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올해는 일제로부터 조국 해방과 동시에 조국 분단 77년이 되는 해입니다. 조국 해방과 동시에 철저하고, 완전하게 청산했어야 할 반민족 친일 세력들을 청산하지 못한 잘못으로 친일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제에 부역하며 개인의 영달을 추구했던 세력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기생하며, 반민족적 친일 행위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습니다. 일제에 부역했던 이들이 점령군으로 주둔했던 미국 군정에 부역하며,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산진구겨레하나 청소년 회원들이 지난 5월부터 키운 봉선화를 소녀상 앞에 헌정하고, 소녀상과 함께한 모습. ©장영식
부산진구겨레하나 청소년 회원들이 지난 5월부터 키운 봉선화를 소녀상 앞에 헌정하고, 소녀상과 함께한 모습. ©장영식

일본은 지금도 그들의 만행을 참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던 노동자들의 참상과 일본군 ‘위안부’들의 아픔에 대해 외면하며,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극우 세력들은 여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촛불을 밝힌 시민들이 무효화시킨 강제동원 노동자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졸속 해결을 대가로 한일관계 정상화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용인하고,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를 허용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통해 이 땅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부산진구겨레하나 회원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봉선화를 소녀상에 헌정하고 있다. ©장영식
부산진구겨레하나 회원들이 사랑과 정성으로 가꾼 봉선화를 소녀상에 헌정하고 있다. ©장영식

부산진구겨레하나 회원들은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부산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지켜내자는 마음으로 5월부터 '봉선화 키우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봉선화’는 일제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고 있는 꽃입니다. 봉선화는 ‘여린 소녀의 순정’이라는 꽃말도 있습니다. 부산진구겨레하나 대표인 한은주 씨는 “5월부터 진구겨레하나 회원들이 봉선화를 키우면서 이웃들과 직장 동료, 노동자들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 지금까지 450여 명이 봉선화를 키우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소중하게 키워 오던 봉선화를 소녀상과 노동자상에 헌정하게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이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인 친일외교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부산겨레하나 회원이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인 친일외교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조국 해방과 조국 분단 77년을 맞은 지금 여기에서 다시금 해방과 분단의 의미를 성찰합니다. 아직도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의 원한은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자인 일본은 가해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삶은 우리의 역사입니다. 그분들의 간절한 염원은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다시는 전쟁 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봉선화를 키우며 그분들의 ‘삶’과 ‘뜻’을 기억하고 있는 부산진구겨레하나 회원들의 마음처럼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키웁니다.

 

부산겨레하나 회원들이 2022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마치고,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세우고 지킨 소녀상 앞에서 함께했다. ©장영식
부산겨레하나 회원들이 2022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를 마치고, 부산 시민들의 힘으로 세우고 지킨 소녀상 앞에서 함께했다. ©장영식

부산 일본영사관 앞의 소녀상이 무차별적으로 철거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을 때, 해외 동포들이 소녀상을 찾아서 “우리는 소녀상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지키려고 왔다”라고 말하던 결연한 의지를 기억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현옥 할머니는 “(조국이) 해방이 되었다지만, 나는 아직도 해방을 보지 못했다”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현옥 할머니의 “해방이 되었다지만, 나는 아직도 해방을 보지 못했다”라는 말씀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지금 여기 삶의 자리에서 재현해야 한다. ©장영식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현옥 할머니의 “해방이 되었다지만, 나는 아직도 해방을 보지 못했다”라는 말씀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지금 여기 삶의 자리에서 재현해야 한다. ©장영식

<사진작가>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