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고홍석 교수의 '쉼표 찾기' 1회


#필자 고홍석 교수님

`Weekly서울`이 새롭게 연재하는 `쉼표 찾기`는 오랜 학교생활과 사회활동 후 안식년을 갖은 전북대 농공학과 고홍석 교수가 전북 진안군 성수면 산내마을에 들어가 살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다. 고 교수는 지난해 3월 전북 전주시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이 한적한 산내마을로 부인과 함께 이사를 왔다. 고 교수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이 글들은 각박한 삶을 살아내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쉼표` 찾기가 될 것이다. 고 교수는 `Weekly서울`의 연재 요청에 처음엔 "이런 글을 무슨…"이라고 거절하다가 결국은 허락했다. `쉼표찾기`를 위해 산내마을에 들어간 고 교수는 지금도 시끄러운 정세와 지역현안들로 바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 <쉼표 찾기>를 통해 산내마을에서의 생활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적절히 섞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Weekly서울`은 고 교수가 부인과 함께 산내마을로 이사를 가기 직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쓴 모든 글과 사진들을 거르지 않고 연재할 계획이다. 고 교수의 글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동과 함께 자연속 삶에서의 기쁨을 안겨드릴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그리고 글 연재를 허락해주신 고홍석 교수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편집자주>

멋스러운 창문 (2004년 3월25일) 
 
좌포 시골집을 개조하고 있는 LG 테코빌 송사장님은 이 집을 전원주택이라고 한다.
그동안 번듯한 아파트 리모델링을 주로 해오신 송사장님께 허름한 시골집 개조를 부탁드려 사업의 격을 떨어뜨린 것에 대해 송구스럽기만하다.


#우리가 이사를 갈 집, 공사가 한창이다.

전원주택이라면 가진 자들의 냄새가 나서 싫다. 가슴은 장사치처럼 영양가 있는 곳만 쫓아다니면서 머리는 점잖빼는 선비인 양하는 먹물들이 `째` 내면서 살고자, 그리고 사는 곳이 전원주택이지 않는가. 더 보태면 졸부들의 주말 별장이 그렇고….
그러나 그래, 시골집이면 어떻고 전원주택이면 어떤가. 앞으로 내가 이 집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서 명칭도 규정되어질 것을. 전원주택의 필수항목인 바베큐 틀, 벽난로, 잔디가 깔린 마당도 없는 좌포 시골집에 그래도 창문은 시원스럽게 거실에 하나, 서재에는 어슷하게 두 개를 냈다.
이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야트막한 앞산을 바라보며 쉼표가 마침표가 되지 않도록 역사와 민족을 걱정하고 가슴을 뜨겝게 달구어 다시 주먹 불끈 쥐고 나서리라.
역사의 현장으로. 오른쪽이 거실 창이고, 작은 창문 두 개가 있는 쪽을 서재로 쓸 생각이다.
그동안 삭막한 아파트 창문에 비하여 얼마나 내 삶을 풍부하게 해 줄 것인가. 이 창문들이….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