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넷플릭스 ‘바이오 해커스’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한낮 기온이 30도가 넘은 지 오래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도 안 됐는데 벌써 무덥다. 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모기’도 기승을 부린다. 모기는 한때 코로나19를 전염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모기에 의한 전염을 시사할 정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세계보건기구(WTO)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기한테 물려서 전염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모기의 흡혈 행동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고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모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려면 바이러스 확진자의 피를 흡혈한 후 또 다른 사람의 피를 흡혈해야 한다. 만약 이때 모기 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다면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물론 그럴 확률은 “매우매우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만약 이 희박한 확률이 현실이 된다면?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시즌 1까지 방영된 ‘바이오 해커스’는 모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도 있다는 ‘아주아주 희박한 확률’에 작가적 상상을 덧붙여 만든 드라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모기가 자연적으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아니다. 미친 일부 과학자들이 고의로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개발한 것이다.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기차 안에서 시작된 전염병의 징조

이야기는 기차 안에서 시작된다. “혹시 의사 없나요?” 급박하게 의사를 찾는 승무원. 누군가 위급한 상황이다. 단번에 승객들의 시선이 승무원에게 집중된다. 주인공 미아(루나 베들러 분)는 독일의 명문대학 프라이부르크 대학을 다니는 의대생이다. 의대생인 미아가 환자를 심폐 소생시키는 사이 객실 사람들이 갑자기 심장마비에 걸린 듯 발작을 하며 쓰러진다. 순식간에 기차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문제의 시작은 2주 전. 미아는 의대 입학 후 기숙사로 들어선다. 미아는 로렌츠 박사를 만나기 위해 이 대학을 온 듯하다. 로렌츠 박사는 스타 의대 교수이자 유명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CEO다. 로렌츠 박사는 합성생물학을 강조한다. 그는 합성생물학을 이용하면 질병이 생기기 전에 없앨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이 드라마에서 로렌츠 박사는 키워드가 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저명한 유전공학 박사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는 ‘호모데우스 프로젝트’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호모데우스 프로젝트’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조작하여 우성 유전자만 제공해 병을 없애는 유전자 조작 프로그램이다. 미아는 로렌츠 박사의 합성유전자 실험에 참여한다. 하지만 녹색으로 만들어야 하는 유전자를 고의로 빨간색으로 만들어버린다. 미아가 돌발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그녀는 로렌츠 박사의 조교 야스퍼가 알려준 비법으로 일부러 실험에서 독특한 결과물을 만들어 로렌츠 박사의 눈에 띄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이전에 로렌츠 박사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먼저 로렌츠 박사의 조교에게 접근했다. 조교인 야스퍼는 미아에게 호감을 느끼고 미아를 로렌츠 박사의 유전자 벡터 실험을 하는 자신의 실험실에 들여 보내준다. 조교는 미아가 로렌츠 박사의 조교가 되려는 줄 알고 조교가 되기 위한 양식을 보내주기도 한다. 하지만 미아의 목적은 조교가 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로렌츠 박사와 미아와의 관계는 미아의 과거와 관련이 있었다. 미아에게는 어린 시절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혼자다. 당시 어린 미아는 우연히 집안에서 로렌츠와 아버지가 말다툼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도망친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아직 알 수 없다. 다시 기차 안. 모든 사람들이 다 쓰러져 죽은 가운데 미아만이 살아서 일어난다. 완벽하게 방호복을 갖춰 입은 여성이 미아 목에 걸린 목걸이 이름을 보며 “당신이 생존자다. 이름이 미아냐?”라고 묻자 미아는 “나는 에마”라는 이상한 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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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직접 신이 되고자 하는 미래

짐작하다시피 미아의 목적은 로렌츠 박사의 연구에 들어가 비밀을 캐고자 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로렌츠 박사가 있는 대학까지 입학하게 된 것이다. 미아는 로렌츠 박사의 실험실에서 자신의 구강세포를 채취하는 로렌츠 박사를 보면서 과거 로렌츠 박사가 자신과 쌍둥이 자매에게 구강세포를 채취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 과정에서 미아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룸메이트의 DNA와 자신의 DNA를 바꿔 등록하기도 한다. 미아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시청자들은 계속 미아가 알고자 하는 진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미아가 알고 싶은 것은 쌍둥이 자매에 대한 로렌츠 박사의 연구 결과였다. 조교가 되어 자료를 해킹하고자 하는 미아. 이러한 과정에서 미아는 로렌츠 박사가 실험하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알게 된다. 로렌츠 박사는 질병을 옮기는 모기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기가 사람을 물면 전염병이 감염되는 것이다. 전염병에 감염된 모기는 눈이 빨갛게 변했다. 야스퍼는 좀더 효과적으로 이 모기들이 전염병을 옮길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했다고 미아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향후에 밝혀지지만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야스퍼가 이 모기들을 기차 안에 살포했기 때문이었다. 로렌츠 박사의 명령대로 움직인 것이다. 이야기 중반이 되면 미아가 누군지 밝혀진다. 미아는 사실 미아가 아니었다. 기차 안에서 이름을 묻는 방역관에게 한 말처럼 그녀는 ‘에마 엥걸스’였다. 미아는 10살 때 아퍼서 죽은 형제 ‘벤야민 엥걸스’와 진짜 자신 ‘에마 엥걸스’의 죽음(에마는 공식적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과 부모가 갑자기 즉사한 사건의 중심에 로렌츠 박사가 있다고 생각하고 로렌츠 박사에게 접근해 자신의 가족과 자신에 대한 정보를 빼내려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로렌츠 박사가 진행했던 ‘호모데우스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다. 유전자 조작 프로그램으로 생명윤리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로렌츠 박사가 자신의 가족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을 밝혀내려는 것이 드라마의 큰 줄기인 것이다. 사실 에마는 이 호모데우스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하다. 슈만이라는 남자를 찾아간 에마는 죽어가는 태아들에게 유전자 조작 프로그램인 호모데우스를 이용해 태아를 실험한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태어난 자신의 형제는 10살에 죽었고 자신도 죽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인은 살아남았고 미아로서 행세하며 살아오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살면서 이런 미래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우월한 우성 유전자는 남기고 열성이거나 질병이 될만한 유전자는 미리 제거해 신종 인류를 만드는 미래 말이다. 유전자 조작 기술은 놀랍게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도 유전자 조작을 통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로렌츠는 “병에 걸려 태어나는 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봐. 호모데우스(프로젝트)는 의학계의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고까지 하며 스스로를 감격스러워한다. 하지만 병에 걸린 아이가 없는 세상이 행복하고 완벽하기만 할까? 로렌츠 박사의 논리는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했던 성서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며 그 결정권을 신이 아닌 자연이 아닌 인간이 쥐게 되었을 때 세상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까? 바이오해커스는 머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유전자 조작의 미래를 보여준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심은 과연 인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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