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무너지고사람도 무너진다. 무너짐 속에 아직 눈뜨고 있는 것,빨간 망 속에 숨 쉬며 우리를 바라보는 것,너의 꿈은?
꽃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은 그때까지 정말 알지 못했다. 가까이 서기조차 조심스러운, 애처롭도록 연약한 꽃잎이며 안개가 서린 듯 몽롱한 잎새, 그리고 환상적인 그 줄기가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아름다움이란 떨림이요 기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때부터 누가 무슨 꽃이 가장 아름답더냐고 간혹 소녀적인 물음을 해오면 언하에 양귀비꽃이라고 대답을 한다.
한 쪽 시력을 잃은 아버지 내가 무심코 식탁 위에 놓아둔까만 나팔꽃 씨를 환약인 줄 알고 드셨다 아침마다 창가에 나팔꽃으로 피어나 자꾸 웃으시는 아버지
지는 해가울컥울컥피를 토해낸다.검붉은 핏덩이들이바닷물에 스며든다.(글/사진=고홍석 전 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