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2067’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코로나 재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지는 듯 하다가 다시 재 확산되고 있다. 마치 안개가 거치는 듯하다가 다시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짙은 안갯속으로 다시 들어선 셈이다. 코로나 확진 상태를 알려주는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는 연일 1.0을 넘어서고 있다.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주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수가 1.0 이하면 감염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고 1.0 이상이 되면 유행이 되는 시점임을 뜻한다. 이번 변종 바이러스는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오미크론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고 백신 및 면역 회피력은 높아 코로나 바이러스 중 최악의 바이러스 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변이 바이러스인 만큼 3월 대유행 때 감염된 이들도 다시 재감염될 수 있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만 6천 명 이상이 코로나를 2회 이상 감염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면 8월에서 9월 사이에 약 20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3월 6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던 3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는 15주 만에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3월 당시의 대환란 시기를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이대로 영영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런 비현실적인 시대가 계속될까? 2020년에 개봉한 영화 ‘2067’은 인류가 45년 뒤 공기가 오염되어 공기를 마시면 치명적인 병에 걸린다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요즘도 가끔 마스크를 착용하고 너무 숨이 가빠지면서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숨을 힘껏 들이마신다. 공기를 그대로 폐로 보내면서 대기 중에 바이러스가 오염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대기가 오염이 되어 더 이상 공기를 마시지 못한다면? 인류는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영화 '2067' 포스터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공기를 흡입하면 생기는 치명적인 질병

45년 뒤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 2067년의 모습은 어릴 때 상상했던 것처럼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인류의 과학 문명은 한껏 발달되었다. 하지만 그와 비례해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이제 지구에서 인간은 더 이상 살기 어려워 보인다. 아닌 게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가장 필요한 천연 산소를 흡입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화 ‘2067’은 지금으로부터 44년 뒤인 2067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구는 기후 위기로 인해 거의 모든 생태계가 마비상태다. 공기는 오염되어 공기를 흡입하면 치명적인 병에 노출되게 된다.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 인간의 멸종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때 바이오회사인 코르니코프사에서 만들어낸 인공 산소는 인류의 구원자가 되어 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인공 산소를 통해 살아가게 된다. 한편 주인공 ‘이던 와이트(코디 스밋 맥피 분)’는 더럽고 답답한 터널 속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도시 발전소의 터널 작업 노동자다. 이 시대에는 천연 산소가 오염되어 인공 산소를 흡입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은 산소가 결핍된 병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이던의 부인인 잰시도 산소 결핍증(산소병) 환자다. 이던은 아픈 부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힘들지만 지금의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선은 크로니코프사의 기술 연구원인 레지나 잭슨에서 연락을 받는다. 이던의 과거와 관련된 일이었다. 이던의 돌아가신 아버지 리처드는 저명한 물리학자였다. 그가 어렸을 때 리처드는 생일선물이라며 이던의 팔에 이상한 장치를 영구히 장착했다. 잭슨은 이던에게 그의 팔에 장착된 장치에 미래의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열쇠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서 현재의 산소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으라고 요청한다. 이게 무슨 황당무계한 일인가. 난데없이 타임머신은 무엇이며(아직 이 시기에도 타임머신은 요원한 일이다) 미래로 가서 인류를 구원할 산소병의 치료법을 가지고 오라고 미치고 펄쩍 뛸 일이 아닌가? 아버지 리처드와의 기억은 더 좋지도 않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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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67' 스틸컷 ⓒ위클리서울/ 네이버영화

인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잭슨이 말하는 미래는 무려 407년 뒤인 2474년이다. 미래에서 보내온 메시지에 의하면 이 시기의 인류는 정말 멸망한다. 잭슨은 이던의 아버진 리처드가 사망하기 20년 전 작업했던 프로토 타입의 타임머신을 테스트하면서 미래 멸망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던만이 미래로 갈 수 있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머리가 복잡한 이던. 하지만 결국 이던은 미래로 향하는 타임머신에 탑승한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서기 2474년에는 울창한 산림이 우거져 있었다. 천연 산소가 존재하고 식물들도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인류가 멸망한다는 2474년에 오히려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숲 속에서 해골을 발견하고 그 해골이 이선 자신임을 알게 된다. 과거로 다시 돌아갈 방법도 없는 이던. 이제 이곳에서 꼼짝없이 죽게 생겼다. 그러나 이던을 찾으러 미래로 온 동료 주드와 함께 돌아갈 방법을 강구하게 되고 그의 아버지가 숨겨놓은 비밀 기지에서 아버지의 홀로그램 영상을 찾아낸다. 영상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아버지 리처드는 타임머신을 개발했고 400년 뒤 미래로 가서 산소를 가져올 생각이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크로니코프사의 대표는 지구에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수의 인류만을 생존시킬 ‘노아의 방주’ 계획을 실행해 미래로 도망치려 했었고 이던의 아버지 리처드는 이를 막기 위해 407년 후 ‘이던을 미래로 보내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던 것. 이던의 팔에 영구장착된 장치는 리처드가 미래의 타임머신을 활성화할 수 있는 DNA 장치였다. 이던이 없으면 미래로 갈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리처드는 (아마도 크로니코프사에 의해) 살해당한다. 한편 2067년 지구에서는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이 미래로 이주할 계획이 실행된다. 이던은 미래의 식물이 번성하는 모습과 크로니코프사의 만행을 영상에 실어 2067년 과거로 보낸다. 미래에서 온 식물은 2067년으로 보내져 식물 생태계가 복귀되고 이던은 2747년의 미래 도시에서 인류가 번성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과거로 돌아온다. 다행히 영화는 이처럼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미래도 과연 영화처럼 해피엔딩일까?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소멸된다고 해도 또 다른 감염병은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지구의 생태계를 인간이 망가뜨리고 있다면 인류 멸망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인류가 물과 공기를 언제까지 이렇게 마음껏 쓸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환경오염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버린 미세플라스틱의 향연으로 인해 바다 생물들은 오염되고 죽어가고 있다. 각종 에너지 오염 물질로 인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폭염, 폭설, 폭우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환경오염이 만들어낸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각종 화학물질과 인공 조미료로 점철된 인스턴트 음식만 먹으면서 인류는 병들어가고 있다. 물을 모두가 다 사 먹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 불과 십수 년 전이다. 우리는 이제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영화에서처럼 인공 산소를 흡입하며 부족한 산소 상태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3년간 마스크를 쓰고 살고 있는 요즘을 생각하면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이 상상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려스럽다. 흘러가는 작금의 현실을 멈출 방법은 없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인류가 또 길을 찾기를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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