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 앞세운 골리앗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는 우리의 다윗들!!

재래시장에 갔다. 청량리역에서 제기역 사이에 걸쳐져 있는 경동시장이다. 여기는 이 없다. 강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수산물시장, 청과물시장, 약재시장, 한발치 안에 다 들어있다. 아침 8시면 이곳의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다. 대개 새벽 4-5시면 움직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곳에 들른 건 지난 27일 오전 8시반경과 28일 비슷한 시간대였다. 새벽엔 지방에서 물건들이 올라온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엔 겉은 그래도 조금은 한가하게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받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사람, 아침밥을 먹는 사람, 이미 2천원짜리 미니족발에 막걸리 사발을 기울이는 사람 등 저마다 분주하기만 하다.
4천원짜리 수박이 탐스럽다. 올해는 마늘이 대풍년이란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찍지말라"며 손사래부터 친다. "왜? 또 뭔 트집을 잡으려고?" 많이 당한 모양이다.
이곳저곳 스케치를 하고 나오는 길, 바로 앞에 산만한 몸집의 괴물이 떡 하니 막아선다. 뭘까? `한방천하` 그리고 비슷한 크기의 또다른 거대한 빌딩들이다. 몇개는 공사가 거의 끝났고 또다른 몇개는 아직도 한참 공사중이다. 그 뿐 아니다. 인근엔 그 그림자만으로 경동시장 전체를 덮고도 남을만한 거대한 몸집들이 계속 들어섰고 또 들어설 예정이다. 한솔 동의보감, 불로장생 타워, 동의보감 타워…. 이름만 봐도 느껴진다. 타워라니….
좌판을 깔거나 조그만 가게를 얻어 장사를 하는 경동시장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다. 어쨌든 그래도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생계가 달린 일이기에…. 아참, 29일 아침 대풍년이 들었다는 마늘(고흥산이 많았다)은 50통에 대략 4천원에서 7천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100통 짜리 1접이면 8천원에서 1만4천원 정도 하는 셈이다.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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