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천의 봄을 노랗게 물들인 그대와의 대화

 
이제야 당신의 이름을 알았어요
안녕하세요 노랑꽃창포
당신 참 아름답군요.
당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내가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안녕 아이야
반갑구나 어서오렴
아주 오래된 나의 이야기
오늘 너에게 들려주고 싶구나

나는 바다를 건너 여기 왔단다
나의 고향은 그리스
거기에서 내 이름은 아이리스였단다
물가에 핀 내 모습이 예뻐서
누군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어느 나라를 가든지 나의 친구들
연못가에 함초롬히 피어 있단다

나의 잎은 초록발전소
햇빛이 쏟아지면 신나게 일을 하지
부지런한 엽록소들 달콤한 에너지로
내 몸을 자라게 하네
신선한 산소도 가득 뿜어내네
너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란다

햇빛과 물이 없으면 난
무덤에 갇히겠지 고마워요 하늘님
땅이 없으면 난
태어나지 못하겠지 고마워요 땅님

나는 물이 좋아 물가에서 피네
더러운 물도 내가 마시면 깨끗해져
물고기들은 더욱 신나게 헤엄치고
거미는 내 푸른 잎사귀를 접어
집을 짓고 산다네
잠자리 애벌레는 이른 새벽
내 몸을 기어올라와 허물을 벗고
벌과 나비는 꿀이 좋아 날아오네
개구리야 내 뿌리 근처에 알을 낳으렴
내가 붙잡아 줄게
올챙이는 내 몸을 갉아먹지
우리는 모두 주고 받으며
여기에 함께 살아간다네
아름다운 질서 속에 살고 있다네

최은희 cong4990@hanmail.net <최은희님의 글은 정읍통문(tongmun.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