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재정’ 갈등…“선진국이 먼저 책임 다하라”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 ⓒ위클리서울/연합뉴스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 ⓒ위클리서울/연합뉴스

[위클리서울=정수기 기자]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총회(COP30)에서 세계 3위 탄소배출국 인도가 또다시 국제사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회원국 대부분이 갱신된 국가결정기여(NDC3)를 제출한 가운데, 인도가 유일하게 기한을 넘기며 새 감축 계획을 ‘연말 공개’로 미뤘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인도는 선진국의 책임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NDC를 제출하지 않았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공감대 속에서도 인도의 행보는 기후재정·역사적 책임 문제를 둘러싼 국제 기후외교의 깊은 균열을 다시 드러낸다.

인도 “선진국은 말이 아닌 돈과 책임을 먼저해야”

인도 정부는 이번 지연에 대한 공식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부펜드르 야다브 환경장관은 COP30 연설에서 “선진국은 현재 약속보다 훨씬 빠르게 넷제로에 도달해야 하며, 기후재정은 ‘수조 달러 단위’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OP30 직전 기고문에서도 “세계는 협상에만 매달린 채 시간을 허비해왔다.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이 더 높은 감축목표(NDC)를 제출하더라도, 기술·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질적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기후재정 논쟁은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선진국은 2035년까지 연 3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재정을 약속했으나 개발도상국은 최소 1조 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제공 방식과 투명성도 논란이다.

특히 선진국이 민간 금융 활용을 강조하며 개발도상국에 대출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유럽 주요국은 인도와 중국 같은 신흥경제권도 기후재정 부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 “GDP 수준을 고려하면 신흥국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석탄 의존도 여전…국제사회 “인도 기후전략, 부족하다”

인도는 비화석 전력 비중 50% 목표를 ‘예정보다 앞당겨 달성했다’며 성과를 강하게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평가는 다르다. 독립 평가기관인 기후행동추적(CAT)은 인도의 기후 목표를 ‘매우 불충분’으로 규정했다.

인도의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5%로, 1.5℃ 목표에 맞추려면 최소 19%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석탄 감축 일정이 없고, 신규 광구가 지속적으로 경매에 나오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힌다.

기후변화성과지수(CCPI) 역시 인도가 1년 새 13계단 떨어져 23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2024년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폭은 글로벌 최댓값을 기록해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선진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해온 중국조차 이미 NDC3를 제출한 상황에서, 인도만이 미제출 상태로 남아 있는 점도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COP30에서는 ‘전 지구적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로드맵’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인도는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는 연말까지 NDC3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갱신안이 석탄 감축 목표를 명시할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얼마나 상향할지, 그리고 그 이행 조건에 어떤 재정·기술 요구가 담길지가 COP30 이후 국제 기후질서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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