험’을 마친 회원들 가평 가는 날의 날씨는 의외로 포근했다. 조종천을 휘휘 돌아 어제와 오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흐르는 물길과 바위들을 굽어보면서 은계골짜기로 접어들었다. 이미 괴산에서 도착하신 송인규 님과 서울 목동에서 출발하신 김영주 님 가족, 양평 서후리와 의정부에서 각각 출발하여 도착하신 장동배 님, 최상회 님을 한꺼번에 만났다.창고 열쇠가 없어 주저함도 잠시, 장작난로를 향한 구애가 시작되었다. 헌데 장작난로는 여간해서 우리에게 눈길조차도 주지 않았다. 불을 붙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오늘은 중앙선 팔당역이다. 예봉산을 가기위한 1호선 회기역은 붐볐다. 플랫폼으로 열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이런, 덕소행이다. 용문행을 타야 한방에 가는데. 천천히 가지 뭐. 등산을 마치고 양평역에서 신문사 가족들과 합류하여 인근 도곡 2리에 최근 마련된 자그마한 신문사 연수원(?)에서 1박2일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호 예봉산 등산기에 이어 이번 호엔 1박2일 워크숍 참가기다. # 저멀리 보이는 산이 용문산이다.전날 모임에서 만난 지인(예전 골프장 CEO 역임)의 말이 떠오른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꼭 지켜야할
닭 모래집. 잘 들어보지 못한 단어일 것이다. 닭똥집이라고 하면 익숙 하려나? 기자는 여자이지만 웬만한 음식은 잘 먹는다. 보통 여자들이 잘 먹지 못한다는 닭발, 족발, 토끼탕, 꿩탕, 산낙지, 해삼, 심지어는 보신탕까지…꽤 넓은 영역(?)의 음식들을 어릴 때부터 마스터(master)했다. 이 모두가 아빠 덕(?)이긴 하지만 말이다. 앞서 말한 닭똥집은 물론이다. 씹을 때 다른 부위보다 말랑말랑하고 쫄깃쫄깃하다. 똥집이라면 엄마가 해주던 매콤한 똥집볶음밖에 모르던 기자에게 어느 날 아빠가 가져온 희한한 봉투 하나. 그 안에 난생 처
지난 8월13일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행동에서 주관하는 촛불예배가 여주 이포보에서 드려졌다. 서울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 하듯 양수리 두물머리와 양평으로 이어진 강변길로 가다가 개군면을 곧장 지나자마자 만나는 곳이 이포나루다. ▲ 4대강 사업 한강2공구 여주 이포보 주변은 깨끗?이곳은 서울과 가까이에 있는 4대강 사업 현장으로 벌써 많은 공사가 진척되어 깜짝 놀랐다. 더욱이 수중보라는데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댐 수준으로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이포보를 바라보며 허탈했던 것은 물을 가둬두는 단순한 수중 보(洑)가 아닌 것에
#농민 한도숙굶주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있겠으나 그중 조정래의 중에서 하대치의 두 아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고구마를 캐주는 장면을 꼽고 싶다. 또 하나는 벽초의 중에서 유배당한 모 선비가 사약을 받기 전 유배지를 탈출하여 함경도로 도망가는 중 산속에서 보리가 삭지 않은 사람의 배설물을 먹는 장면이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굶주림의 설움과 공포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모든 종교가 나누어 먹는 것을 가르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거지에게 찬밥 덩어리라도 나누라고 가르친다. 이웃과 함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팔당 농민들의 마음은 무척이나 들떠 있었습니다. 3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열리는 세계유기농업인들의 축제인 ‘2011년 경기팔당 세계유기농대회’의 개최지가 바로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 일대 유기농단지가 있는 팔당으로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세계 108개국 750여 회원단체 2000여 명이 참여해 최신 유기농업 정보를 교환하고 총회도 열게 되는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는 팔당의 농민들이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는 가슴 뿌듯한 일이었습니다. 30여 년 전 정농회를 통해 한두 농가가 유기농을 시작할
선진 외국이나 대도시가 아니라 ‘깊은 산골’로 유학 가는 역주행 사례가 마을마다 벌어지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산촌유학’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학기 중이라도, 일정 기간 부모 곁을 떠나 산촌의 학교를 다니고 시골살이를 체험하는 ‘산촌유학’이란 기존의 생태캠프나 자연체험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한 체험이나 놀이에 그치지 않고 한 지역에서 자연과 더불어,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부대끼며 생활해야 한다. 농가의 어른들이 도시 아이들의 임시부모가 되고 교사가 되어 시골의 공동체문화, 자연환경, 생태적인 사고와 행동방식을
울 신랑의 무쇠솥 어제 그리 불어대던 바람은 우리 곁에 하얀 함박눈을 대신 데려다 놓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몇년간 그리도 끊임없이 내리던 눈이 올해 역시 쏟아져 내려 지금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여 며칠 갇혀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울 신랑 언제부터인가 철분이 부족하면 무쇠솥에 밥을 해먹어야 철분이 공급된다며 무쇠솥이 유행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더니 결국 솥단지 하나 주문해놓고 잔소리할 마눌을 미리 세뇌교육 시켰던 모양입니다.솥단지 길들인다며 들기름을 사와라 어쩌라 하더니 어느 날 온 얼굴에 굴뚝 청소를 하고 온 사람처럼
`수험생병`은 `가족병`이다. 최소 1년 간은 수험생과 함께 온 가족이 숨을 죽이고 지내야 한다. 수능시험이 끝났다고 해도 홀가분함은 한동안일 뿐이다. 최종적으로 대학 합격이 발표될 때까진 긴장감의 연속이다. 당사자들보다 속이 더 타 들어가는 부모들은 입술이 부르트기 일쑤다.그렇게 기다리던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과연 여기서 끝일까. 유치원을 제외하고도 12년 학교 생활을 뒷바라지했던 부모들은 더 큰 고민에 쌓인다. 1년에 1000만원 가까이 육박한다는 대학 등록금 마련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등록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어릴 때 장래 희망이 요리사였던 나. 물론 지금은 아니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또 친구들과 소꿉놀이를 할 때 요리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리는 그저 소꿉놀이 때처럼 내 맘대로 쉽게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다.커오면서 느낀 거지만 우리 엄마 만한 요리사는 없다고 본다. 어릴 땐, 그저 항상 해주시는 음식이니까 맛있는지 어쩐지 생각도 안하고 그저 먹기에 바빴다. 하지만 커 가며 바깥 음식도 접하다 보니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엄마표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아빠도 가끔 음식을
강북구의 창동시장은 지하철 4호선 쌍문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시설 현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창동시장은 여름철 장마 때나 겨울철 폭설시 장을 보기가 불편했으나 지금은 날씨와 상관없이 시원하고 깔끔하게 정비된 시장통로를 따라 둘러보기가 편리하다.통로를 따라 상점들을 돌다보면 서민의 생활과 호흡하는 전통시장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통로쪽으로 예쁘게 전시해 놓은 옷가게의 수제 니트는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한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창동시장의 매력은 먹거리다. 한마디로 `먹거리 천지`라고 할
후텁지근했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오는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을은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추위란 놈을 거느린 겨울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아침 저녁 때론 낮에까지도 찬바람이 나의 손끝과 발끝의 체온계에 스며들어와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여름에 잔뜩 꺼내두었던 반팔 옷들을 채 장롱속으로 다시 집어넣기도 전에 바로 두터운 패딩 옷을 꺼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추위가 너무 빨리 찾아오다 보니 자연도 채 적응을 못한 듯 하다. 지난 번 갑자기 쏟아져 내린 비로 단풍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