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이면에 숨겨진 탐욕,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 이면에 숨겨진 탐욕,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을까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0.12.11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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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볼프강 페터슨 감독 영화 ‘아웃브레이크’
영등포구보건소선별진료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삶을 계속 영위하지 못하도록 막는 유일한 장애물이자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이다.”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슈아 레더버그는 인간의 천적을 바이러스라고 답했다. 거대한 문명을 일으켜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이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에게 가장 큰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조슈아 레더버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삶을 멈췄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누적 6000만 명, 사망자는 140만 명을 넘었다. 시간이 가도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치료제도 백신도 불분명한 상황에서의 인간은 바이러스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조슈아 레더버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구를 지배하는 인간이 작디작은 바이러스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자연 앞에서 겸손하고 자연에 순응하라는 메시지가 바이러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포스터

만물의 영장의 천적은 바이러스?

1995년에 개봉한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미지의 바이러스가 미국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일을 그렸다.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지금 25년 전 영화에서도 인간은 바이러스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다.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영화 첫 장면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슈아 레더버그의 대답을 삽입해 바이러스가 가진 치명성을 설명한다.

영화는 1967년 총성이 가득한 아프리카 모타바 강 계곡에서의 전투 장면으로 시작된다. 53년 전 자이르의 모타바 강 계곡, 이곳에는 군인들에게 알 수 없는 출혈열이 발생한다. 더러운 막사 속에는 죽어가는 군인들로 가득하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군인들과 접촉한 원주민들도 고열과 꽈리처럼 차오르는 붉은 종기가 발생하며 사망하는 일이 속출했다.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죽어가는 군인들에게서 채취한 혈액만 미국으로 공수되고 자이르 모타바 강 유역에서 있었던 일들은 모두 사라졌다. 미국 정부가 폭격기를 보내 마을의 모든 생명체를 사멸시켰기 때문이다. 일은 그렇게 묻히는가 싶었다. 하지만 30년 후 다시 모타바 강 인근에서는 그 당시와 비슷한 괴질이 발생했다. 급히 미국 정부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근무 중인 샘 다니엘즈 육군 대령(더스틴 호프만)을 급파시킨다.

괴질의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향후 바이러스의 이름은 모타바 강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미스터 모타바’라 불린다. 한편 다니엘즈는 현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00%. 감염자는 24시간 안에 장기가 녹으면서 사망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시간도 없이 확산이 되지 않았던 것. 모타바 현장의 의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바이러스의 치명성이 우리를 돕고 있다며 오히려 지독한 치사율이 병의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모타바 바이러스는 인수공통감염병이었다. 코로나19가 그렇듯이 동물에게서 사람에게 전파되는 병이라는 뜻이다. 이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치명률은 사람과 달랐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원숭이는 항체가 있었고 죽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이는 바로 원숭이였다. 원숭이의 이름은 ‘벳시’. 벳시는 모타바 강 인근에서 동물을 밀입국시킨 남자에 의해 미국으로 오게 된다. 문제는 벳시에게 모타바 바이러스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는 애완동물 가게에 원숭이를 팔려다 실패하자 벳시를 공원에 그냥 방생한다. 곧 원숭이는 사라진다.

벳시가 숲 속으로 사라진 후 발병한 지 24시간 안에 죽는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인해 벳시와 접촉한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모두 사망하고 결국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찾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끊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확산 중이었다. 초기 벳시를 데리고 온 남성과 애완동물 가게에 일하는 남성 등이 활동하던 24시간 동안 바이러스는 계속 퍼져나갔다.

특히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된 곳은 영화관이었다. 원숭이에게 할퀸 애완동물 가게 주인은 병원에 갔다가 혈액을 조사하던 병원 직원과 접촉하고 병원 직원이 영화관에 가면서 감염은 일파만파 퍼진다. 영화관은 대표적인 ‘3밀’ 공간이다. ‘3밀’이란 밀폐, 밀집, 밀접을 뜻한다. 현실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3밀’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영화관에서 급속도로 퍼진다.

 

영화 ‘아웃브레이크’
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영화 ‘아웃브레이크’ 스틸컷

영화관에서 퍼진 바이러스, 도시를 초토화시키다

한 남자가 콜록대며 기침을 하자 비말은 몇 미터를 훌쩍 넘어갔다. 남자의 비말은 영화관 공중에 오랫동안 떠있었다. 사람들은 그 공기를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했다. 영화가 끝나는 2시간 남짓 동안 영화관의 사람들은 거의 모타바 바이러스 증세를 보였다. 콜록거리는 군중이 병원으로 밀려오는 장면은 지금의 코로나19 시국과 오버랩된다.

영화관에서 대거 발생한 바이러스의 연결고리를 알 수 없는 샘 다니엘즈는 더욱더 수사망을 확대해 보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샘은 원숭이가 바이러스의 숙주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벳시에게 항체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바이러스는 크게 확산된다. 비말로 감염되지만 사람들은 원인을 알지 못한 체 죽어간다.

영화 ‘아웃브레이크’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 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사실 모타바 강 유역에서 최초로 발생한 원조 ‘모타바 바이러스’의 치료제는 이미 있었다. 당시 군인들의 혈액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를 은폐하고자 하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은폐를 시도하던 군세력은 모타바 바이러스를 생화학무기로 사용하고자 모든 것을 숨겨왔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 마을에 퍼진 바이러스를 은폐하기 위해 또다시 폭격을 준비한다. 모든 사실을 들키게 될 것을 염려한 빌리의 상관 도날드 맥클린 소장은 과거 아프리카 모타바에서 그랬던 것처럼 변종 바이러스가 발발한 작은 마을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작전을 강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람들의 죽음을 묵도할 수 없다고 판단한 샘의 상관 빌리 포드 준장은 상관의 명령을 어기고 모타바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꺼내 환자들에게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이러스 치료제는 소용이 없다. 원인은 변종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치료제를 만든 것은 처음 군인들에게서 발견된 원조 모타바 바이러스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치료제가 무용지물이었던 것.

희망과 불행도 모두 원숭이 ‘벳시’에게 있었다. 벳시에게는 원조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 두 가지가 공존했다. 또한 이 두 가지 바이러스 모두에게 대항할 수 있는 항체도 있었다. 샘 다니엘즈 일행은 벳시의 혈청을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 수 있었고 결국 더 많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르면 내년 봄에는 백신과 치료제를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이 되면 이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고 봄 내음을 맡을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영화는 벳시의 혈청으로 만든 치료제로 서서히 일상을 되찾는다. 우리에게도 하루빨리 영화에서와 같은 봄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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