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바이러스는?
드라마 속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바이러스는?
  • 김은영 기자
  • 승인 2022.09.08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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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드라마 ‘의사 요한’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또 다시 증가세다. 정부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도 한달 새 8배 늘었다. 위·중증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중증 환자들이 갈 병상 수는 부족한 지경이다. 병상 수가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이 의료진이다. 3년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들이다. 팬데믹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갑작스러운 환자 증가로 병원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진들의 피로도는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국가적 재난으로 확장되었을 때 의료진들의 생활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괴로움의 연속일 것이다. SBS에서 2019년도에 방영된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는 각종 병과 싸우는 의사들의 고군분투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어쩌면 현실 보다 더 현실 같은 드라마의 세계에서 이들은 바이러스와 한바탕 전쟁을 치룬다.

 

드라마 ‘의사 요한’ 포스터 ⓒ위클리서울/ SBS홈페이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과 흡사한 드라마 속 ‘니파 바이러스’

“속보입니다. 국내 첫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 감염가능한 인수공통 감염병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는 뉴스 속보가 전달된다. 버스 안 승객들은 뉴스를 듣는 둥 마는 둥 관심이 없다. 그런데 머리가 백발인 한 남자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확진자는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구토 증상을 나타낸다. 바이러스는 환자의 체액과 타액 등 분비물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할아버지도 혹시 니파 바이러스...? 기침 소리가 요란하자 그제서야 사람들의 이목이 할아버지에게 쏠린다. 드라마가 방영될 무렵인 2019년 7월~9월은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속 상황이 왠지 과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와 상황이 너무 유사하다. 혹시나 우리가 상상하던 바로 그 상황인가? 드라마 속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환자의 접촉자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인도 방문 후 2주 내에 해당 증상을 보일 시에는 즉시 가까운 보건소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가만 보니 버스 안에는 할아버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좌석에 않아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고열로 인해 땀을 흘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딸의 이마를 닦아주며 걱정하고 있다. 남자가 기침을 할 때마다 남자의 비말은 좁은 버스 안을 채웠다. 버스에서 기침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유덕규(이도경 분) 할아버지. 유덕규는 증세가 심각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드라마 속 병원은 칸막이도 없고 마스크를 쓴 의료진도 없다. 지금 보면 너무나 다른 세상 같다. 기침을 하든 말든 자유롭게 사람들이 대면하고 말을 섞는다. 레지던트 2년 차 의사 강시영(이세영 분)도 마스크 없이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진료한다. “할아버지, 어디가 편찮으세요?” 강시영의 말에 유덕규는 “머리가 너무 아프고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 부근이 아프다”라며 “이삼일 전부터는 구토 증상도 있다”라고 호소했다. 체온을 재어보니 39.5도 고열이다. 남자의 말을 들은 응급실에 있는 다른 환자도 자신도 열이 많이 난다고 호소한다. 젊은 여성은 유 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한다. 여성의 체온도 39도에 가깝다. 의료진들은 당황스러워하며 할아버지를 바라 본다. (혹시..?) 강시영은 유덕규에게 혹시 해외를 다녀왔냐고 묻는다. 유 씨는 자신은 40여 년간 한 번도 해외를 나간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며칠 전 인도에서 온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의료진들은 니파 바이러스를 의심한다.
 

드라마 ‘의사 요한’ 스틸컷 ⓒ위클리서울/ SBS홈페이지
드라마 ‘의사 요한’ ⓒ위클리서울/ SBS홈페이지

팬데믹 바이러스 3년차... 지금 버틸 수 있는 것은 의료진의 희생 덕분

할아버지가 각혈을 하자 강시영의 얼굴에도 피가 튄다. 마취통증의학과 펠로우 이유준(황희 분)은 즉시 응급실을 격리병동으로 만들어 의료진들과 환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병동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병동이 폐쇄되자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동요한다. 차요한(지성 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폐쇄된 병동 밖에서 강시영을 계속 격려하며 전화로 진짜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유추하게 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최악의 경우는 유 씨가 니파 바이러스 환자이고 지금 그와 함께 있는 나머지 고위험성 환자들이 전부 바이러스에 확진되는 경우다. 면역성이 약한 고위험성 환자들이 함께 있는 병동이기에 유 씨가 니파 바이러스인 것이 확실하다면 다른 환자들도 감염되어 위·중증 환자로 발전하거나 사망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직 모른다. 차요한은 “지금은 최악이 아닌 ‘나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가령 예를 들어 유 씨가 ‘니파 바이러스’의 증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전염성이 없는 다른 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요한은 유덕규가 ‘니파 바이러스’일 확률이 99.999%이지만 0.001%의 가능성이 있다면 다른 병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차요한은 강시영에게 유덕규가 무엇 때문에 진료를 보러 오게 된 것인지 다시 물었다. 강시영은 유덕규의 증세 중 만성 두통, 피로감, 식욕부진 증세가 1년 넘게 있었고 최근 인도를 다녀 온 지인을 만난 후부터 기침, 구토, 발열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증세의 대부분이 ‘니파 바이러스’ 증세와 비슷하다. 하지만 차요한은 니파 바이러스라면 식욕 부진이 1년 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추측은 금물. 가장 먼저 할 일은 정확한 검사로 진단명을 알아내야 한다. 강시영은 PCR 기본 검사와 CBC(혈액)검사를 실시한다. 병명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전신 CT나 MRI 검사가 필요하지만 폐쇄 병동이라 검사를 할 수 없다. 의사들은 유덕규의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분투한다. 결국 유덕규가 40여 년 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의 병명이 ‘니파 바이러스’가 아닌 ‘메리오이도증’이라는 것을 밝혀내게 된다. ‘메리오이도증(Melioidosis)’은 유비저균(Burkholderia Pseudomallei)에 의한 감염증으로 균에 오염된 흙을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거나 균에 오염된 물을 마실 경우 등 균에 접촉하면서 걸리는 전염병이다. 이 병의 특징은 잠복기가 길다는 점이다. 이 감염증은 잠복기가 짧으면 수일 내에 감염되지만 수년 동안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덕규는 40여 년 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후 오랜 잠복기 끝에 바이러스가 발현된 것이었다. 다행히 치료제가 없는 ‘니파 바이러스’와는 달리 ‘메리오이도증’은 약 2주간 주사로 항생제를 투여받고 몇 달간 약을 복용하면 치료가 되는 병이다. 병동은 다시 열리고 환자들은 치료가 시작됐다. 드라마 속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니파 바이러스가 아니라 다른 세균에 의한 병인 것이 밝혀져 안도감을 줬다. 드라마 속에서 하얀색 전신 보호복을 입고 환자들을 돌보는 강시영의 모습은 지금의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 당해보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처음 겪었을 때 그들도 드라마 속 의료진들처럼 당황했을 것이다. 그리고 팬데믹 상황에 준비되지 않은 여러 가지 시스템과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힘들고 무서웠을 것이다. 차요한은 레지던트인 강시영에게 “할 수 있어, 같이 해보자”라며 응원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의료진들이 두려움에 맞서 이겨낸 결과인 것이다. 무서운 팬데믹 바이러스의 상황 속에서 의연하게 병과 맞서 싸워준 의료진들에게 새삼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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