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불안·교권 약화에 이탈 가속화
[위클리서울=이수경 기자] 높은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로 선망 받았던 교사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 교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임금, 복지 수준도 다른 직군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한 교육대학 관계자는 “요즘에는 교대를 선호하지 않아 반수 휴학, 자퇴 등 ‘중도탈락자’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매년 진행하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교사 직업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고 있다.
극한 직업 선생님 인기 추락 ‘교대 재학생수 급감’
교대에 다니다가 자퇴하는 학생 수가 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교권 추락으로 교사 직업의 매력까지 떨어지면서 교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대에서 자퇴한 학생은 484명에 달했다.
2018년 143명 수준이던 교대 자퇴자는 2023년 542명으로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며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143명 ▲2019년 222명 ▲2020년 237명 ▲2021년 347명 ▲2022년 424명 ▲2023년 542명 ▲2025년 48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수도권 교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경인교대에서 자퇴한 학생 수는 2018년 9명에서 2024년 101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서울교대도 10명에서 82명으로 확대됐다. 교대 자퇴생 증가의 배경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임용 축소가 꼽힌다.
초등 임용시험 모집공고 인원은 2020년 3916명에서 2024년 3157명으로 줄었다. 교대생들의 중도 탈락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원의 처우 개선과 사회적 위상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대생 입장에서는 졸업 후 교단에 설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활동 방해하는 학부모 처벌해야
최근 한 달, 울산에서 벌어진 두 사건은 우리 교육 현실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한 사건은 교육 공간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너졌는지를, 다른 사건은 교육 당국의 변화 의지를 드러낸다.
지난달 25일 울산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40대 A씨 부부가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를 찾아가 딸의 동급생인 B양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지속적으로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A씨 부부는 폭행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처음으로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로 학부모를 고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교사의 교육행위에 대해 반복되는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교육활동 침해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참고 견뎌야 한다’는 교육 당국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무너진 교권보호 위한 법적 장치 필요
교육개혁의 좌절은 공교육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곧 교사에 대한 불신이었고, 여론은 교육개혁의 연이은 실패 원인을 정부가 아닌 교사들의 능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질타 속에 교사는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했고, 선생님으로서의 자존심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교단을 떠나는 교사가 줄을 잇고, 미래 교사를 꿈꾸는 아이들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선생님이 꿈이었던 김모(17)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변함없던 선생님에 대한 꿈이 요즘은 ‘과연 선생님을 해도 될까’라는 고민으로 바뀌었다”라며 “학생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무례하고,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은 친구들의 부모님은 학교로 찾아와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을 오히려 꾸짖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도 사람인데 무조건 아이들에게 좋은 말만 할 수 없고 바른길로 이끄는 것은 당연한데 선생님의 그런 마음이 요즘은 존중되지 않는다”라며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학부모에게 고개 숙여야 하는 직업이라면 별로 하고 싶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교사인 권모씨는 “교권 회복을 위해 교육부는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하지만, 교사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의 희망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있기 때문에 교사가 긍지를 가지고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문화와 교육여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권 추락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노출돼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다”며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도록 교권 회복과 교육여건 마련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