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만 걸리는 바이러스
여성들만 걸리는 바이러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1.06.04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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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팬데믹’
영화 ‘팬데믹’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사 빅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어느 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그것도 하늘에서 내리는 재로 인한 감염이다. 감염이 되면 100% 죽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바이러스는 여성에게만 전염된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팬데믹’. 이 영화는 제목부터 ‘코로나 19’하면 자동 연상되는 단어 ‘팬데믹’이다. 팬데믹(Pandemic)이란 간단히 ‘전 세계적인 유행’을 뜻한다. 모두(All)를 뜻하는 그리스어 ‘Pan’과 사람을 뜻하는 ‘Demos’의 합성어다. 코로나 19 시대의 ‘팬데믹’이라는 단어는 불안과 우울, 공포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현재 우리에게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주는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한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특정한 성 집단에게만 걸리는 병이라는 다소 의아한 설정을 상상력으로 풀어나간다.

 

영화 ‘팬데믹’ 포스터 ⓒ위클리서울/ ㈜영화사 빅

하늘에서 내리는 정체불명의 재, 왜 여성만 죽는가

“눈이 오는 건가?” 갑자기 전 세계에 48시간 동안 의문의 재가 떨어진다. 마치 눈이 오는 것과 같은 광경이다. 폭설에 뒤덮인 것처럼 차에도 지붕 위에도 도로 위에도 하얗고 뿌연 재가 가득 쌓여있다. 재가 내리면서 사람들이 죽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사망 전 출혈과 발작, 경련이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망자들은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어떻게 된 걸까. 여성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재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모두 죽는다. 여성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바이러스는 ‘HNV-21’라 불렸다. 병원체 ‘HNV-21’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여성들이 순식간에 수천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감염되는 이 병원체는 재의 잔해에서 나온 병원체라고만 알려졌다. 정부는 긴급하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속절없이 죽기 시작한다. 먼저 감염되면 출혈이 발생한다. 다음날엔 어지럽고 잘 걸을 수 없다. 그리고 일주일 안에 발작과 경련이라는 과정을 거친 후에 사망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있는 여성이 필요했다. 정부는 즉시 바이러스 치료법 개발을 위해 살아있는 여성들을 찾기 위한 보상금 제도를 운영한다. 바로 ‘배아 프로젝트’다.

여주인공 에바(프리다 핀토 분)는 남자 친구 윌(레슬리 오덤 주니어 분)이 지극정성으로 격리하는 바람에 400일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윌은 에바의 룸메이트가 재에 맞아 집에 들어와 죽는 것을 보고는 에바를 보호하기 위해 세상과 격리하기로 한다. 그렇게 에바는 외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집에서 격리되어 윌과 함께 살게 된다. 영화는 내용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게 하려는 윌의 노력에 감탄이 흘러나온다. 그가 하는 행동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윌은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에바를 보호하기 위해 온 집안을 소독하고 에바를 비닐 공간에 격리시킨다. 그리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집안 내에서 둘 사이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가만히 보면 지금 우리가 하는 자가격리와 비슷하다. 윌은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외부에 나갔다 오면 철저하게 바이러스에 대비한다. 먼저 집에 오면 자외선 살균으로 몸을 깨끗이 한다. 음식은 혹시나 있을 외부 감염에 대비해 인스턴트로 대신한다. 요리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둘은 악수를 나눌 수도, 얼굴을 만질 수도 없다. 두꺼운 방독면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에바는 무엇보다 햇빛이 그립다. 어느새 진짜 바깥공기를 마시지 못한 지가 1년이 넘었다. 이처럼 윌은 에바를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만 한계가 찾아온다. 내부 생활만 하면서는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기 어렵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현실 속 우리도 이들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창궐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외부 출입도 삼가며 조심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잘 느껴질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에바의 행동은 향후 너무나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한다. 에바는 꿈에도 그리던 집 밖 옥상으로 올라온다. 보호복을 입고 도시를 바라보던 에바. 에바는 1년 사이 잿빛으로 변해버린 도시를 보며 더욱 암울한 감정을 느낀다. 끝까지 에바를 보호하려는 윌과 다툼을 하다 결국 에바는 보호복을 벗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재를 맞는다. 그런 에바를 보는 윌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윌은 에바의 생존보다 잠깐 살아도 자유롭고 싶다는 감정에 동조하고 에바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팬데믹’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사 빅
영화 ‘팬데믹’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사 빅
영화 ‘팬데믹’ 스틸컷 ⓒ위클리서울/ ㈜영화사 빅

인간의 가장 높은 가치인 생명을 포기하고 자유의지를 택한 두 사람

정부의 ‘배아 프로젝트’는 끔찍한 것이었다. 배아 프로젝트는 난자와 태아로 실험해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여성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정부는 치료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여성을 사냥꾼들의 먹이로 만들었다. 상금은 무려 200만 달러였다. 여기에 흥분한 남성들은 ‘사냥’을 시작한다. 정부는 여성들에게 배아 프로젝트가 안전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부는 그렇게 잡혀 온 여성들을 치료제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구금하고 실험을 강행하는 잔악한 만행을 저지른다. 포상금에 눈이 먼 사냥꾼과 군인들로 인해 밖은 아수라장이다. 밖으로 나온 월과 에바도 이들의 표적이 된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 에바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에바는 생존보다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잠시라도 살아가기를 원한다.

한편 전염병으로 인해 보호받기 위한 것이었지만 갇혀 사는 동안 에바는 살아남은 여성들과 온라인 익명 채팅방에서 교류했다. 440일이라는 오랜 시간 에바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과의 대화 덕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채팅방의 여성들은 줄어간다. 병에 걸렸다며 마지막 남은 여성마저 채팅방을 떠났을 때 홀로 남은 에바는 절망과 공포, 슬픔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도 그의 온기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절망스럽게 했을 것이다. 결국 감염된 에바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겪고 둘은 숲 속 폭포 앞에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서로의 머리를 맞댄다. 서로 따스한 온기를 확인하며 서로는 희미하지만 미소를 짓는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밥을 먹고 숨을 쉰다고 다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생존보다 더 높은 삶의 의지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여성들만 걸린다는 황당한 재난의 상황에서도 이 명제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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