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및 영화 속 전염병과 코로나19] 영화 ‘피원 에이치(P1H, 2020)’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전염병을 어떻게 다루었고, 지금의 코로나19를 살아가는 현재에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한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3차 추가접종(부스터 샷)’ 접종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1차, 2차에 이어 3차까지 맞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였던 항체 치료제까지 오미크론에는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가 오미크론 변이에 ‘속수무책’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2.5배나 더 빠르다. 국내에도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수백 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인천이었지만 이후 서울, 부산, 강원도 등 전국 각지로 퍼져갔다.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바이러스가 치사율도 높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피원 에이치(P1H, 2020)’는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에 살고 있는 각각의 소년들이 만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바이러스 영화다. 감독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닥친 바이러스 팬데믹이 인류에게 ‘끝’이자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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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첨단 과학기기를 이용한 바이러스의 전파가 시작됐다

영화의 시작은 드론에서부터 시작된다. 청명한 하늘에 갑자기 수많은 회색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대한민국 상공에서는 어디서는 이러한 드론이 군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구경하다 급기야는 핸드폰을 꺼내 이 진귀한 장면을 찍고 있다. 드론은 하늘을 빙빙 돌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낙하한다. 드론은 낮게 비행하며 핸드폰을 찍고 있는 한 커플에게 다가간다. 신기한 듯 드론에 가까이 다가가는 여성. 그러나 갑자기 여자는 비명을 지른다. 드론에서 뭔가가 발사된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 흩어지고 남자는 여자를 걱정스러운 듯 살펴본다. 고개를 든 여자의 눈은 검은 눈동자가 사라지고 흰자위만 남은 상태다. 여자는 갑자기 남자에게 달려들어 공격한다. 드론에서 발사된 무언가가 여자를 변하게 만든 것이다. 다시 장면은 미래로 바뀐다. 영화에는 ‘아주 먼 미래’라는 자막이 쓰인다. 자세히 보니 광화문이다. 그런데 광화문은 이미 폐허로 변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낡아 부서질 것 같은 칼을 쥐고 있다. 다만 그의 눈빛은 살아있다. 마치 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듯하다. 같은 시각 다시 드론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어느새 나타난 한 무리가 드론을 향해 사격을 한다. 이 모든 것은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미생물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드론이 사람의 피부를 향해 쏘면 기생충처럼 생긴 미생물이 상처가 난 부분을 통해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 바이러스를 발현시킨다. 명칭은 ‘알코르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의 소음에 반응하며 인간의 폭력성이 극대화되도록 설계됐다. 과거 드론이 한 여성을 쏘아 공격적으로 만든 것처럼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과 공격치가 최대로 올라간다. 드론과 전투를 벌이는 도중 ‘종섭(종섭 분)’이 앞에 나선다. 종섭은 드론을 유인하는 유인책이다. 그는 매우 민첩하기에 이런 임무가 주어졌다. 무리들의 리더인 ‘한(정진영 분)’은 드론을 총으로 격추시킨 인물이다. 그는 명사수다. 이 무리에는 ‘누나(설현 분)’라 불리는 여성도 있다. 그는 전직 양궁 금메달리스트로 한을 도와 드론을 격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드론을 신나게 격추시키고 거리 탐사를 나선 종섭과 누나. 하지만 거리는 이미 평화롭지 않다. 곳곳에 인간을 사냥하는 사냥꾼의 ‘덪’이 놓여있다. 누나는 순식간에 덪에 걸려 공중으로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누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종섭도 누나를 구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사냥꾼을 걷어차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 과정에서 ‘면역 생존자’라 불리는 ‘소울(소울 분)’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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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바이러스 살포를 저지하려 하는 소년들

‘한’은 현재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무법천지가 된 이곳의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 상황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시계는 과거로 향한다. 지웅(지웅 분)과 기호(기호 분)라는 소년이 햇살을 받으며 건초더미 위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는 모습이다. 미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는 체 ‘꿀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눈을 뜬 곳은 원래 있던 곳이 아닌 처음 보는 낯선 거리다. 아직 잠도 깨지 않았는데 눈앞에는 총을 들고 달려드는 괴한이 눈에 들어온다. 둘은 영문도 모른 채 추격자에게 쫓긴다. 두 사람이 도망치다가 어떤 남자의 조언을 받아 도달한 곳은 드론 설계도가 붙어있는 한 실험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유령’이라 불리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왜냐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에 의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영화의 시계는 현재로 돌아왔다. 이곳에는 ‘인탁(인탁 분)’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다. 인탁은 춤추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열혈 고교생이다. 평화로운 오후, 인탁과 같은 반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어떤 영상을 보고 있다. 인탁은 그의 곁을 지나가다 머리에서 목까지 가린 검은 투구를 쓰고 녹색 작업복을 입은 한 사내의 동영상을 보게 된다. 남자는 이상한 말을 하며 사람들과 동시 채팅 중이었다. 채팅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이 남자의 말을 믿지 않으며 ‘관종’ 취급을 한다. 한편 인탁과 인탁에게 춤을 가르친 지도 교사는 춤 경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수천 대의 드론이 나타난다. 영화가 처음 시작했던 바로 그 시점이다. 사실 인탁이 본 인터넷 동영상 속 남성이 하던 이상한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다. 남자는 드론이 쏜 정체불명의 미생물이 바로 ‘알코르 바이러스’라는 진실을 알리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인탁도 감염자가 된 춤 지도 코치에게 목이 졸려 죽을 지경에 처했다. 미래에 있는 ‘한’의 생각대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서 살고 있는 이 소년들이 지구를 과거로 돌릴 운명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영화에 나오는 지웅, 인탁, 테오, 종섭, 소울, 기호 등 6명의 소년의 정체는 현실 세계의 ‘아이돌’이다. 이들은 ‘P1하모니(Harmony)’라고 불리는 신생 아이돌 그룹의 일원들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도 ‘P1H’가 된 것이다. 아이돌의 탄생 서사를 그린 것이어서인지 몰라도 사실 영화는 개연성이 약하고 결말도 없다. 다만 ‘소년들이 인류를 멸망하게 만든 신종 바이러스를 종식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라는 아이돌 역사의 서사를 만들기 위한 메시지만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드론에 의해 발사되어 감염되는 미생물 바이러스라’는 설정은 참신하다. 특히 드론이 총을 쏘아 생긴 아주 작은 구멍으로 미생물이 사람 몸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실제로 일어날까 두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다. 사실 바이러스를 만들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상상이긴 하다. 그런데 이런 상상이 들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종식이 어렵다며 바이러스와 공존하자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위드 코로나’ 실시 이후 확진자는 2배, 3배 폭증해 7천여 명까지 올라갔다. 서울은 3천 명 대를 육박했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서울은 확진자가 1천 명 이하로 떨어졌다. 국내 성인 백신 접종률 93%인 상황에서도 사람들끼리 떨어지는 게 해답이었던 셈이다.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의 관계를 피해야 하는 이러한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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