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봉천역 인근의 봉천제일종합시장은 많은 인파들로 붐볐다. 재래시장 고유의 활기가 넘쳤지만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며 한숨을 쉬는 상인들도 있다. ‘거품 손님’이 많은 게 그 이유란다. “과일가격이 올라서 그런지 대부분 소량으로 구입하고 예전처럼 대량 구매하는 손님이 없어요. 예년의 절반 정도밖에 팔지 못하죠. 특수 같은 것도 전혀 누리지 못해 가게를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해요.” 과일 가게 주인은 단골들의 지출도 매년 줄고 있다고 했다. “요즘은 제사 지낸다는 단골들도 줄었어요. 제사 지내면 마트 대신 시장을 많이
봄의 전령사 변산바람꽃 너, 거기 피어 있었구나가만히 들여다보니봄바람은내 작은 꽃 속에서 불고,가난해도 꽃을 피우는 마음너 아니면누가 또 보여주겠느냐이 세상천지어느 마음이위의 시는 부안 출신 김형영 시인의 시 ‘변산바람꽃’ 전문이다. 일에 묻혀 계절을 잊고 지내다 지난 3월 초에야 변산바람꽃을 찾아 나섰다. 어김없이 변산바람꽃은 거기 피어 있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변산바람꽃은 눈 속에서 꽃을 피워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변산의 봄전령이다. 이렇듯 강인한 생명력으로 환희에 찬 봄을 알리지만, 그 만남은 너무 짧아 아
# 이때가 겨우 2년전인데엄마.올해 겨울은 별나게도 춥네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덜 추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작년에는 엄마가 옆에서 날 지켜봐준 덕분에 덜 추웠다는 느낌이었달까. 두터운 외투를 걸친 방안에서도 컴퓨터 키보드를 치려면 손가락 끝이 깨지는 것 같아서 호호 불어야만 하니 아 겨울은 겨울이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역시 겨울은 추워야 해, 하는 그런 제법 기특한 깨달음의 시간도 있는데 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리 나쁘지는 않아요.그런데 엄마, 내가 텔레비전을 그
이 글은 도시에서 살다 오래전 귀농해 전북 정읍시 덕천면 상학리 두승산 자락에서 양봉업(두승산밑 꿀벌집/www.beehome.co.kr)을 하며 살고 있는 벌집쥔장(김동신님)과 벌집아씨(조영숙님) 그리고 세 아이 정우와 주명이, 영섭이의 알콩달콩하면서도 소소한 생활을 아주 자유스럽게 담은 것입니다. 글은 벌집쥔장과 벌집아씨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습니다. 이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참살이’ 모습이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친 독자님들에게 청량제가 될 것이란 생각에 가급적 말 표현 등을 그대로 살려 연재합니다. 고구마 이삭줍기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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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면 마포리 하섬 앞 갯벌은 이 지역 주민들의 찬장과도 같은 곳이다. 하섬은 사리 때가 되면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는 섬인데, 섬 주변은 해안선의 바위지대, 바위지대를 벗어나 하조대까지는 모래펄갯벌, 하조대에서 하섬으로 이어지는 칫등 주변은 자갈과 모래가 섞인 혼합갯벌, 하섬과 진여(긴여) 주변은 조수웅덩이가 발달한 바위지대 등 갯벌 스팩트럼이 펼쳐지는 곳으로 종 다양성의 보고이다.바위지대에는 굴, 고둥류, 민꽃게, 똘장게(현지어, 무늬발게, 풀게의 통칭) 등의 게류와, 파래, 청각, 톳, 돌김, 쥐충이 등의 해조류가 서식하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는 팔당 양수리의 두물머리.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가운데 팔당 두물머리 강제집행도 임박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0월 말게 강제집행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 그러나 농민들은 농사일과 각종 행사 일정에 전념할 뿐이다. 이곳은 30여 년 전 국내 유기농업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처음엔 농약 안치고 화학비료도 안 쓴다고 ‘미친 놈’ 소리도 듣고, 되지도 않을 운동이라고 ‘빨갱이’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로 선정되는 등 누구나 인정한
# 원효봉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다.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일행들 집결한다.그중 한 지인이 차량을 가져왔다. 등산화를 구입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차에 태우더니 북한산성 유원지입구에 차를 세운다. 불광사를 거쳐 사모바위를 갈려던 오늘 계획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북한산성 유원지 입구에는 등산용품매장들이 식당들과 함께 즐비하게 널려있다. 예전의 북한동의 식당들이 모두 철수하고 이곳으로 옮겨왔단다. 깨끗하게 정돈된 건물들이 주변에 꽉 들어찼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백운대, 대남문 등으로 가는 등산객들과 둘레길을 가
바늘과 실? 익산떡네 부부는 실과 바늘이랍니다!! 연일 날씨가 포근합니다. 작년 겨울 꼬박꼬박 두 개의 난로를 피워놓아야 했던 숭인동 길레스토랑 올해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달아오른 난로 위에는 고구마가 올라가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 그럴 땐 꼭 화자의 식탁 위에도 노오란색 군고구마가 올라옵니다. 맛 끝내줍니다. 언제부터인가 길레스토랑 문을 여는 시간도 빨라졌습니다. 얼마전까진 빨라봤자 늦은 6시에서 6시 30분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시만 되어도 포장이 쳐지고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많습니다. 해 지는 시간 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고공 크레인 농성이 240일이 다 돼간다. 지난 1월 6일부터 한진중공업 85호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그는 혹한과 폭우, 무더위를 보내고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에 서있다. 한진중공업 측은 수주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부터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김 위원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잘못”이라며 맞서고 있다. 추석을 앞둔 김 위원의 심정을 들어봤다. “다른 조합원들만큼은 명절 집에서 보냈으면” 한진중공업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해 말 생산직 170명을 정리해고 했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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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18살. 뜻하는 바가 있어 1년을 다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바로 대학은 가야된다는 것. 지난해 6월 학교를 그만두고 나름의 시간을 가지면서 틈틈이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올해 3월 시험을 치렀고 고졸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장래 문제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결정했다. 그래 일단 올해 치러지는 수능시험을 준비하자. 문제는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느냐는 것. 혼자서 공부를 한다는 건 고교과정을 간신히 3개월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 신문사 근
요즘 같은 날씨엔 집에 있기도 버겁다. 짠순이(?) 엄마가 전기세 아끼느라 에어컨을 잘 안틀어주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던, 친구들을 만나던 차라리 카페에 가는 게 훨씬 더 낫다. 요새는 친구들과 만나도 멀리 다니지 않고 집 부근 경희대 대학로에 있는 북카페를 주로 이용한다. 어디 놀러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는 요즘 날씨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난다. 아 그런데, 내가 왜 이런 얘기부터 시작을 하냐고? 그 이유는 지금부터 알려드리겠다.워낙 몸에 열이 많은 나. 여름이면 거의 반쯤 죽어지낸다. 이 뜨거운 여름, 유일한 낙
십수 년 전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할 희망이 있는 대안적 자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마야족 원주민 무장 게릴라들이었다.사파티스타와 김진숙의 무기그들은 자신들의 저항을 가장 지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투쟁으로 만들었다. 무장봉기를 통한 혁명이란 먼 구시대 유물처럼이나 얘기되는 21세기에 구형 소총을 들고 말을 타고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무슨 돈키호테 같았다.더 인상적인 것은 그
금요일, 아침부터 분주하다. 날씨가 더워져서인지 요즘엔 밤 10시만 돼도 졸음이 쏟아져 전날 짐도 싸지 않은 채 잠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가서 입는 옷이라고 해봤자 잠옷 한가지뿐이니 대충 편한 반팔 티에 반바지를 골라 넣고 눈에 보이는 로션 등 바를 거리와 문제집 등을 쓸어 넣는다. 어울리지 않게 깔끔한 걸 추구하는 나.^^ 오늘만은 거의 난장판 수준의 가방 속을 보고도 덤덤하게 넘어간다. 가방 속도 속이지만 지금은 출근이 늦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ㅜㅜ항상 빨리 나가는 편이지만, 지금 출발해도 전혀 늦지 않았지만, 서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벌써 3개월여 전이지만 난 이 글을 쓸 수 없었다. 함부로 쓰기엔 너무도 비극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십여일 전부터는 매일 자리에 앉아 보았지만 단 한 자도 쓸 수 없었다.그런 중간에도 나는 다시 네 편의 추도시를 쓰고, 읽어야 했다. 쌍용차 무급자인 임무창 씨의 추도시였고, 23년 전에 신흥정밀에서 분신해 간 박영진에 대한 추도시였다. 삼성전자에서 죽어간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와 마흔 여섯 분에 대한 추도시였고, 며칠 전 다시 쌍용자동차 노동자
오늘따라 짐을 싸는데 기분이 좋다. 양평을 가기 위한 짐인데도 말이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기분이 좋다. 콧노래도 절로 나오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내가 득도라도 한 것일까.^^ 양평에 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릴 겸 도구들을 챙겼다. 그런 내가 보기 좋았는지 아빠도 들떠있는 모습이다. 아, 내 룸메이트! 6년씩이나 나와 함께 생활하고 함께 잠도 자는 커다란 판다곰 인형도 챙긴다. 판다곰은 나보다도 덩치가 더 크다. 워낙 판다곰을 좋아해서 아빠가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빠 “하여간 8차
드디어 때가 됐구나…. 기뻐해야 할 주말, 그런데 한숨부터 나오는 건? 황금 같은 내 휴일ㅠㅠ… 아무리 속으로 울어봤자 소용이 없다. 오늘은 양평을 가는 날이다.짐을 싸기 위해 다소 일찍 퇴근했다. 이번 주말엔 어버이날이 끼어있어 집에 가는 길 카네이션을 살 예정이다. 그런데 이 찝찝한 물방울들은…. 비다! 방사능이 섞여있을 지도 모르는 비.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나는 아주 쫄~딱 물에 빠진 생쥐 신세가 돼야 했다. 그래도 중간에 카네이션을 사는 일은 잊지 않았다. 사실은 비도 피할 겸 어디에라도 빨리 들어가야겠다는 생각
그제는 오랜만에 시립도서관에 들렀다가 친한 친구, 아니 친했‘었던’ 친구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었다. 그녀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쭉 같은 학교였고, 더군다나 고등학교 땐 3년 내도록 같은 반이었다. 그렇게 죽고 못 살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지만 누적된 시간만 해도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서로를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함께인 것을 당연시 여길 정도로 꽤 친밀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냥 그런 것이었다. 달리 나와 친한 아이인가 하고 따로 고심한 적은 없었다. 어느새 그녀는 나와 도시락을 함께 먹는 친구 무리에 속해있었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