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사회복지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위클리서울=이수경 기자] 장애인들은 사회 구조적으로 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야만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일을 등한시했고 다수의 소통 방식을 강요했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순응해야 절대다수 비장애인 사회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장애인들도 사회에서 받는 불평등,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하게 낼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얼마 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의 언니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다운증후군 장애인 배우이자 화가 정은혜(35)씨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씨는 “20대 때는 하는 일 없이 방에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 생활을 열심히 하며 돈을 벌고 있고, 엄마도 제 카드를 쓴다”라면서 “장애인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집에만 있을 때는 너무나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침에 남편과 함께 출근하고 동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며 같이 점심을 먹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리중심 일자리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 “권리중심 일자리에 참여하기 전에는 청소를 했는데, 여기서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더 신나고 자존감이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최중증장애인들이 권익옹호, 문화예술, 인식개선 교육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비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제도이다. 현재 국회에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있는 상태다.
“장애인 많이 할당해 문제” 발언 논란
며칠 전 국민의힘 박민영 미디어 대변인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을 비난하는 발언에 동조하는 등 논란이 제기됐다.
박 대변인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과 관련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며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왜 국민의힘에서 공천 달라고 구걸하느냐”는 등의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켰다.
박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뭐만 하면 무지성 ‘혐오’로 몰아가는 스테레오타입부터 벗어야 한다”며 반박글을 올렸다. 이어 “장애인 할당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장애인이라고 다른 집단에 비해 과대표되어선 안 되며 마찬가지로 특정인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소 지나친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만 당당하게 앞에 나설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장애인이라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라며 “장애인들은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약자라고 무조건 보호받아야 하거나 혜택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인권 의식 높은 호주, 스웨덴 장애인 권리 구제 활발
이런 가운데 수많은 기관이 “장애 이해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짧은 이론 교육이나 매뉴얼 암기식 훈련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의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필요한 지원 방식이 달라지고, 서비스 이용자의 문화적·사회적 배경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과의 의사소통, 청각장애인의 긴급상황 대응, 뇌병변 장애인의 이동 지원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이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적 실무 역량이 필요하다.
호주는 한국보다 15년이나 앞선 1992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2008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를 동시에 비준한 장애인 인권 선진국이다. 장애인 권리 인식 수준이 높고 장애인의 사회 참여도 활발하다.
여기에 더해 장애인 옹호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 법률단체의 강력한 지원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권리 찾기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LSS(지방사회서비스법) 체계하에 ‘퍼스널 어시스턴트(Personal Assistant)’ 제도가 발달해 있다.
이는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생활 전반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 직종으로, 근무 시간·교육 과정·근로 조건이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되어 있다. 또한 개별 이용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정되어 의료·재활·주거·여가 등 모든 생활 영역의 지원을 통합적으로 조율한다.
한 장애인 인권변호사는 “영국의 ‘케어 매니저(Care Manager)’ 제도처럼, 이용자의 욕구 사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연계하는 역할은 우리나라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