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발생 확률 급상승, 법적 논의 본격화 시동

발전소 굴뚝 ⓒ위클리서울/픽사베이
발전소 굴뚝 ⓒ위클리서울/픽사베이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염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특정 기업과 국가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인재’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CNN이 인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폭염 강도의 50% 증가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기존의 연구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폭염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213건의 폭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산업화 이전 대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폭염 강도는 평균 섭씨 1.68°C 상승했고 이 중 0.47°C는 ‘카본 메이저’의 배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본 메이저는 글로벌 석유기업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화석 연료 생산 비중이 큰 국가들을 포함한다. 연구를 이끈 얀 퀼카일레 박사는 “분석 대상이 된 극한 폭염 가운데 최대 4분의 1은 세계 14대 카본 메이저의 배출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화석연료와 시멘트 생산자들이 폭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립한 것”이라며 “그들의 배출이 폭염의 강도와 발생 확률에 어떤 인과적 영향을 줬는지 명확히 정량화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연구에선 첫 10년과 두 번째 10년을 비교했을 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발생 확률이 20배에서 200배로 급등했다. 심지어 배출 규모가 작은 기업조차도 배출한 온실가스로 폭염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후변화 영향 연구를 넘어, 개별 기업의 배출 책임을 법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제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리나 헤리 탈뷔르흐 법대 교수는 “법원이 점점 더 카본 메이저들에게 책임을 묻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과학적 확실성을 요구해왔다”며 “이번 연구는 그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후과학자 클레어 반스는 “이번 연구는 화석연료 배출이 전 세계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지만 실제 영향을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 커뮤니케이션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도 “이번 연구는 단순한 사례 분석이 아닌 200여 건 이상의 폭염을 종합해 연결고리를 보여준 점에서 독창적이다”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공동 저자인 리처드 히데는 “이번 연구는 개별 화석연료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한 영향에 대한 초기 단서를 제공한다. 향후 다른 극한 기후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누가 책임이 있는지, 책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초를 놓는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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